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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수사대- 시즌1 도시의 그림자

4부: 30년 전 타임캡슐

by 공감디렉터J


Chapter 1: 1995년의 경고

2024년 9월 27일. 서울 은평구의 한 초등학교.

재개발을 위해 텅 빈 건물을 허물던 인부들이 낡은 교정 한구석에서 먼지 쌓인 금속 상자 하나를 발견했다.


'개교 50주년 기념 타임캡슐. 2025년 10월 1일 개봉'

상자 안에는 1995년의 아이들이 30년 후의 자신에게 쓴 편지들과 삐삐, 다마고치, 서태지와 아이들의 카세트테이프 등으로 가득했다. 촌스럽지만 정겨운 추억의 물건들.

하지만 인부 한 명이 기이한 편지 한 통을 발견했다. 다른 편지들과 달리, 겉봉에 받는 사람의 이름이 없었다. 대신 서툰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이 편지를 발견한 어른에게."


편지지는 누렇게 바래 있었고, 내용은 볼펜으로 꾹꾹 눌러 쓴 듯한 글씨로 채워져 있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6학년 2반 이준호입니다. 이 편지는 비밀이에요. 아무도 보면 안 돼요.

우리 반에 이상한 애가 있어요. 이름은 최서연이에요. 서연이는 매일 다쳐서 와요. 팔에 멍이 들고,

얼굴에 상처가 있어요. 선생님이 물어보면 맨날 넘어졌다고만 해요. 거짓말이에요.

서연이네 아빠는 나쁜 사람이에요. 밤마다 서연이를 때려요. 서연이네 집 창문으로 다 봤어요. 무서웠어요.


편지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뒷면에는 더욱 충격적인 내용이 이어졌다.


경찰 아저씨한테 말했는데, 아저씨는 어른들 일에 끼어드는 거 아니라고 했어요.

선생님한테도 말했는데, 선생님은 못 본 척했어요. 아무도 서연이를 안 도와줘요.

그래서 제가 서연이를 숨겨주기로 했어요. 아무도 못 찾는 곳에. 아빠가 절대 못 찾게, 아주 깊은 곳에.

저는 살인자가 아니에요. 저는 서연이를 구한 거예요.


단순한 아동학대 고발이 아니었다. 30년 전, 한 아이가 저지른 '살인' 혹은 '유기'에 대한 고백이었다.

사건은 '미스터리 수사대'에게 넘어왔다. 30년이라는 시간의 벽을 넘어 도착한, 한 아이의 끔찍한 SOS였다.


Chapter 2: 지워진 아이

"편지를 쓴 '이준호'와 피해 아동으로 추정되는 '최서연'. 둘 다 1995년 당시 6학년 2반 학생입니다. 하지만..."

도시전설 연구가 박유진이 1995년도 졸업 앨범과 생활기록부를 펼쳐 보였다.

6학년 2반 명단에 '이준호'라는 이름은 선명하게 있었지만, '최서연'이라는 이름은 어디에도 없었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아이처럼.


"기록이 누락됐을 가능성은? 아니면 이준호라는 아이의 상상 속 친구였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강태우가 물었다.


"그럴 가능성도 있지만, 이 편지는 너무 구체적입니다."

법의학자 한서진이 편지를 조심스럽게 집어 들었다. 그녀는 편지지에 묻은 미세한 물질들을 분석하고 있었다.


"편지 뒷면에 미량의 혈흔이 묻어 있습니다. 작성 과정에서 묻은 것으로 보이는데, 혈액형은 AB형. 이준호 씨의 혈액형은 O형입니다. 이 피는 이준호의 것이 아니에요."

한서진의 분석은 '최서연'이 실존 인물일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주었다.


팀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 박유진과 강태우는 편지를 쓴 '이준호'를 찾아 나섰고, 한서진과 오민재는 학교에 남아서 '최서연'의 흔적을 추적하기로 했다.

'이준호'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는 평범한 41세 가장이 되어 있었다.

강태우가 조심스럽게 30년 전 편지에 대해 묻자, 그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다.


"서연... 맞아요. 그런 아이가 있었어요."

이준호의 목소리가 떨렸다.

"하지만 전학을 갔어요. 갑자기... 아빠 사업 때문에 지방으로 이사 간다고...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그는 자신이 서연을 숨겼다는 편지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마치 그 기억만 도려낸 사람처럼.


한편, 학교에 남은 한서진은 낡은 도서관에서 단서를 발견했다. 1995년 당시의 도서 대출 카드.

'최서연'이라는 이름은 없었지만, '이준호'의 카드 바로 뒤에, 항상 같은 책을 빌려 간 학생이 있었다.

이름은 '최서윤'.

대출 목록에는 유독 동화책이 많았다. <헨젤과 그레텔>, <라푼젤>, <신데렐라>...

모두 끔찍한 환경에서 벗어나려했던 아이들의 이야기였다.


"찾은 것 같습니다."

한서진이 팀원들에게 연락했다.

"아마도 편지를 쓴 이준호 씨가 이름을 헷갈렸을 겁니다. '최서연'이 아니라 '최서윤'. 그리고 이 아이, 1995년 10월 이후로 대출 기록이 완전히 끊겼습니다. 이준호 씨의 기억대로, 갑자기 사라진 거죠."


Chapter 3: 깊고 어두운 곳

모든 조각이 한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30년 전, 이준호는 상습적인 학대에 시달리던 친구 최서윤을 어딘가에 '숨겼다'. 그리고 그 충격으로 관련 기억을 스스로 봉인해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어디에 숨겼을까?

'아빠가 절대 못 찾게, 아주 깊은 곳에.'


강태우는 이준호를 다시 만났다. 이번에는 심리학자 오민재가 동행했다.

오민재는 최면 요법을 통해 이준호의 봉인된 기억의 문을 조심스럽게 두드렸다.


"서윤이가 보입니다. 그 아이는 항상 울고 있었어요... 제가 지켜주기로 약속했어요."

최면 상태의 이준호가 웅얼거렸다.

"그날도 서윤이는 온몸이 상처투성이였어요. 더 이상은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래서 제가... 학교 뒤 보일러실로 데려갔어요. 거기, 아무도 쓰지 않는 오래된... 지하 정화조가 있어요."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순간이었다.


팀원들은 즉시 학교로 달려가 도면을 확인했다.

지금은 폐쇄된 구관 건물 뒤편, 잊혀졌던 지하 정화조의 위치가 표시되어 있었다.

수색팀이 녹슨 맨홀 뚜껑을 열자, 30년간 닫혀 있던 공간에서 쾨쾨한 공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작은 아이의 유골이 발견되었다.


Chapter 4: 선의가 만든 비극

유골의 팔뼈에는 여러 번 부러졌다 붙기를 반복한, 명백한 학대의 흔적 '가골(Callus)'이 남아 있었다.

한서진은 DNA 분석을 통해 유골의 신원이 '최서윤'임을 확인했다.

하지만 충격적인 사실은 따로 있었다.

한서진의 부검 결과, 사인은 추락이나 익사가 아니었다. 아사(餓死). 굶어 죽은 것이었다.


"이준호 씨는 친구를 숨긴 게 아니었어요. 가둔 겁니다."

한서진이 비극적인 진실을 말했다.

"아마도 며칠 뒤에 몰래 꺼내주려고 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 사이 최서윤의 아버지가 학교에 찾아와 딸이 가출했다고 난리를 쳤고, 겁을 먹은 이준호 씨는 사실을 말하지 못했던 거죠. 그리고 그 트라우마가 기억을 지워버린 겁니다."


오민재가 덧붙였다.

"열한 살 아이에게 너무 무거운 짐이었어요. 어른들이 외면한 책임을, 아이가 홀로 짊어지려 했던 겁니다. 하지만 그 선의는... 최악의 결과를 낳았죠."


어린 아이의 선의가 만들어낸 최악의 비극.

어른들의 외면이 아이를 가해자로, 또 다른 아이를 차가운 주검으로 만든 끔찍한 사건의 전말이었다.


에필로그: 30년 만의 답장

최서윤의 아버지 최태성은 이미 5년 전 간암으로 세상을 떠난 후였다. 공소시효도 모두 지났다.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든 진실을 알게 된 이준호는 오열했다. 자신이 친구를 죽였다는 죄책감에 무너져 내렸다.

"제가... 제가 죽인 거예요. 구하려고 했는데... 제가 죽였어요..."

오민재는 그에게 심리 치료를 시작했다. 그것은 그가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그러나 반드시 마주해야 할 진실이었다.


며칠 후, '미스터리 수사대'의 사무실로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이준호가 보낸 편지였다. 거기에는 30년 전의 최서윤에게 미처 전하지 못했던 진심이 적혀 있었다.


서윤아.

미안해. 정말 미안해. 내가 너를 구하지 못했어.

하지만 이제는 말할 수 있어. 그건 네 잘못이 아니었어. 널 외면했던 우리 모두의 잘못이었어.

이제는 아프지 않은 곳에서, 네가 좋아하던 동화책 속 주인공들처럼 행복하길 바라.

30년이 걸렸지만, 이제라도 너의 목소리를 들을게.

- 준호가


강태우는 사건 파일을 닫으며 창밖을 바라봤다. 학교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그 아이들 중에는 지금도 도움을 청하고 있는 누군가가 있을까.


어른들이 침묵한 아이의 비명은, 수십 년 뒤에도 울려 퍼진다.



"본 소설은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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