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우리 학교는 청주교대 1학년 교생실습으로 분주했다. 전담팀이라 교무부장님 곁에서 정신없이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1학년들이 일주일 와서 뭘 얼마나 배우겠어.' 내 첫 교생실습이 그랬다. 교대에 큰 뜻 없이 가서, 아무 생각 없이 일주일을 보냈던 기억 때문이다.
올해 3, 4학년을 가르치는 내 수업에도 교생 선생님들이 참관을 들어왔다. 처음엔 '별거 배우겠나' 싶다가도, 이내 공개수업이라는 생각에 수업 설계에 공을 들였다. 1학기 때보다 영어 수업을 설계하고 실천하는 과정이 훨씬 수월했다. 불과 한 학기 전만 해도 영어 수업에 자신감이 없어 위축되고, 학생들과의 관계 형성도 얕아 공개수업이 부끄럽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런 포인트를 전달해야지' 하는 나름의 확신이 섰고, 아이들과의 호흡도 순탄하게 이어져 스스로가 대견하고 뿌듯했다.
'남의 시선이 아닌, 내 기준에 만족스러운 수업을 하자.' 1학기, 신규교사 40분을 대상으로 공개수업을 준비하며 내내 되새겼던 다짐이다. 남에게 잘 보이려는 욕심은 아이들을 위한 수업이 아닌, 나를 위한 수업으로 변질시키기 쉬웠다. 아이들에게 온전히 집중하며 진솔하게 준비한 수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선생님들의 시선에 대한 부담감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며 뼈저리게 느꼈다.
그런 마음으로 임해서일까, 이번 수업들은 내 기준에 꼭 들어맞았다. 누가 보든 안 보든, 아이들이 영어를 즐겁게 익히도록 돕는 수업이었다는 자부심이 들었다. 교생 선생님들의 좋은 피드백은 덤이었다. 단순 암기를 어떻게 재미있게 가르칠지 힌트를 얻었다는 말, 이론으로만 배우던 에듀테크 활용 수업을 보며 배움의 의미를 느꼈다는 말, 그리고 무엇보다 "수업하실 때 행복해 보여요"라는 말이 마음에 깊이 남았다. 감사하게도 올해의 나는 가르치는 일이 다시 행복하다. 지난 몇 년간 그래왔듯, 나는 참 운이 좋은 교사다.
목요일 오후, 교생 선생님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물었다. 왜 교사가 되려 하는지, 일주일의 실습은 어땠는지, 어떤 교사를 꿈꾸는지. 건성으로 답할 거라 생각했던 내 예상과 달리, 진심이 꾹꾹 눌러 담긴 뜨거운 대답들이 쏟아졌다. 그 모습에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처음 그들을 냉소적으로 바라봤던 내 모습이 부끄러워졌다. 교육을 향한 그 순수한 열정이 오래도록 타오르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10월 말, 괴산증평교육지원청 수업 나눔 축제에서 강의를 맡게 되었다. 장학사님께 "김은진 선생님의 수업 성장기"라는 제목을 보냈고, 축제 취지에 부합해 좋다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나중에 받아본 전체 계획서에 나만큼 거창하고 오글거리는 제목은 없었다.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강의는 '2022-2024 용원초'와 '2025~ 원봉초' 두 시기로 나누어 나의 수업 성장기를 담을 예정이다. 새로운 시도를 마음껏 펼치고 다듬었던 시간과, 전담 교사로서 헤매며 나만의 길을 찾아 나선 시간. 그 헤맴과 노력, 성장의 과정을 진솔하게 풀어놓으려 한다. 그렇게 내 이야기를 쏟아내고 나면, 뱉은 말의 무게만큼 더 나은 교사가 되기 위해 자세를 고쳐 앉게 될 것이다. 늘 그랬듯, 헤매더라도 꾸준히 나만의 길을 찾아내는 교사로 오래오래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