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야 Nov 26. 2024

[소비일기 #4] 냉이씨앗(5000 립) 5천3백 원

결과를 예측할 수 없지만 일단 시도해 본 냉이씨앗

2024년 11월 25일 월요일.

희야의 소비일기 #4 / 냉이씨앗(5000 립) 5천3백 원.


올봄부터 텃밭에 쌈채소와 감자, 가지, 고추를 심고 한차례 수확을 마치고 배추와 무를 심었다. 파종에 한 번 실패한 무는 시기를 늦게 심어 동글동글한 순무 사이즈로 귀여운 자태를 뽐내며 세상에 나왔다.


그냥 사 먹으면 그만인 것들을 퇴비며 모종값이며 이래저래 돈이 안 드는 게 아닌데 밭을 일구고 물을 주고 잡초를 뽑 번거로운 일들과 함께 해냈다.


배추와 무를 수확한 이후에 이제 11월 차디찬 겨울이 당도했기에 텃밭생활도 이게 마지막인가 싶었지만 내년 봄을 맞이할 냉이씨앗을 심어보기로 다짐했다.


어느 사이트에선 이미 파종시기가 끝났다고 했고 어디는 11월까진 가능하다고 했다. 지금은 11월 말 마지막 주니 한참 늦은 게 맞다.


정말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 진짜 늦은 게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거 아닌가?


씨앗이라도 뿌려놓으면 봄날에 뭐라도 싹 틔지 않을까? 꼭 제대로 된 튼실 큰 냉이가 아니더라도 겨우내 물을 주고 잡초를 뽑으며 봄에 싹 틔울 냉이를 기다리는 설렘만으로도 충분한 거 아닌가 싶다.


결과크면 좋겠지만 꼭 그리되지 않아도 미흡한 점이 많더라도 우선 시도해 보리라! 그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꼈다면 그것으로도 좋고, 행여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다음을 위한 시행착오를 겪은 셈이니 그 속에서 배움이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그저 사 먹으면 될 것을.이라고 한다면 생산과정에서 스킵된 키우는 기쁨과 설렘, 보람을 느끼지 못할 테니 번거로움이 그리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닌 듯싶다


오늘 심은 5천3백 원짜리 냉이 씨앗의 수확률이 궁금한가? 그건 내년에 찾아오는 봄날이 돼야 알 수 있다. 설령 어처구니없는 결과가 나오더라도 살랑이는 봄결에 꺄르륵 웃고 넘기면 된다. 뜻밖의 좋은 결과가 나온 다면 그건 횡재다.


오늘 심은 5천3백 원짜리 냉이 씨앗으로 인해 내년이 설레는 하나의 이유가 생겼다. 이보다 더 큰 게 어디 있겠나? 5천3백 원의 기쁨과 설렘. 그대의 설렘은 어디에서 오는가?

작가의 이전글 <생각일기 #1> 느리게 가는 시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