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스터 Y Jul 03. 2024

[서펑] 도시전설의 모든 것

* 이 글은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글입니다.


오래된 습관 중 하나는 온라인 서점 사이트 서핑이다. 이 책이 신간 목록에 떳을 때 자연스럽게 보관함에 옮겨두었다. 이유는 하나다. 이야기를 쓰는 입장에서 이런 책들은 아이템 서치에 유용하기 때문. 하지만 가격이 가격인지라 쉽게 결제를 하지 못할 때 서평 이벤트가 열렸고, 응모해서 당첨됐다.


두께에 비해 책은 술술 읽힌다. 그도 그럴 것이 어려운 문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짤막한 이야기가 묶여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단순했다. 도시전설이라니. 언제 어디에서나 돌고 도는 이야기들을 엮은 책이라니. 이런 이야기들엔 보통 욕망이 서려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비오는 날 멈춰선 차량에 커플이 타고 있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렸고, 남자는 잠시 차에서 내려 용변을 보러 갔다. 돌아오지 않는 남자친구를 걱정하고 있는 여자는 무슨 일이 생겼을까 차에서 내린다. 그런 뒤 발견한 남자의 시체는 차량 위에 나무에 매달려 있었다. 이 사건의 범인은 인디언이다. 


이러한 이야기들. 책에서 발췌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읽었었고, 어딘가에서 들었었다. 정확한 기억은 아니다. 일부러 책을 펼치지 않고 기억에 의존해서 적었다. 변형되는 이야기엔 변화하는 욕망 또한 깃들테니. 여하간 인디언에 대한 혐오와 혼자 남을지도 모른다는 공포, 게다가 미국에서는 차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다. 지역과 문화까지 아주 짤막한 이야기에 스며들어있다. 결국 핵심은 우리 사회의 욕망이다. 불과 몇년전 난민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할 무렵 국내에서는 난민들이 그들의 나라에서 범죄를 저지른 사악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뉴스가 퍼졌다. 물론 일부 사실을 기초로한 가짜 뉴스다. 우리나라의 의료 보험 혜택을 외국인이 전부 가져가고 있다는 뉴스도 많이 퍼져있다. 물론 일부 사실을 기초로한 가짜 뉴스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가 퍼지는 것은 우리 사회의 욕망을 보여준다. 


우리의 생활과 아주 비슷한 사례들도 많다. 첫 이야기는 에어컨이 고장난 교실에서 시험을 치루던 학생이 창문을 열려고 하는 순간 선생님이 달려들어 막았다는 이야기다. 선생님은 어려운 시험에 학생이 자살을 할 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던 것만 같은 기시감이 든다. 또 강아지에 관련된 이야기는 분명 어딘가에서 들어본 이야기들이다. 집에 돌아온 새댁이 죽어있는 갓난 아이를 보고 경악한다. 키우던 강아지 입 주변에는 피가 묻어 있었고, 결국 강아지를 죽인다. 하지만 집을 둘러본 결과 도둑이 들었던 것이었다. 도둑과 싸우던 강아지를 죽인 주인은 그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닫는다. 강아지 관련 이야기는 대부분 강아지는 의로운 동물이고, 주인에게 충성한다는 내용들로 가득 차있다. 또한 우리가 강아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쉽게 수 있다.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는 각각의 이야기에 주석을 달아 놓는다. 내게 큰 도움이 되었던 주석은 각 사례들이 어떤 영화나 드라마 혹은 소설에서 변형해서 쓰고 있는지를 알려준 것이다. 각 이야기들을 찾아보진 못했지만 열심히 적어뒀다.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영화나 드라마들은 참조해볼 필요성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내가 흥미롭게 봤던 이야기들을 따로 적어뒀다. 책의 저자는 성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다고 서술했지만 오히려 난 성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재밌었다. 미국에서 많이 퍼져있는 자동차 테마는 문화가 살짝 빗겨간 느낌이 있고, 동물과 관련된 일화들은 개인적 취향과 맞지 않았다. 하지만 성과 관련된 이야기는 만국 공통이니 오히려 더 재미를 느꼈다. 


꼭 이야기를 쓰는 작가들이 아니어도 평소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재밌게 볼만한 책이다. 수없이 많은 이야기를 짤막한 분량으로 정리해준 저자가 고맙기도 하다. 최근의 경향보다는 아주 오래전부터 일파만파 퍼진 이야기들이지만 여전히 현재에도 유효한 이야기들이 많다. 마치 동화를 보며 교훈을 느끼는 것처럼 이 책을 보면서 우리가 어떠한 존재인지 들여다보는 것도 이 책의 묘미일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파블로 베르헤르의 <로봇 드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