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꾼이 될 수 있을까

by 김Genie

[꾼] 명사 어떤 일, 특히 즐기는 방면의 일에 능숙한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낮잡아 이르고 싶은 마음은 없고, 꾼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들어서 쓰겠다. 얼마전에 대전 황지연 수석교사님의 '핵심 아이디어 중심의 수업 설계와 적용' 연수를 들었는데 '수업꾼이 나타났다.'는 생각을 했다(‘수석교사’는 교장, 교감 선생님과는 별개로, 오직 수업 전문성 하나로 최고의 인정을 받는 교사 직함이다).


이번 연수에서는 학년별로 한 단원씩 맡아서 핵심 아이디어와 핵심 질문을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가며 모든 단원을 하나의 프로젝트로 진행하시면서 마지막 배움 성찰까지 해내시는 사례를 여러 개 소개해 주셨다. 그간 많은 선생님들의 연수를 들었지만, 황지연 수석님은 표정, 말투, 목소리의 높낮이와 크기 조절, 던지는 질문과 연수의 흐름, 제공해 주신 연수 자료까지 뭐 하나 놀랍지 않은 것이 없었다.


'교육과정 총론'이라고 부르는, 국가 교육의 큰 그림과 철학을 명확히 분석하며 교사 철학을 세우고, 그 위에 개별적인 단원을 어떤 관점으로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교사가 큰 틀을 잡고, 아이들에게 적절한 질문을 제공하며 아이들이 배움에 끌어당겨지게, 그리고 고민하고 스스로 답을 찾게 만드는 일련의 과정이 놀랍고 연수 듣는 내내 내 입이 떡 벌어져 있었다.


내가 스스로 약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이론적 기반이다. 총론을 명확하게 분석하려는 시도를 하지도 않고, 사실 '2022 개정 교육과정'이라는 새로운 교육과정이 시작되었지만 아직 그 교육과정이 어떤 것을 지향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교육과정이 허구헌 날 바뀌잖아.' 뭐 그런 핑계를 대면서 하나하나 곱씹어 보고 그 방향을 내재화한 후에 어떻게 수업으로 실현해 낼 것인가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갖지 않았기 때문이다. 황지연 수석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내가 얼마나 개별적인 수업에만 몰두해 있었는지, 이론적 배경을 탄탄히 분석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반성하게 되었다.


수많은 MC분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유재석님처럼 특출난 MC가 있듯이, 황지연 수석님은 수업에서 아이들에게 던지는 질문을 시연해 주시는 것만으로도 우리를 수업에 흡입시키는 엄청난 매력이 있었다. 특출났다. 그게 그냥 얻어진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눈빛, 표정, 목소리, 동선, 그리고 적절한 질문과 피드백까지. 그 모든 노하우가 쌓여 왔기에 지금의 그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부럽기도 부러웠고, 나도 노력해서 좀 더 몰입시키는 수업꾼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돌 무대 보는 걸 좋아하고, 또 요새는 싱어게인4에 폭 빠져서 노래 잘 부르는 사람들 목소리에 귀를 간지럽히는 재미로 운전을 한다. 본업을 잘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은 참 흥미롭고 매료되는 일이며, 그들이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해보는 건 겸허하고 머리가 숙여지는 일이다. 나도 수업이라는 무대에서 한바탕 잘 해내는 수업꾼이 되기 위해 오래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멋진 수업꾼의 강의를 들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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