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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diostar Mar 12. 2022

부장님, 저도 좋아하는 부장님 따로 있어요.

아무튼, 선배들의 사이다 시리즈 / 아선사 (1) 

* 해당 글은 2019 년에 쓰여졌습니다. * 



나는 큰 기업에 다니고 있다. 


내가 적을 이야기들이 자유롭기로 유명한 신생 스타트업이 아닌 "큰" 기업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걸 알면 더 재밌어하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밝힌다.  나는 그저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재밌었으면 좋겠다. 


나는 소심하다. 정말 소심하고 속으론 부글부글 끓어도 겉으론 사회에 순응하며 웃을 줄 아는 사람이다. 그런데 나는 회사에서 ‘사이다' 선배들을 많이 만났다. 그런 나에게 선배들은 큰 충격을 줬다. (멋진 충격이다.) 아무튼 언니가 아니라, 아무튼 선배. 


맥락의 이해를 위해서, 선배들은 전부 여성임을 밝힌다. 


#1. "부장님, 저도 좋아하는 부장님 따로 있어요." 


선배 A.는 목소리가 커서 멀리서도 아주 잘 들리는 대장부 스타일이다. 무언가 마음에 안 들면 짜증 내며 큰 소리로 투덜대고, 대신시키는 일에 대한 딜리버리와 퀄리티는 수준급이다. 입사했을 때부터 소문이 자자했다. 회사에서 매우 큰 지원을 받는 유망주분이 우리 팀에 있으니, 너도 보고 배울 게 많을 거야. 나는 무엇이 잘났길래 사람들이 인정해주는지 한번 보자는 얄팍한 마음으로 선배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때는 여느 다를 바 없는 일상, 부장님은 선배를 불러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에 관해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내가 전에 일했던 부서에서는 말이야~". 부장님은 전에 함께 일했던 팀원들이 기대에 부응해 잘(?) 움직여 주었던 것 같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처럼 그때의 얘기를 또 늘어놓으면서, 선배에게 이러쿵저러쿵 너는 왜 그러냐는 식의 말을  했다. 갑자기 선배는 말했다. 



"부장님, 저 지금 다른 사원들이랑 비교하시는 거예요? 저도 부장님 말고 좋아하는 부장님 따로 있어요. 저도 부장님 다른 부장님들과 비교할 수 있어요." 



와.. 


역대급 사이다 멘트를 날리고 그 대화는 종결이 되었다. 부장님은 머쓱해 하며 다시 일한다. 생각해보니 진짜 그렇네 하고 생각을 했다. 나는 왜 저런 생각을 못 해봤지? 항상 구직자의 입장에서 평가당하고 을로서만 존재했지 내가 주체적 평가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못 해본 것이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했다고 해도, 저렇게 면전에 발언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와는 달리, 선배는 정확하게 뱉어내는 사람이다.


내가 느낀 점은 두 가지다. 


1) 상사는 생각보다 자신이 하는 말이 어떤 기분을 느끼게 하는지 잘 모른다. 용기가 있다면, 한 번쯤 사이다를 날려줄 필요가 있다. 물론 들을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에게 해야겠지만.  

2) 일을 잘하는 사람은 사이다를 날릴 자격이 있다. 일을 너무 잘하고 대체 불가한 인력이다 보니, 잠깐 기분 상한 듯 하면서도 아무도 선배에게 뭐라고 하지 않았다. 이렇게 말하면 모두가 이 선배를 이상하게 생각할 거 같지만, 그렇지 않다. 사장님에게도 인정을 받아서 아주 최상위 성적과 혜택을 누리며 회사를 잘 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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