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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냥냥별 Apr 16. 2024

그 한숨에 날아간 나는

미안해,엄마도 알면서도 잘 안되네ㅜㅜ



그 한숨에 날아간 나는     



그러게     


틀린다고 신중하게 풀라고 했잖아 휴......

넘어진다고 뛰지 말라고 했잖아 휴......

잃어버린다고 조심하라고 했잖아 휴......     


그 한숨에 나는

그 차갑고 세찬 바람에 날아간 나는

꽁꽁 얼어버린 눈사람이 되어

아무 말도 못 하고 서 있어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미안해요

알면서도 잘 안되어서      




  엄마라는 역할은 어렵다. 때로는 사랑하면서도 엄하게 혼내야 하고, 나도 속이 상했지만 오히려 아이를 다독여줘야 할 때가 있다. 엄마가 처음이라 잘 모를까 봐 못할까 봐, 예비 엄마일 때부터 육아서도 열심히 읽고 부모 관련 강연도 보곤 했지만, 실전은 내 마음대로 안 된다.


  아이가 실수했을 때나 기대에 못 미쳤을 때, 일단 한숨부터 나올 때가 많다. 혹은 '으이구~내 그럴 줄 알았다~' '자~~알 했다!'라는 비아냥대는 멘트가 반사적으로 튀어나온다. 사실 내가 어릴 적 부모님께 자주 듣던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런 상황에 이 말이 나온다는 학습이 되어 있는 걸까? 다음에 또 이런 상황엔 참아보자고 매번 다짐을 해도, 뜨거울 때 '앗 뜨거워!' 하는 것처럼 자동으로 발사된다.


  그래, 따지고 보면 진짜 엄마가 미리 알려준 데로 안 해서 실수하고 넘어진 게 맞다. 엄마가 하라는 데로 다 하면 크게 실수할 일은 없다. 그런데 그런 아이가 있을까? 내가 입력한 대로 내 말을 다 듣는 건 로봇밖에 없다. 사람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줄 알고 또 그렇게 해야만 한다. 아직 학습과 경험적 데이터가 부족한 아이에게는 부모님과 선생님의 조언이 많이 필요하고 그 말에 따라야 하는 게 맞지만, 잠시 그 부분을 잊을 때도 있고 알면서도 다르게 해보고 싶을 때도 있을 것이다.


  아이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볼까? 엄마한테 칭찬받고 싶어서 시험 시간에 열심히 집중해서 문제를 풀었지만 아는 문제를 틀린다거나 한 칸 밀려서 답을 체크했을 때가 있다. 그 시간 동안에는 아무리 몇 번을 훑어봐도 그 실수가 눈에 안 보였는데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그럴 때는 엄마도 속상하겠지만 시험을 친 내가 제일 속상하고 후회스럽다. 뛰어가면 발이 걸려 넘어지기 쉬운 건 당연하다. 하지만 걷다가도 갑자기 뛰고 싶을 때가 있다. 오빠가 뒤통수를 치거나 놀리고 도망가면 나도 뛰어가서 복수하고 싶다. 그리고 뛰어도 안 넘어질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넘어지면 부끄럽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다. 엄마가 돈을 잃어버릴지 모르니 주머니에 꼭 넣고 오라고 했다. 그래서 주머니에 넣고 지퍼까지 잘 닫았다. 그런데 집에 오니 지폐 2장이 사라졌다. 참으로 이상하다. 돈을 낼 때 떨어뜨린 걸까 넣을 때 떨어뜨린 걸까? 그때는 정말로 몰랐던 일이다. 내가 손에 들고 다닌 것도 아니고 잘 챙긴다고 챙겼는데 엄마의 잔소리를 들으면 정말 억울해진다.


  내가 아예 안 한 것도 아니고 한다고 했는데, 잘하다가 한 번 깜빡했던 건데, 아니 한 번쯤 이 정도는 괜찮겠지 했던 건데, 그래도 내 잘못인 건 안다. 그럴 때 비아냥대는 말이나 차가운 한숨을 들으면 아이는 더 죄인이 된 기분일 것이다. 난 지금도 남편에게 정화되지 못한 부산남자 특유의 그 억양으로 그런 소리를 들으면 내가 잘못한 거 알면서도 기분이 상한다. 그래서 아이에게도 나의 순간적인 감정을 조금 누르고 , 반사적으로 나오는 말을 조금 순화시켜 내보 내보고 싶었다. 한 번은 아이가 엄마를 도와주고 싶어서 반찬을 자기가 가져간다고 했을 때, 왠지 쏟을 것 같아서 괜찮다고 엄마가 가져가겠다고 했다. 그래도 할 수 있다고 조심조심 그릇을 들고 가던 아이는 그것을 내려놓다가 조금 쏟고 말았다. 역시 내가 예상한 결과였지만 그 순간 미안한 얼굴로 내 눈치를 보는 아이에게 '어이구~~ 거봐라~'란 말을 꾹꾹 누르고 이렇게 말해보았다.

  " 아직 00 이한테는 좀 무겁지? 다음엔 작은 건 00 이가 도와주고 큰 건 엄마가 옮길게. 대신 이거 닦고 치워줄 수 있지?^^"

그러자 아이는 '미안해요'라고 말한 뒤 웃으며 흘린 것을 치웠다. 나는 고맙다고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나 스스로도 잘했다고 쓰담쓰담해주었다.


  이런 말 한마디 표정 하나가 우린 의식하지 못한 순간 나오지만, 상대방은 다 알아채고 흡수된다. 그래서 표정까진 어쩔 수 없어도 은 좀 더 신중하게 내보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은 무조건 안. 하. 는. 게. 아니다. 일부러 반항심에 부모 말을 듣지 않는 상황이 아니라면, 알면서도 잘 안  될 때가 있고 잠시 잊을 때도 있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도 알고 있는 대로 계획한 대로 완벽하게 행동할 순 없다. 그러니 차가운 한숨으로 아이들을 얼어붙게 하기보다는, 그럴 수 있지만 다음엔 좀 더 조심하고 집중해 보자고 다독여보자. 그러면 아이는 자책보다는 다짐을 하게 될 것이다. 다음엔 잘해서 엄마한테 칭찬을 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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