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꿕(한국) 좋아요!' 가 달라지다!
격리에 이어, 비행기마저 끊길 것 같다.
베트남에 가장 길고 큰 연휴인 '뗏 (음력설) 연휴'가 시작될 때쯤 발생한 코로나. 누구도 이렇게 장기전이 될 줄 몰랐을 것이다. 많은 한국인들이 뗏 연휴를 맞아 한국에 갔다가 연휴가 끝날 때쯤 돌아와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할 계획이었는데, 일상은 그때 이후로 다 멈춰버렸다. 보통 2월 3일 즈음 개강을 앞두고 있던 하노이에 학교들은 그 전주 일요일 저녁 학교에 돌아오는 날을 1주일 연기해 버렸다. 유치원, 초, 중, 고, 대학교뿐 아니라 모든 학원들까지... 하노이 교육청의 발표에 따른 일괄 조치였다. (그렇게 뗏을 맞아 잠시 고향으로 갔던 학생 중 일부는 아직도 하노이로 언제 돌아 올지 기약이 없다. 나에게 베트남어를 가르쳐 주는 우리 선생님도 감감무소식이다 ㅠ)
'갑자기 말도 없이 이러면 어떻게 해, 에이 이럴 줄 알았으면 한국에 더 있다 올걸.' 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건강이 우선이고 일주일이라니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그 주 금요일에 날아온 휴교 문자, 그리고 또 그다음 주 그다음 주... 그렇게 2월 말이 다. 뗏 연휴를 빼더라도 한 달을 놀고 있는 셈이다. "아니, 확진자 16명, 완치자 14명 (베트남 공식 발표, 지난주 말 상황이고, 이제 다 완치됐다고 한다.)이라며, 그리고 더 이상 확진자도 나오지 않고 있다며... 너무 한 거 아니야", "안 그래도 학비가 비싼데, 의견울 묻지도 않다니..."
1주일 연기 발표는 항상 그 전 주 금요일 밤이나 일요일 '통보'해 줬고, 학교와 학부모는 그대로 따라야 했다. 방학은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며, 그 외 다른 부분도 (현재로선) 변경을 할 것 같지 않다. 더 나은 결정을 위한 어떠한 의견수렴도 없는 일방적인 통보, '그래 여긴 정부의 권위가 센 베트남이고 우린 외국인이니까.' 받아들이고 있었지만, 유창하지 않은 영어로 아이들의 공부를 봐줄 때면 가끔 '내가 왜 이러고 있지' 하는 생각과 학비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리고 지난주 드디어 학교가 이제 3월부턴 다시 문을 연다고 소문이 있어 드디어 가나보다 하고 있었는데 또다시 연기... 끝나갈 줄 알았던 한국이 난리가 난 것이다. 그리고 하노이 (베트남) 상황은 한 주만에 완전히 달라졌다. 또다시 학교 복귀는 오리무중이다.
난 학부모니까 학부모의 입장으로서, 학교는 못 가지만 불평이라도 할 수 있는 지난주까지가 나았다. 2주 전부터 시작으로 한국에서 확진자가 매일매일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우리를 보는 베트남 사람들의 시선도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젠 학교를 가고 못 가고의 문제를 넘어섰다.
하루하루 심각해지는 한국 상황에 관한 뉴스.
무엇보다 한국과 한국에 있는 가족들이 큰 문제지만 한국 사람들이 많이 사는 이 곳의 문제도 심각하다.
다낭에 한국인들이 격리된 것을 시작으로, 며칠 뒤엔 하노이에 도착한 사람들이 그대로 인근 군부대에 격리되었고, 그간 시행해 오던 무비자 입국을 막았다. 항공편도 대폭 줄었다. 그마저도 하노이에 들어오는 한국발 비행기는 대도시와 차로 12시간 떨어진 공항 2곳에만 내릴 수 있도록 했다. 3월 7일부터는 베트남을 오가는 모든 여객기 운항을 임시 중단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물론 한국 상황을 고려해 볼 때 할 말이 없는 것도 사실이고, 자국민을 보호하겠다는 발표이니 당연히 따라야 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그간 많은 한국 사람과 축구, kpop 등의 영향으로 한국과의 관계가 우호적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슬픈 것도 어쩔 수 없다.
모든 한국인을 대상으로 간호사와 의사팀이 경찰관을 대동해 한국 사람들 집을 방문해 베트남에 오기 전 살았던 곳과 최근 한국 방문 기록을 체크하고 열을 잰다. 베트남 사람들은 우리가 지나가면 대놓고 사진을 찍고, 베트남 사람들이 이용하는 SNS 공간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는 한국 사람들 얼굴이 그대로 올라오기도 했다. 엘리베이터에 한국 사람이 타면 그냥 내리는 사람도 있고, 한국 아이들을 향한 같은 학교 학부모들의 경계의 소문도 들린다. 심지어 어제는 베트남 아이가 한국 아이에게 '코로나'라며 돌을 던져 병원에 실려갔단 얘기를 듣기도 했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긴 하지만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이 씁쓸할 뿐이다.)
한인회 도서관 폐쇄, 한국학교 1주일 연기, 마스크 철저히 착용, 14일 필수 자가격리 등 이미 우리도 우리 스스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철저히 지켜며 '자가격리'를 하고 있었으니 좀 이해해 달라' 라고 말하고 싶지만, 초기부터 학교 뿐 아니라, 수영장, 헬스장 등 많은 것을 폐쇄하며 과하다 싶을 정도로 강경하게 대응을 해 왔던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반응일 수도 있다. 그저 조심하며 하루빨리 이 사태가 끝나길 고대하는 수 밖에...
언제쯤 이 사태가 잠잠해지고, 우리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 지금 하노이엔, 몇 시간째 밖에 아무것도 안 보일 정도로, 엄청난 폭우가 내리고 있다. 저 비에 모든 것이 씻겨 내려가길... 그리고 한국과 한국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안전하길... 간절히 소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