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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사무실에서 울어본 적 있나요?

내 마음에 '새로고침'이 필요할 때(6)

by 공감디렉터J


점심시간 12시 5분.

엘리베이터가 토해낸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텅 빈 사무실.

저는 샌드위치 하나를 사 들고 자리에 앉습니다.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귀에 꽂는 것입니다. 세상의 소음을 차단하는 버튼을 누르면, 웅웅대던 에어컨 소리도, 저 멀리 복도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도 순식간에 진공 상태처럼 사라집니다.

모니터를 보며 오물오물 샌드위치를 씹습니다. 편합니다. 누구의 비위도 맞출 필요 없고, 어색한 침묵을 메우려 날씨 이야기를 꺼내지 않아도 되니까요. 우리는 이것을 '개인의 자유' 혹은 '합리적인 휴식'이라 부릅니다. 그런데 이상하죠. 완벽하게 혼자인데, 그 고요함 속에서 문득 목구멍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요?

화려한 파티션 속에 갇힌 우리는 모두 각자의 섬에 살고 있습니다.

메신저로는 1초 만에 업무 파일을 주고받지만, 정작 "요즘 좀 어때요?"라는 말 한마디는 1년이 가도 주고받지 못하는 사이. 우리는 서로에게 가장 가까이 앉아 있는 타인입니다.


"저 좀 내버려 두세요"의 진짜 속마음

요즘 서점가와 SNS를 휩쓰는 키워드는 단연 '선 긋기'입니다.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회사에서는 딱 월급만큼만".

우리는 상처받지 않기 위해, 내 에너지를 지키기 위해 투명한 벽을 세웠습니다.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의 전문의를 만났을 때, 저는 이 현상에 대해 물었습니다.


"요즘 MZ 세대들은 간섭받기 싫어하고 혼자 있는 걸 좋아하지 않나요?"

의사 선생님은 고개를 저으며 의외의 대답을 내놓았습니다.

"상담실을 찾는 젊은 직장인들과 깊은 이야기를 나눠보면, 그들은 결코 고립을 원하지 않습니다. '나를 내버려 둬'라는 말은 '나에게 관심 끄세요'가 아니라, '내 업무 방식을 존중해 주세요'라는 뜻에 가깝습니다. 오히려 그들은 그 누구보다 외로워하고 있습니다."


충격이었습니다. 우리가 세운 그 벽 안에서, 사실 우리는 누군가 문을 두드려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겁니다. "이 일은 이렇게 처리하면 돼", "힘들면 잠깐 쉬었다 해"라는 따뜻한 관심과 지지.

간섭이 아닌 '연결'을 원했던 것이죠.

하지만 현실의 사무실은 삭막합니다. 내가 힘들다고 말하면 무능해 보일까 봐, 혹은 그 말이 약점이 되어 돌아올까 봐 입을 다뭅니다. 그렇게 삼킨 말들은 속에서 곪아 터져, 어느 날 화장실 칸 안에 숨어 소리 없는 눈물을 흘리게 만듭니다.


익명의 데이터가 건네는 안전한 위로

말하고 싶지만 말할 곳이 없는 이 모순적인 상황.

여기서 마인드테크는 아주 독특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바로 '안전한 대나무 숲'이 되어주는 것이죠.

최근 많은 기업들이 EAP(근로자 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마인드테크 앱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상담실에 들어가는 것조차 "쟤 무슨 문제 있나 봐"라는 수군거림의 대상이 되었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익명으로 전문가에게 말을 겁니다.


"팀장님의 피드백 방식 때문에 숨이 막혀요."

"제가 이 프로젝트를 망칠까 봐 밤마다 악몽을 꿔요."


사람에게는 차마 하지 못했던 말들을 채팅창에 쏟아냅니다. 그러면 데이터 뒤에 있는 전문가, 혹은 잘 훈련된 AI가 답을 줍니다. 사내 정치나 평가를 걱정할 필요 없는, 오로지 '내 감정'에만 집중해 주는 대화입니다.

한 직장인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회사 앱이라서 처음엔 감시당할까 봐 겁났어요. 그런데 막상 써보니, 제 하소연을 들어주는 유일한 곳이더라고요. 동료에게 말하면 뒷담화가 되지만, 여기에 말하면 상담이 되니까요."

기술은 우리에게 '안전거리'를 확보해 줍니다. 너무 가까워서 데이지 않도록, 하지만 너무 멀어서 얼어 죽지 않도록. 적당한 거리에서 내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창구가 되어주는 것입니다.


다시, 이어폰을 빼고

물론 앱이 모든 걸 해결해 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앱을 통해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쏟아내고, 위로받고 나면 다시 고개를 들어 옆 사람을 볼 용기가 생깁니다.

의사 선생님은 "외로움은 보건 위협"이라고까지 말했습니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일하고, 혼자 성과를 내야 하는 압박감 속에서 우리는 서서히 시들어갑니다.

오늘 점심시간엔, 아주 잠깐이라도 이어폰을 빼보는 건 어떨까요? 거창한 대화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오늘 날씨가 참 좋네요", "그 샌드위치 맛있어 보이네요" 같은 사소한 말 한마디.

그 작은 틈으로 바람이 통하고, 사람의 온기가 스며듭니다.


우리는 일하는 기계가 아닙니다. 감정을 가진 사람입니다. 당신의 옆자리에 앉은 그 사람도, 지금 꽂고 있는 이어폰 속에서 어쩌면 가장 외로운 노래를 듣고 있을지 모릅니다.

기술이 마련해 준 안전한 대나무 숲에서 마음껏 소리치고 오세요. 그리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왔을 땐, 옆 동료에게 작은 눈인사라도 건넬 수 있기를. 우리는 서로에게 '남'이지만, 같은 파도를 견디고 있는 '동료'니까요.


다음 화에서는 마음이 아플 때 몸이 먼저 보내는 구조신호, 그리고 스마트워치가 알려주는 내 감정의 진실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이성은 거짓말을 해도, 심장은 거짓말을 하지 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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