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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늠름사장 Oct 26. 2024

서점인가 카페인가, 북카페의 균형 잡기

북 or 카페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기도 했고,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는 공간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북카페를 운영하게 되었다.



'책과 커피를 함께 즐기는 공간이라면 나 같은 사람들이 많이 오겠지?'라고 생각하면서.


하지만 나는 몰랐다. 서점도 아닌, 카페도 아닌 이 애매한 공간에서 균형을 잡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는지.



1인 사장님이 혼자서 카페도 운영하고, 책방도 운영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동네 책방이 유행하면서 사장님 취향이 반영된 책방을 기대하고 방문하는 손님들의 기대치도 높았고, 요즘은 개인 카페에서 판매하는 커피에 대한 기대치도 높았기 때문이다.



커피 하나만, 책방 하나만 운영하기에도 어려운 게 현실인데 두 가지 모두 잘하려다 보니 당연히 힘들 수밖에.


"책만으로는 매장을 유지하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고 나 역시도 그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 실제로 책 판매 수익은 생각 이상으로 낮았다. 월세를 충당하기 위해서 "나는 하루에 책을 몇 권이나 팔아야 하지?" 계산기를 두들길 때마다 아득했다. 그래서 결국 커피도 판매하면서 책도 소개하는 식으로 매장을 운영하기로 했는데 그마저도 정말 쉽지 않았다.



"사장님, 이 책은 자유롭게 읽어도 되나요?"

"이 책은 판매용인가요?


책이냐, 커피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예상하지 못한 큰 문제를 맞닥뜨리게 되었는데, 그건 바로 <북카페>라는 애매한 정체성이었다.



매장에 비치되어 있는 책을 전부 판매용으로만 진열할 것인지, 매장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면서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운영할지 결단이 필요했다. 판매용 책과 무료로 읽을 수 있는 책을 함께 제공하면서 서로 시너지가 되어줄 것이라 믿었지만 결국 애매한 정체성만 남아버렸다.



"북카페를 운영하는 건 낭만적일까요?"

이전에 북카페를 운영했었다고 말을 하면 많은 사람들이 어땠냐고 물어본다. "어땠냐는" 단어에는 참 많은 말이 함축되어 있는 걸 알고 있다. 책과 커피, 그리고 공간을 운영하면서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로망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면 잠시 숨을 고르고 한번 더 생각해 보라고 대답한다. 책과 커피, 그리고 공간을 운영하는 건 진짜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여전히 북카페 사장님이라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여전히 책과 커피, 좋아하는 공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고 애쓰고 있다. 비록 첫번째 이야기는 아쉽게 막을 내렸지만, 두번째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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