국외연수보고서
오늘은 하와이 주립대학 부설초 2-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딱지치기 수업을 했다. 개인적으로 하와이 국외 연수의 하이라이트가 아닌가 싶다. 숙명여대 TESOL 과정부터 줄곧 ICC 지도안을 짜기 위해 수업 설계부터 다양한 강의를 들었고, 지도안에 대한 피드백도 2번이나 받았다. 지도안을 완성한 상태로 하와이에 왔지만, 막상 하와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하려니 긴장도 고민도 많이 되어서 지도안과 수업 PPT를 엎고 또 엎었다.
최종으로 완성한 수업 계획은 아래와 같다.
동기유발 - 딱지를 보고, 6W 활용 질문하기
활동 1 - 딱지치기를 보고 게임 규칙 추측하기
활동 2 - 딱지치기 규칙 듣고 쿠션 딱지로 딱지치기하기
활동 3 - 종이로 딱지 접어서 종이 딱지치기 게임하기
정리 - 미국 전통놀이 pogs와 비교하며 다문화 역량 기르기, 수업 소감 나누기
PPT도 수업 계획에 맞게 잘 완성해 두었다. 수업 대본도 작성해 두고 여러 번 읽었다. 이 정도면 할 수 있는 준비는 다했고, 하와이 금쪽이만 만나지 않으면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2교시엔 함께 연수에 온 다른 선생님의 수업을 참관했다. 그런데 옆 교실에서 수업을 하던 동료 선생님이 데몬헌터스의 소다팝 노래를 틀었고, 벽 틈새로 새어 나온 소리에 교실 아이들이 수업 중인데도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데몬헌터스 열풍이 국민의 국뽕을 위해 친히 과장해 주는 뉴스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K-컬처가 가히 어마어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3교시, 드디어 나의 딱지치기 수업 시간이었다. 동기유발로 딱지를 보여주고 흥미와 호기심을 일으키며 다양한 질문을 받고자 했던 내 완벽한 수업 설계가 K-컬처의 위력 덕분에 삐끗했다. 아이들이 "오징어 게임!!!"을 외치며 딱지의 정체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거 미성년자 관람불가인데.
아무튼 아이들이 반응하기 시작했고, 쿠션 딱지를 하나씩 쥐어주자 소리 지르고 즐거워하다 흥분하더니 약간 과격해졌다. 처음부터 끝까지 나이스한 미소를 머금은 친절한 다문화 교사이고 싶었으나 목소리를 깔고 10초를 세었다. 그리고 "누가 아직도 안 앉았니?"라고 물었다. "박수 3번." "다시, 박수 2번." 지킬 앤 하이드 자아가 하와이에서도 나왔다.
딱지치기 재밌냐고 물으니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신나 했다. "그럼 이번엔 종이로 딱지를 접어볼까?" 하며 회심의 딱지치기 키트를 꺼냈다. 선 따라서 접기만 하면 되고 컬러링만 하면 나만의 딱지가 완성되는 고급진 현대판 딱지다. 하와이 아이들이 딱지 접기를 생각보다 어려워했지만, 그래도 매우 의욕적으로 딱지를 접고 즐겁게 딱지치기 게임을 했다. 마지막으로 소감을 나누고, 미리 준비해 온 전통문양 책갈피도 나눠주었다.
수업이 끝나고 짐 정리를 하고 있는데 한 아이가 내게 다가왔다.
"제가 지금까지 들었던 체육 수업 중에 최고였어요."
그 순간, 내가 이 말 들으려고 여기와 있던 게 아닌가 싶었다. 내가 듣기에 과분하리만치 큰 찬사였고, 한국의 문화를 소개하며 이렇게 큰 칭찬을 듣다니 벅차게 기뻤다. 이상하게 한국에 있는 아이들 생각도 났다. 여기 아이들이 너무 밝고 감정 표현도 풍부하고, 자유로워 보이고 그럴수록 더 '우리 아이들은..' 마음이 쓰였다. 돌아가면 더 신경 써서 무척 잘 가르쳐주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다.
다른 교실은 가봤어도 다른 나라 교실을 와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외국 교육에 대해 책에서는 읽었어도, 외국 아이들을 학생으로 수업을 해본 것도 처음이다. 복도, 교실, 환경미화, 점심시간 아이들이 잔디밭에 모여 도시락을 먹는 모습까지 하나하나 낯설어서 깊이 응시했다. 한국과 자연스레 비교하게 되기도 하고, 하와이와 한국을 합친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퐁퐁 솟아나기도 했다. 내 세상이 사방으로 여러 걸음씩 넓어지고 있었다.
이런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무척이나 즐겁고 특별한 경험이었다. 내 안에 새로운 모습으로 쌓일 전문성을 기대하게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