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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조각.

by 남다른 양양

1.

생각해 보면 너는 항상 그런 식이었다. 그리고 나도 항상 그런 식이었지.

나는 여기서 너는 그곳에서 서로 상처받기 싫다고 몸을 사리기 바빴다. 다른 사람은 언제나 쉽게 허락되는 것들이 왜 이리 서로는 어려운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겠다. 아니 어쩌면 너는 문제가 아니었는데 나만 이 모든 게 문제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냥 그게 답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나는 확신 없는 너의 감정 속에서 이리저리 허우적거리는 게 너무 슬펐다. 그래서 그 확신 없음이 명확함으로 바뀌기를 온 사력을 다해서 기다렸는데, 너는 아마 죽어도 모르겠지 싶어서 쓴웃음만 났다. 아마 아무도 모르겠지.


2.

'사랑받고 자란 사람이라는 형상을 말하면 꼭 너 같을 것 같아.'

언젠가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사랑받고 자란 게 너무 티가난 다면서 이혼가정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는 개소리를 지껄인 적이 있다. (앞 문장까지는 좋았는데 이혼가정이라는 편견을 드러내는 순간 개소리라고 생각했더랬다.) 이혼가정이라고 해서 사랑을 못 받고 자라지는 않는다. 오히려 너무 충만해서 그 사랑으로 평생을 사는 사람도 있고, 누군가는 평범한 가족 안에서 성장했지만 '결핍'을 이야기하기도 하니까. 결국 사랑이라는 건 각자가 받는 것도 주는 것도 다른 환경 속에 있을 뿐 꼭 눈에 보이는 완성형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아직도 엄마 아빠는 날 위해 죽을 수도 있다는, 나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한다는 것을 믿고 있다. 어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 믿음이 있다. 엄마가 하늘에 있어도 여전히 나는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말 다했지 뭐. 사랑은 중단되는 것이 아니다. 건너 건너서 흐르고 있을 뿐.


3.

지금의 '계절'은 나에게 무엇일까 가끔 생각한다. 지금은 여름이니 여름이 어떤 것이었을까 생각해 보곤 하는데, 단순히 계절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감정이 아닌, 그때의 여름 내가 경험한 것들을 시간이 지나서 나열해 보면 결국 한 단어로 설명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40대가 되고 난 짧은 기간의 여름은 '여름' 그냥 그 자체가 되었는데, 뒤돌아보면 10대의 여름은 반짝임이었고, 20대의 여름은 열정, 30대의 여름은 혼돈이었던 것 같다.


다른 계절보다 여름의 무언가는 항상 극과 극이었어서 제일 힘들어했던 계절이기도 했는데 돌아서 생각해 보니 희로애락을 다 겪었던 계절이 없었던 것 같다. 사계절 중 유독 여름이 이렇게나 남아있는 것은 숨이 막히는 더위보다 그때의 강렬함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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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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