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부: 사라진 스트리머
Chapter 1: 마지막 라이브 채팅
2025년 4월 2일. 'Lovely Jina(러블리 지나)'.
수십만 팔로워를 거느린 24세 여성 스트리머 최지나는 춤, 노래, 소통 방송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었다. 그녀의 밝은 에너지와 팬들에 대한 진심 어린 태도는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자신의 팬들과 함께 떠난 1박 2일 팬미팅 여행 라이브 방송 중에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팬들과 함께 강원도 계곡에서 물놀이를 즐기던 평화로운 순간, 갑자기 화면이 거칠게 흔들리더니 비명과 함께 방송이 끊겼다.
마지막으로 화면에 잡힌 것은, 공포에 질린 지나의 얼굴과 실시간 채팅창에 올라온 섬뜩한 메시지 하나였다.
'Jina is MINE(지나는 내 거야).'
방송 종료 후, 지나는 실종되었다. 현장에 함께 있던 팬 17명은 "갑자기 나타난 검은 옷의 남자가 지나를 끌고 숲속으로 사라졌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경찰은 즉시 수색에 착수했지만, 범인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사건은 단순 스토커에 의한 납치 사건으로 보였다. 하지만 '미스터리 수사대'의 화이트해커 이지수는 이 사건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마지막 채팅을 남긴 'Jina is MINE'이라는 아이디. 그것은 단순한 팬의 질투나 소유욕을 넘어,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의 서명처럼 느껴졌다.
Chapter 2: 디지털의 족적
사건의 핵심은 범인의 정체를 밝혀내는 것.
디지털 세상의 흔적을 추적해야 하는 만큼, 이지수와 프로파일러 강태우가 다시 한번 의기투합했다.
강태우는 먼저 피해자 지나의 주변을 탐문했다. 그녀는 밝고 긍정적이었지만, 동시에 극성팬과 악플러들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특히 '회장님'이라 불리며 지나에게 매달 수천만 원을 후원해 온 한 열성팬의 집착은 도를 넘는 수준이었다. 그의 아이디는 '지나바라기'. 지나의 모든 방송에 출석했고, 다른 팬들과 지나의 관계를 질투하는 댓글을 자주 남겼다.
"범인은 지나의 열성팬 중 한 명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강태우가 팀원들에게 브리핑했다. 하지만 이번은 조직이 아니라 개인의 범행으로 보였다.
"그는 온라인에서의 후원과 지지를 통해, 지나에 대한 강력한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었을 겁니다. 팬미팅은 그에게 '자신의 것'을 다른 팬들과 나눠야 하는, 견딜 수 없는 상황이었겠죠."
한편, 이지수는 'Jina is MINE'이라는 디지털 유령을 쫓았다.
아이디는 가상 IP를 통해 생성된 유령 계정이었다.
"범인은 자신의 흔적을 지우는 데 능숙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고 싶은 욕망을 숨기지 못하고 있어요."
그녀는 지나의 모든 방송 기록과 팬 커뮤니티의 게시글, 댓글 등 수백만 개의 데이터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특정 단어, 이모티콘, 문장 부호의 사용 패턴을 AI로 분석했다.
며칠간의 작업 끝에, 그녀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Jina is MINE' 계정과 '지나바라기' 계정의 언어 습관이 92% 일치합니다. 하지만... 이상한 점이 있어요."
Chapter 3: 가면 뒤의 가면
"'지나바라기'의 본명은 양도준. 평범한 중소기업 직원입니다. 하지만 그의 디지털 활동 패턴을 분석한 결과, 이상한 점을 발견했어요."
이지수가 모니터를 가리켰다.
"'지나바라기'는 지나의 모든 방송에 출석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특정 시간대에만 활동했어요. 평일 낮 시간과 주말 오전에는 거의 접속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Jina is MINE' 계정은 정반대예요. 평일 낮과 주말 오전에 주로 활동했죠."
강태우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두 사람이 계정을 공유하고 있다는 뜻인가요?"
이지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양도준은 범인이 맞지만, 그에게는 공범이 있어요."
팀은 양도준의 주변 인물을 다시 조사했다. 그리고 그의 여동생 양미진이 오빠의 계정을 자주 사용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녀는 오빠가 지나에게 집착하는 것을 보며, 처음에는 말렸지만 점점 그 집착에 동화되어갔다.
"오빠가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특별한 사람일 거야."
그녀는 오빠를 위해 지나를 감시하기 시작했고, 결국 범행을 함께 계획하게 된 것이다.
팀은 양미진의 휴대폰 위치 추적 기록을 분석했다. 그녀는 팬미팅 당일, 계곡 근처에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차량 블랙박스에는 결정적으로 지나를 끌고 숲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Chapter 4: 남매의 광기
경찰은 양미진을 체포했다. 그녀는 오빠를 감싸려 했지만, 증거 앞에서 결국 모든 것을 자백했다.
"오빠는... 현실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어요. 회사에서도 무시당하고, 사람들한테도 인정받지 못했죠. 하지만 지나 앞에서만큼은 '회장님'이었어요. 유일하게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어요."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런데 다른 팬들이 지나를 탐낸다고 생각하니... 오빠가 너무 괴로워했어요. 그래서 제가... 도와주기로 했어요."
남매는 함께 범행을 계획했다. 팬미팅 당일, 양도준은 다른 팬들과 함께 현장에 있으면서 알리바이를 만들었고, 양미진이 실제로 지나를 납치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계획에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었다. 서로를 너무 믿었다는 것. 그리고 디지털 흔적을 완벽하게 지울 수 없다는 것.
에필로그: 빛을 잃은 별
지나는 무사히 구출되었지만, 그녀의 영혼에는 깊은 상처가 남았다. 그녀는 더 이상 카메라 앞에서 밝게 웃을 수 없었다. 자신을 향한 모든 시선이, 모든 '좋아요'가 잠재적인 위협으로 느껴졌다.
결국 그녀는 스트리머 은퇴를 선언했다.
이지수는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와, 지나의 마지막 방송 영상을 바라봤다. 채팅창을 가득 메웠던 수많은 환호와 응원의 메시지들. 그 빛나는 메시지들 속에, 이토록 끔찍한 어둠이 숨어있었다.
며칠 후, 지나의 계정에 짧은 손편지 사진이 올라왔다.
'그동안 사랑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저는 이제 '러블리 지나'가 아닌, 그냥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가려고 합니다. 화면 속의 제가 아닌, 진짜 저를 찾아가는 긴 여행을 떠납니다. 모두들 안녕히 계세요.'
그녀는 수십만 팔로워라는 빛나는 왕관을 스스로 내려놓았다. 그리고 비로소, 자신을 옭아매던 디지털의 감옥에서 걸어 나왔다.
화면 속 '좋아요'는 때로 현실의 목을 조르는 올가미가 되고,
팬심이라는 이름의 애정은 가장 잔혹한 소유욕의 다른 이름이다.
"본 소설은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