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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캉스 뺨치는 요양병원

by 주혜


암전문 요양병원에 입원한 지 딱 일주일이 지났다.

살면서 내가 내 몸만 돌보며 삼시세끼 꼬박꼬박 챙김 받으며 호위호식했었던 때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물론 프라이빗한 공간은 아니지만, 순간순간 ’ 거의 호캉스인데’라는 생각도 한다.

송파구에 위치한 췌담도암 전문 요양병원인 엠에스 병원에 입원해 있다.

작년 8월에 오픈해서 너무 깨끗한 내부환경에 과잉하다 느껴질 정도의 친절한 의료진들, 오랜 항암으로 저려오는 손발과 뻐근해진 몸을 케어해 주는 시원한 도수치료등으로 이건 뭐 호캉스보다 더 좋은 편의를 누리고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다른 환자들에 비하면 나는 수술 부위의 배만 조금 당기는 수준이라 멀쩡한 모습으로 로비를 종횡하는 나를 보고 '저 여자는 여기 왜 있는 거지?' 할 만한 시선들을 많이 받았다.

조금은 민망하지만 난 분명히 그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은 진단명과 큰 수술을 한 사람임은 분명하기에 민망함은 접어두기로 한다.


내 침대는 창가자리고 한 면이 다 창문으로 되어있어 시원한 개방감이 있다.

바깥 풍경, 특히 바로 앞에 보이는 롯데타워의 위용이 밤이 되면 더 선명해져서 참 아름답다.

하지만 밤이 되어 자려고 누우면 아무래도 차소리나 아주 가끔 만취한 사람의 고성으로 깊은 잠에 빠지기 힘들었는데, 그것도 일주일이 지나니 어느 정도 적응이 되나 보다.

어제는 입원하고 처음으로 매우 꿀잠을 잘 수 있었고, 또 새벽녘에는 아주 좋은 꿈을 꾸며 눈을 떴다.

아직 갈길이 멀긴 하지만, 그래도 앞으로의 수많은 내일들이 더 설레기 시작한다.


수술 전 찾아봤던 PPPD(췌십이지장절제술) 수술 후 상황들은 수술에 대한 두려움만 커지게 만들었던 정보들이란 걸 다시 한번 깨닫는다.

궁금해서 찾아본 정보들이지만 그것은 그냥 상황을 이해하는 선에서 끝나야지, 나도 그럴 것이라는 상황을 적용시킬 필요는 없다.

그동안 암투병하면서 찾아본 많은 사례들이 내게 적용된 건 거의 없었다.

괜한 과잉정보로 불필요한 두려움만 양상 시킬 뿐이었다.

그래, 멀쩡한 사람들은 굳이 기록으로 남길 필요가 없었겠지. 뭔가 이상하고 유난히 아팠고 진행상황이 순조롭지 않은 사람들이 기록하고 문의하기 마련이다.

큰 수술임은 자명하지만 내가 느꼈던 두려움과 걱정들은 이번에도 기우였음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적은 양이지만 나는 밥도 잘 소화시키고 조금씩 운동도 하며 잘 지내고 있다.

완벽하게 주어진 나만의 공간과 시간 속에서 책도 잘 쓰고 있고.

책은 예정이었던 9월에서 조금 앞당겨져 7월 말 8월 초쯤에 출간이 될 듯하다.

그러려면 5월 말까지는 원고가 마감되어야 하기에 지금 글쓰기에 여념이 없다.

편안하고 행복한 시간 속에서 원고를 쓸 수 있음에 다시 한번 이 시간이 사무치게 감사하다.

변변치 않은 글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내 글이 희망의 메시지가 되길 염원하면서...

글 한자, 한자에 응원을 눌러 담아 글을 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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