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연수보고서
그동안 영어 쓰기 수업은 교과서 단어들을 정확히 반복 학습시키고, 받아쓰기로 아이들이 철자를 틀리지 않게 하는 데 집중했었다. 교과서도, 수행평가 계획도 '얼마나 정확하게 쓰는가'를 평가 기준으로 삼고 있었고, 아이들을 상중하로 나눠 평가해야 했기에 이러한 방식에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하와이에서 영어 쓰기 수업에 대해 들으면서, '아, 이거 처음부터 완전히 다시 생각해야겠구나' 싶었다. '틀려도 괜찮으니 재밌게 영어를 써보는 경험, 바로 이게 영어 쓰기 수업의 핵심이구나'라는 생각을 뼈저리게 느끼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두 개 더 정확히 외우는 것보다 '아, 재밌다!'는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게 훨씬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한국으로 돌아오니 귀염뽀짝한 아이들이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우리 학교 아이들은 이상하게 나를 너무 좋아한다. 등굣길에 내가 보이면 달려와서 안기고 손잡으며 반갑게 인사하는데, 가끔은 좀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그런 살가움이 너무 고맙다. 신발장에서 신발을 갈아신으면서, '잘 가르쳐줘야지'하는 결심이 새로 선다.
귀염뽀짝 3학년 아이들과 'Is it a ~?' 표현을 재밌게 익혔다. Gimkit이라는 게이미피케이션 학습 에듀테크로 익히기도 하고, 퀵드로우 카드 게임으로 말하기 게임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익힌 표현을 활용하여 이번엔 생성형 AI 번역 도움을 받아 그림책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우선 아이들과 핵심 표현을 복습하고, 내가 만든 그림책 예시를 보여줬다. 그림의 일부를 제시하고 '이거 ~야?'라고 물은 뒤 다음 쪽에서는 그림 전부가 나오며 '아냐, 이거 ~야'하는 구조로 반복되는 그림책이다. 나는 그림 실력이 초등학교 고학년 수준이라 아이들에게 친숙함을 줄 수 있다는 나만의 강점이 있다.
<그림책 링크>
그리고 이번엔 아이들에게 파파고와 함께 자기만의 그림책을 만들어보라고 했다. 모두 북크리에이터를 사용해도 좋겠지만, 3학년 아이들에게는 A4 용지를 접어서 만드는 아날로그 그림책이 더 깜찍하고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이 그림책 만들기 활동은 우선 창의력을 발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이들의 흥미를 이끌었고, 영어를 아예 못해도 번역기의 도움을 받아 유창한 문장을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아이들에게 효능감을 느끼게 했다. 또 번역된 영어 발음이 한글로 표기되고 소리로 들을 수도 있어서, 아이들이 스스로 단어를 공부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무척 뿌듯했다. 태블릿을 들고 와서 정확하게 번역되었는지 재차 확인하는 모습도 어찌나 귀엽던지. 40분 내내 그림책 작업만 하면 힘드니까 마지막 10분은 Gimkit 에듀테크로 영어 퀴즈 게임을 해줬는데, 게임을 엄청 좋아하는 아이가 "선생님, 저는 제 작품 더 만들고 싶어요!"라고 했을 땐 정말 뒤집어지게 기특했다.
'이런 게 진짜 영어 쓰기 수업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