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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 Aug 15. 2024

엉뚱하지만, 가능할 것 같은 상상

생각을 찾아줘

자려고 누우면 뭔가 멋진 생각이 줄줄 이어지는 것 같다.

혼자 길을 걷다 보면 멋진 에세이 한 편이 머릿속에서 완성되기도 한다. 

잠시 쉬고 싶어 조용히 커피 한 잔을 마실 때도 생각은 가만히 있지 않는다. 

가장 좋은 생각이 날 때는 오토바이 택시 뒤에 타고 갈 때다. 오토바이 뒷자리에서는 안전하게 앉아있는 것 말고는 도착할 때까지 할 일이 없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생각의 바다로 빠져든다. 꽤 멋진 생각들이다. 휴대폰을 꺼낼 수 없으니 기억하려 애쓰며 생각을 이어간다.


아침에 일어나면 써야지.

집에 가자마자 써야지. 조금 이따가... 

그리고 컴퓨터 앞에 앉으면 그 멋진 생각들은 사라지고,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조차 모를 때도 많다.

생각이 난다고 해도 막상 글로 적으면 형편없어서 다 지워버리는 게 다반사다.


머리에 생각나는 걸 내가 원할 때 그대로 글로 저장해 주는 장치가 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해본다. 

말을 글로 옮겨주는 기능도 있고, 사진에 있는 문자를 글로 옮겨주는 기능도 있는데, 이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뇌의 영역이니 좀 더 어렵고 복잡한 문제려나. 

물론 애플워치에 말을 하면 자동으로 글로 바꿔서 저장해 주는 서비스가 있지만, 시끄러운 오토바이 뒤에서라던가 조용해야 하는 공간에서는 소용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서비스가 내 손목에 붙어 있다는 사실을 거의 대부분 잊고 지낸다.

내 생각을 기억해 주는 장치. 누군가 내 생각을 훔쳐볼 수도 있겠다 싶은(뭐 별 거 없겠지만. 아니다, 혼잣말 뒷담화는 걸리면 안 된다) 위험한 상상 같기도 하지만, 그냥 흩어져버리는 생각들이 아쉬워 이런 공상을 해본다.


저녁을 먹고 걸어오면서 했던 수많은 생각을 옮겨보려고 책상에 앉은 지금. 

또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나이 탓이려니, 시간 탓이려니. 총명탕이 필요한 때라고 위로를 해본다. 

아니, 어쩌면 그 생각들이 글로 저장된다 해도 읽어보면 원래 별 쓸모없는 글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냥 그렇게 생각하련다. 여우의 신 포도처럼.

산책하며 보는 우리 동네
전통과 트렌드, 복합적인 분위기가 공존하는 우리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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