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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수사대- 시즌1 도시의 그림자

7부: 실종된 딸을 찾는 아버지

by 공감디렉터J


Chapter 1: 멈춰버린 시간

2024년 11월 12일. 팀의 아지트로 배달된 것은 의뢰 서류가 아니었다.

낡고 두꺼운 서류 뭉치 수십 개가 담긴 상자들이었다. 상자마다 '김서현을 찾습니다'라는 문구가 인쇄되어 있었다.

지난 30년간, 아버지 김태준이 딸을 찾기 위해 전국을 헤매며 모은 모든 기록이었다.


사건은 1994년 겨울, 경기도 안산의 한 고등학교 앞에서 시작되었다.

하교하던 여고생 김서현(당시 17세)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녀의 방 책상 위에는 "서점 간다. 늦으면 빵 사가지고 올게"라는 메모가 놓여 있었다.

그것이 가족이 본 딸의 마지막 흔적이었다.

아버지는 생업을 포기하고 전국을 떠돌았다. 목격자를 찾는 전단지 수백만 장을 돌렸고, 비슷한 인상착의의 사람을 봤다는 제보만 있으면 어디든 달려갔다. 하지만 딸은 돌아오지 않았다. 경찰 수사는 별다른 성과 없이 미제로 종결되었고, 시간은 속절없이 흘렀다.


"이제 제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노인의 목소리는 쇠약했지만, 딸을 찾겠다는 의지만은 30년 전 그대로였다.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전까진, 우리 서현이는 죽은 게 아닙니다. 제발... 제 딸이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된 건지만이라도 알 수 있게 해주십시오. 이 서류들이 제 마지막 희망입니다."

그것은 단순한 의뢰가 아니었다. 한 아버지가 딸에게 바치는, 30년 세월의 애끓는 절규였다.


Chapter 2: 데이터의 바다에서

사건의 방대함과 시간의 간극을 고려하여, 프로파일러 강태우와 화이트해커 이지수가 팀을 이루었다.

강태우는 낡은 서류 속에서 범죄의 패턴을, 이지수는 디지털의 바다에서 희망의 조각을 찾기로 했다.


"30년 치 기록입니다. 제보 전화 녹취록, 목격자 진술서, 아버님이 직접 작성하신 탐문 일지까지..."

강태우는 며칠 밤낮으로 서류 더미에 파묻혔다. 대부분은 신빙성 없는 제보이거나 다른 사람을 착각한 경우였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수천 개의 정보 속에서 의미 있는 패턴을 찾으려 애썼다.


마침내, 그는 여러 제보 속에서 반복되는 하나의 키워드를 발견했다.

'흰색 승합차'와 '중년 여성'.

실종 초기, 안산과 인근 지역에서 '흰색 승합차에 탄 중년 여성이 여학생들에게 길을 묻는 것을 봤다'는 유사한 제보가 여러 건 있었지만, 당시 경찰은 단순 참고 진술로 여기고 깊이 파고들지 않았다.


"범행 수법이 너무 전형적이라 오히려 무시당한 겁니다."

강태우가 파일을 펼쳤다.

"하지만 이 시기에 집중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졌어요. 이건 우연이 아닙니다. 명백한 '사냥'의 패턴이에요."


강태우가 아날로그 기록 속에서 범인의 희미한 그림자를 쫓는 동안, 이지수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그녀는 아버지가 보관해 온 딸의 칫솔과 머리빗에서 DNA를 채취했다. 그리고 그것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장기실종자 유전자 정보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했다.


"과거에는 신원 미상의 변사체가 발견되어도 가족을 찾지 못하면 그대로 무연고 처리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이지수가 모니터를 가리켰다.

"이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DNA와 전국의 모든 무연고 변사체 DNA를 자동으로 대조 검색할 수 있죠. 만약 최악의 경우라도... 아버님은 진실을 마주할 권리가 있으니까요."


이지수는 거기에 그치지 않았다. 그녀는 30년간의 모든 제보 기록을 데이터화하여 지도 위에 시각적으로 구현했다. 점으로 표시된 제보 지역들은 특정 경로를 따라 흩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경로의 종착점 중 하나가, 강태우가 찾아낸 '흰색 승합차'의 마지막 목격 지점과 기묘하게 겹쳤다. 그곳은 1990년대 중후반까지 운영되었던, 불법 성매매 업소들이 밀집해 있던 인천의 한 지역이었다.


"이건... 조직적인 인신매매 네트워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강태우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희망을 찾던 추적은, 가장 끔찍한 진실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Chapter 3: 30년 만의 일치

추적이 교착 상태에 빠져들던 어느 날, 이지수의 모니터에 경고 알림이 떴다.


[DNA 정보 일치 알림]

등록자: 김서현 (1994년 실종)

일치 대상: 1997년 부산 암매장 사건 무연고 변사체 (관리번호 B-1997-23)


팀원들 사이에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30년간의 기다림이 마침내 끝을 고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재회의 기쁨이 아닌, 비극의 확인이었다.

1997년 봄, 부산의 한 야산에서 백골 상태의 여성 시신이 발견되었다. 신원을 확인할 길이 없어 무연고 변사체로 처리되었고, 그녀의 DNA는 27년 넘게 데이터베이스 속에서 잠들어 있었다.

이지수가 김서현 양의 DNA를 등록하자마자, 시스템이 3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두 사람을 연결한 것이다.

강태우는 부산 암매장 사건 기록을 재검토했다. 당시 수사는 답보 상태였지만, 유골과 함께 발견된 단추, 머리핀 등의 유류품 기록이 남아 있었다.

그는 김태준 씨가 보관해 온 딸의 사진첩을 펼쳤다. 그리고 실종 며칠 전 찍은 사진 속에서, 교복 위에 입고 있던 가디건의 단추가 유류품 사진 속 단추와 정확히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

진실은 잔혹했다. 김서현 양은 조직적인 인신매매단에 의해 납치되었고, 그들의 손에 살해되어 차가운 땅속에 묻혔던 것이다.


Chapter 4: 아버지의 바다

강태우와 오민재는 김태준 씨를 찾아갔다.

그들은 차마 입을 떼지 못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두 사람의 표정만 보고도 모든 것을 직감했다.

그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그저 30년의 세월이 담긴 깊은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우리 서현이... 추운 데서 오랫동안 혼자 있었겠구나."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이제라도... 아빠가 데리러 가야지."


며칠 후, 작은 장례식이 치러졌다.

유골함은 아버지가 평생을 바쳐 딸의 전단지를 뿌렸던 바다가 보이는 곳에 안치되었다.

김태준은 딸의 유골함 앞에서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찾습니다'라는 문구가 없는 종이를 꺼내 들었다.

거기에는 서툰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사랑하는 내 딸 서현이에게.

이제 춥지 않은 곳에서 편히 쉬렴.

아빠가 너무 늦게 찾으러 가서 미안하다.

다음 세상에서는, 아빠가 꼭 너를 먼저 알아보고 지켜줄게.

- 사랑하는 아빠가


그는 편지를 곱게 접어 유골함 옆에 놓았다. 30년간의 끈질긴 추적은 끝났다.

하지만 딸을 향한 아버지의 사랑은, 이제 영원한 그리움이 되어 바다와 함께 남았다.


사랑은 시간을 이기지 못해도,
희미한 흔적마저 기억하여 기어코 길을 찾아낸다.



"본 소설은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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