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일기 #2] 헌금 2만원
헌금 2만원, 이만하면 잘 컸다!
2024년 10월 13일 일요일.
희야의 소비 일기 #2 / 헌금 2만원.
유치원을 다니던 샛병아리 시절 나의 헌금은 엄마가 준 100원이었다. 엄마가 헌금하라고 100원을 주면 손에 꼭 쥐고 성당에 가서 봉헌을 하곤 했다.
아주 가끔 성당 앞 문구점에서 50원짜리 불량식품을 사 먹고 50원을 낸 적도 있었다. 몰래 먹은 불량식품은 달콤했고 그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기는 쉽지 않았다. 유혹이 가득 찬 사탕은 싸구려 색소로 인해 입안을 새빨갛게 물들였다. 그렇게 쥐잡아먹은 듯한 새빨간 입술로 나는 엄마가 헌금하라고 준 100원을 감쪽같이 50원으로 탈바꿈시키는 새빨간 거짓말을 하게 되었다. 그 와중에 마음은 쫄보라 헌금봉투에 몰래 넣어둔 50원을 하느님이 아시지 않을까 불안했고, 나의 불량한 행동을 아시게 될까 봐 무서워서 손에 땀이 나도록 꼭 손깍지를 끼고 있는 힘껏 간절히 기도했다. '잘못했어요. 용서해 주세요' 불량식품을 사 먹은 불량한 꼬마는 그래도 죄책감을 알았나 보다. 그날 집에 돌아오면 불량식품을 먹어서인지 벌을 받은 건지 긴장 탓인지 어찌 됐든 간에 꼭 배가 아파서 끙끙 앓았다
이제 그 소심하고 불량한 꼬마는 샛병아리에서 나이 든 노계가 되었다. 이제 엄마가 준 100원이 아닌 0 2개를 더 붙여 내가 번 돈 10000원을 헌금으로 턱턱 낼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그마저도 2차 헌금을 모으는 날에는 만원, 만원해서 이만원을 턱턱 내고 들어오는 어른이 되었다.
이제는 미사 전 문구점을 들르기도 불량식품을 사 먹지도 않지만 샛병아리 시절과 다른 점이라면 당시엔 큰 잘못을 저지르진 않았지만 이젠 툭 내 뱉은 말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괴로움을 안기기도 하며 살면서 무심코 크고 작은 잘못들을 많이 일으키게 된다. 그래서 헌금액이 무려 100배나 오른 데는 다 이유가 있었나 보다. 용서를 구해야 할 일이 그만큼 많아졌고, 내심 속죄하는 마음으로 주일 미사를 참여한다.
그래도 적어도 잘못이 잘못인지 아는, 그래서 더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려 애쓰는 어른으로 자랐다. 비록 엄청난 훌륭한 어른은 아니더라도 나름 이만하면 잘 컸다.
부끄러움을 아는 것. 용서를 구하는 것.
이만하면 잘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