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 근교여행_포토맥 강 따라 07
: 미술. 건축. 그리고 대자연의 절묘한 조화
한국에서 출국 2주 전, 워싱턴 D.C. 사는 아이로부터 기다란 이메일이 왔다.
"어머니. 아버지, D.C. 인근에 두 분 가보시면 좋을 것 같은 관광지/명소 리스트를 한번 만들어 봤습니다... 특히 메릴랜드 Potomac에 Glenstone Museum (https://www.glenstone.org/)이라는 미술관이 있는데 어머니가 좋아하실 것 같아서 6/8 오후 1시에 두 분 예약해 두었습니다. 예약제로만 운영되는 곳이긴 한데 무료입장이라 언제든 변경, 취소 가능하니 언제든 말씀해 주세요. Fairfax/Chantilly에서는 30분 정도 거리입니다."
아이가 보낸 이메일을 받고 박물관 예약 날짜를 눈여겨보니 엄마의 생일날에 맞추어 관람 예약을 해둔 것이다. 이번에도 아이의 세심한 마음 씀씀이가 고맙다. 그렇다면 '아이가 생각하기에 엄마가 좋아하는 곳'은 과연 어떤 곳일까 궁금했다. 보내준 웹사이트 주소를 바로 클릭했다. 와우~ 웹사이트부터 바로 박물관이다. 사진과 영상이 환상적으로 펼쳐진다. 작가와 전시관 작품, 야외 전시 작품 설명을 비롯해 작품 전시 과정, 박물관에 얽힌 다양한 사연들이 세세하게 적혀있다. 당장 달려가고 싶다.
아이가 추천해 준 여행지를 따라 워싱턴 D.C. 근교를 여행하고 있다. 오늘은 생일날, 글렌스톤 가는 날이다. 일어나자마자 일찍부터 서둘렀다. 가능한 글렌스톤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고 싶어서다. 곧 시작될 박물관 탐험, 어떤 예술적 메시지를 받을 수 있을지 기대감으로 가슴은 벅차오른다.
Arrival Hall에 도착, 자연의 품에 포근하게 안겨있는 간결하고 고요한 분위기의 건축물, 자연을 닮은 실내로 들어왔다. 커다란 통 창문 프레임으로 들어오는 자연의 밝은 햇살과 초록빛 풍경, 듬성듬성 꽂혀있는 북스토어 원목 책장, 자연과 실내가 자연스레 연결되고 있다.
널따란 숲 속을 한참을 걸어 거대한 자연의 품속에 안긴 전시관을 만났다. 하지만 사진을 남길 수 없어서 몹시 아쉬웠다. 건축과 자연이 자연스레 하나로 연결된 공간 속에서, 세계적인 현대미술 작가의 작품과 독대하며 이리 보고 저리 보며 하나하나 찬찬히 살펴보았다. 지연의 품속에서 예술작품에 더욱 몰입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이어서 야외 전시된 작품을 따라 자연 속 작은 점이 되어 여유롭게 걸었다. Arrival Hall 출발 > Arrival Bridge > Bench> Native Meadow > Main path > Gallery Bridge > Woodland Trail > 광활한 자연을 벗 삼아 쉬엄쉬엄 걸었다.
야외에 전시된 작품의 작가들, Koons > Smith > Da Corte > Ray > Pavilions.Heizer (공사 중 이어서 너무 아쉬웠다.) > Car Gonzalesz-Torres > Kelly > Serra > diff & Miller > Goldsworthy > Leigh > Serra > Gober > Serra를 차례로 만났다.
| 거대한 예술정원, 글렌스톤 미술관
글렌스톤 미술관 (Glenstone Museum)은 2006년에 개관한 미국에서 가장 큰 사립 현대미술관으로 꼽힌다. 워싱턴 D.C. 에서 북서쪽으로 30분가량 떨어진 메릴랜드주 포토맥강의 지류인 그린배리어천 주변, 독특한 수생 생태계를 품고 있다.
미술관은 16만 평의 널따란 숲 속에 숨어있다. 숲 속을 따라 산책로, 트레일, 시내, 초원, 숲, 그리고 야외 조각 작품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우드랜드 트레일은 전체 구간을 모두 탐방할 경우, 길이가 1마일(약 1.6km) 정도다. 글렌스톤은 미술. 건축. 자연이 하나로 절묘하게 어우러진. ‘미술관’이라기보다 하나의 거대한 '예술정원'이다. 미술 애호가로 알려진 BTS의 RM이 2021년 방문하면서 입소문이 났다.
본관 갤러리는 널찍한 전시 공간의 건축물이 주변 풍경 및 예술과 조화를 이루도록 디자인했다. 단순하고 미니멀한 디자인의 건축은 소장품을 돋보이게 하고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룬다. 전시 공간은 실내와 야외가 자연스럽게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세계적인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 회화·조각·설치미술 등 다양한 장르를 감상할 수 있다. 조명과 공간 배치가 작품 감상에 최적화되어 예술작품에 더욱 몰입할 수 있는 독특한 경험을 선사한다.
숲 속 야외 공간에 드문드문 설치된 야외 조각품 컬렉션은 숲, 산책로, 개울과 목초지, 야외 조각품 등이 평화롭게 어우러져 절묘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미술. 건축. 풍경을 완벽하게 하나로 통합해 자연 속에서 예술을 체험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 설립 배경
미술관은 2006년 미국 다나허 그룹(생명공학 분야 글로벌 기업)의 창립자 미첼 레일즈(Mitchell Rales)와 아내 에밀리 레일즈(Emily Rales)가 설립했다. 미첼은 1990년대부터 미술품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1998년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사지에서 살아난 후 그토록 공을 들인 글렌스톤 컬렉션을 무료로 운영하기로 했다. 그들의 현대 미술에 대한 깊은 애정과, 예술을 보다 많은 관객과 공유하려는 열망에서 비롯되었다. 건축은 유명한 건축가 테드 아일린(Ted Arenson)과 피터 존슨(Peter Johnson)이 설계했다.
글렌스톤은 단순히 작품을 ‘보는’ 공간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예술을 ‘경험’하는 장소였다. 전통적인 미술관과는 다른 새로운 시각에서 예술을 감상하는 신선한 경험을 선사했다. 일상과의 단절을 부드럽게 유도했다. 대 자연 속 잔디밭, 연못, 숲길 등을 찬찬히 걸으며 조각, 구조물, 설치작품 등을 감상했다. 온전한 여유를 만끽하는 ‘예술 산책’을 했다.
고요히 사색에 잠기며 산책을 했다. 급한 마음과 머릿속을 채우던 바쁜 일상은 이미 사라지고 없다. 산책으로 비워진 마음에 자연스레 스며드는 감동, 지금까지 경험한 것과는 색다른 감동이었다. 예술이 가진 힘에 압도당하고 말았다. 예술은 이렇듯 사람의 고정된 사고방식을 이렇게 뒤흔들어 놓나 보다.
| Arrival Hall
| Split-Rocker (Jeff Koons) 2000
| As Long as the Sun Lasts, Alex Da Corte 2021
| Smug, Tony Smith 1973/2005
| Untitled, Ellsworth Kelly 2005
| Untitled, Gonzalez-Torres 1992–1995
| The Gallery
| Sylvester, Richard Serra 2001
| Horse and rider, Charles Ray 2014
| Clay Houses (Boulder-Room-Holes), Andy Goldsworthy 2007
| Satellite, Simone Leigh 2022
| Four Rounds: Equal Weight, Unequal Measure, Richard Serra 2017
| Serra Contour 290, Richard Serra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