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하고 순수함이 필요한 시간
요즘 나는 주로 청소년 소설을 읽는다.
청소년 소설은 자극적이지 않고, 복잡하지도 않다. 청소년들을 위한 교훈적인 메시지도 좋다. 딱딱한 메시지가 아닌 따뜻한 응원이, 괜찮다는 쿨함이 참 좋다. 관계를 풀어내는 작가의 시선도 참 좋다.
과하게 어둠으로 빠져들지 않고, 오픈 결말도 아니어서 좋다. 대체로 청소년 소설은 꽉 찬 행복한 결말이다. 독자의 마음으로, 엄마의 마음으로 아이들을 응원하게 된다. 청소년 소설로 분류되어 있지만, 어른 소설로 읽어도 충분히 좋다.
갈등하고 방황하고, 관계에 힘들어하는 이야기 속 아이들의 모습이 종종 내 마음을 시리게 한다. 사춘기 아이들이 주인공인 책을 읽으면서 내 사춘기 딸이 이해되는 게 아니라 내가 이해되었다. 오래전 내 지난날이 위로받고, 지금의 나도 위로받는다. 인간관계라는 건 사춘기에만 있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누군가를 만나고 멀어지기를 반복하니 말이다. 여전히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고 싶고, 미움받기 싫어서 생기는 마음의 어려움이 있다.
혼자면 좀 어때서. 외로우면 좀 어때서. 그럴 수도 있지.
청소년 소설을 읽으며 내 마음을 점검하게 된다.
“딸아, 나는 이 책이 힘들구나.”
“왜? 난 재미있게 읽었는데?”
“주인공이 너무 힘들어 보이잖아. 읽기가 힘들어.“
“엄마, 난 주인공이 나랑 비슷해서 재미있게 읽었어.”
“너도 그랬어?”
“학년 초에는 겪는 일이지.”
(읽고 있던 책 : <체리새우:비밀글입니다> 황영미 작가, 문학동네 펴냄)
나는 독서가 참 좋다. 아이와 나누는 책 이야기가 좋다. 책은 내가 아이에게 공감해 줄 수 없는 걸 공감해 주고, 위로해 준다. 아이는 책을 읽으면서 자기 마음을 성장시킨다.
이런 이유로 아이가 고른 책은 자주 사주는 편이다. 그건 아이의 취미다. 아이의 학년에 읽으면 좋은 책들도 읽게 하지만, 독서가 공부가 되거나 과제로 무거워지지 않게 읽고 싶어 하는 책들을 함께 읽게 한다.
어떤 내용인지 물어보면 아이는 신나게 얘기하고, 나는 추임새를 넣어가며 들어준다. “어머어머!“, ”그래서?“ 그런 엄마의 추임새가 있어야 아이는 더 신나서 말한다. 속으로는 아이의 요약 습관과 어휘력을 체크하면서도 겉으로는 티 내지 않는다.
(아이가 읽은 책 : <루미너스 오늘부터 데뷔합니다> 김영주 작가, 다산어린이)
“마지막에 어떻게 되는지 말해줄까? 아니다, 스포니까 엄마가 직접 읽어봐.“
“아냐, 난 긴장되는 거 싫어서 결말을 알고 읽는 게 더 좋아. 얘기해 줘.”
“있잖아, 그게….!!”
아이의 계속된 스포일러를 들으며 ‘끝까지 잘 읽었군’ 생각한다.
(읽고 았던 책 : <죽이고 싶은 아이>, 이꽃님 작가, 우리학교 펴냄)
방으로 아이가 상기된 표정으로 들어왔다.
나 이 책 2권이랑,
이 책도 사줄 수 있어?
너무 재미있어!
아이는 사춘기를 겪으며 나를 낯설게 만들어 힘들 때도 많지만, 계속해서 책이 나와 아이 사이에 다리가 되어주면 좋겠다. 덕분에 나도 계속 좋은 책 읽고.
재미있게 읽은 청소년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