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맞이 오피스 괴담 제15화
지하 5층 환경미화실에서 터진 한밤중의 비명과 핏자국.
그 중심에 있던 윤사원이 중환자실에 있다는 소식은 기름처럼 번져 공포에 질린 사무실을 통째로 집어삼킬 듯 타올랐다.
부문장실의 문이 부서져라 열리고, 팀장들이 소집되었다. 곧이어 굳게 닫힌 문틈으로 새어 나온 것은 평소의 냉철한 부문장이 아니었다. 그것은 상처 입은 짐승의 포효였다.
“대체 어떤 놈이야! 내 사무실에서, 내 딸한테... 어떻게 감히!”
책상을 내리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유리 액자가 바닥으로 떨어져 박살 났다.
회의를 마치고 나온 팀장들의 얼굴은 사색이 되어 있었다. 그들의 증언을 통해 퍼즐 조각이 맞춰졌다.
1년 전, 완벽한 스펙으로 모두의 부러움을 사며 입사했던 윤사원. 그녀는 부문장의 외동딸이었다.
그동안 흉흉한 사건들이 연이어 터져도 침묵으로 일관하던 그였다. 회사의 안위보다 개인의 평판을 우선시하던 냉혈한. 그러나 자신의 피붙이가 희생양이 되자, 그는 처음으로 이성을 잃고 날뛰었다. 감춰왔던 부성애가 뒤틀린 분노가 되어 폭발한 것이다.
“CCTV, 출입기록, 하다못해 그날 숨 쉰 공기까지 전부 뒤져! 이 빌딩 모든 구멍을 파헤쳐서라도 범인 찾아내! 못 찾으면... 당신들이 그 구멍에 처박힐 줄 알아!”
실성한 사람처럼 외치는 부문장의 지시는 광기에 가까웠다. 대대적인 조사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그 서슬 퍼런 조사의 칼날은 예기치 못한 곳을 베고 말았다.
바로 부문장 자신의 딸, 윤사원의 채용 과정이었다.
조사팀의 보고서는 판도라의 상자였다.
원래 회사의 재정 악화로 그해 신입 공채는 없었다. 소수의 경력직 수시 채용만이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윤사원은 ‘신입’으로 채용되었다. 그녀의 지원서는 화려했지만,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기괴했다. 졸업 직후라고는 믿을 수 없는 수십 개의 대외활동과 인턴 경력은 날짜와 내용이 교묘하게 부풀려져 있었고, 몇몇 경력 증명서는 발급 기관의 직인조차 희미했다. 마치 ‘경력 같은 신입’이라는 기준에 억지로 끼워 맞춘 ‘맞춤형 인재’였다.
더욱 악랄한 사실들이 수면 위로 떠 올랐다.
“서류 심사 평가표 원본입니다. 윤사원의 점수는 당초 탈락 기준이었습니다만, 마감일 자정에 ‘내부 추천 가산점’ 항목이 급조되어 추가되었고, 점수가 역전되었습니다.”
“면접 질문 리스트입니다. 윤사원이 제출한 포트폴리오의 ‘예상 질문 및 모범 답변’과 토씨 하나 다르지 않습니다. 이건 유출 수준이 아니라, 그냥 답안지를 주고 시험을 보게 한 겁니다.”
“결정적으로, 공고 직전 ‘필수 자격 요건’이었던 특정 기술 자격증이 ‘우대 사항’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윤사원은 그 자격증이 없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의 중심에는 부문장, 그리고 그의 충실한 손발이었던 장 부장과 오 차장이 있었다.
윤사원의 입사 직전, 오랜 지병으로 병가 중이던 Q가 조용히 사직서를 제출했다.
모두가 자연스러운 결원 충원이라 여겼다. 하지만 그 뒤에선, Q의 병가 연장을 고의로 반려하고 복귀를 종용하여 스스로 나가도록 압박한 것이 부문장과 장 부장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없었다.
세 사람은 서로의 눈빛만으로 대화하며, 이 추악한 진실 위로 더러운 흙을 덮기 시작했다.
윤사원의 채용 비리가 아닌, ‘외부 침입자에 의한 계획범죄’로 프레임을 전환하기 위해 다른 의문점들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사무실 구석, 직원들의 대화는 연기처럼 피어올랐다 흩어졌다.
“총무팀에서 그러는데, 진짜 소름 돋지 않아? 10개월 전에 들어온 환경미화원이 한 명 있대. 근데 채용 기록도, 계약서도, 심지어 급여 이체 내역도 아무것도 없다는 거야. 유령도 아니고.”
한 직원이 목소리를 낮추며 속삭였다. 그러자 옆자리 동료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다.
“10개월 전? 잠깐만... 그거 완전...”
“그래. 안대리님 실종되기 직전이야.”
“한 차장님이랑 정대리님이 이상한 소문 돌고 갑자기 회사 그만둔 것도 그때쯤이고... 서팀장님은 행방불명, 김팀장님은...”
말을 잇지 못하는 직원들의 얼굴에 공포가 어렸다. 단발적으로 터지는 사고라 생각했다. 운이 나쁜 불상사라고 애써 외면했다. 하지만 모든 사건의 시작점에,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의문의 인물이 있었다.
아무도 모르는 누군가가 지난 10개월간 이 사무실을 자유롭게 드나들며 피의 복수극을 벌이고 있었다.
부실한 바닥 공사 아래 숨겨진 0.5층의 공간, 여자 화장실 거울 뒤의 밀실.
이 모든 것이 그 ‘유령’의 무대였을지도 모른다.
늦은 밤, 장 부장의 사무실에는 그와 오 차장 단둘만이 남아 있었다.
부문장의 광기 어린 질책을 온몸으로 받아낸 두 사람은 완전히 녹초가 되어 있었다.
“이건... 우연이 아니야.”
장 부장이 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오 차장은 대답 대신 마른침을 삼켰다.
“김팀장, 서팀장, 한차장... 그리고 이번엔 부문장님 따님까지. 전부 다... 그냥 당한 게 아니라고.”
장 부장의 눈이 허공을 헤맸다. 죽고, 사라지고, 쫓겨난 자들.
그들은 모두 자신들의 추악한 욕망을 위해 누군가를 짓밟았던 가해자들이었다.
그리고 그 불법과 부조리의 가장 큰 공모자이자 수혜자는 바로 자신들이었다.
장 부장과 오 차장, 그리고 부문장.
죄책감이 등줄기를 타고 기어오르는 뱀처럼 서늘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지독한 것은 공포였다.
'누군가 알고 있다. 우리가 저지른 모든 일을.
그리고 차례대로 심판하고 있다.'
은밀하고 비밀스러웠던 그들의 모든 행위를 꿰뚫어 보는 눈.
그 보이지 않는 눈이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에 숨이 턱 막혔다.
공포에 질린 두 사람은 필사적으로 희생자들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으려 애썼다.
그들이 저지른 불법, 로비, 괴롭힘의 기록들을 되짚었다.
하지만 그들은 끝내 가장 중요한 사실 하나를 간과하고 있었다.
그들의 죄악이 교차하는 모든 지점, 그들이 휘두른 폭력의 파편에 직간접적으로 베이고 상처 입은 단 한 사람의 이름이 있었다는 것을.
모든 불행의 시작과 끝에 희미한 그림자처럼 존재했던, 바로 Q였다는 사실을 말이다.
"본 소설은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