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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조각.

by 남다른 양양

1.

오래전 사진을 찾아야 할 일이 있어서, 오랜만에 N드라이브에 저장해 둔 사진을 연도별로 훑어보기 시작했다. 처음엔 별거 아닌 그 사진을 한 장 찾겠다고 별생각 없이 사진첩을 열었는데, 사진을 찾고 나서도 한참 동안 해마다 남겨진 사진들을 보다가 마음이 들썩거렸고 알 수 없는 여운도 길게 남아있었다.


개인적으로 내 얼굴을 찍는 것보다 내가 보고 예쁘거나 좋은 것들을 남겨놓는 편이고, 내 주변 사람들 중에 사진 찍는 걸 즐기는 사람들이 없어서 사진이 많지는 않지만 간간히 남겨져있는 사진들을 보니 그때 그 상황들이 확실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사진이 줄 수 있는 그 추억들이 생각나서 웃기도 하고, 또 생각나지 않았던 그 무언가를 알게 되기도 해서 좋기도 했지만 지나가는 사진 속에서 괴로웠던 일들도 떠올라 힘들기도 한 걸 보니 내 삶의 굴곡이 그 안에서도 느껴져서 마음이 들썩였나 보다 싶었다.


나라는 사람의 서사가 너무 평범하고 누구나 겪는 일을 겪고 있을 뿐이더라도 사진 속을 보니 함께 있는 사람도 떠나간 사람도 보이고, 즐거워하기도 하고 힘들었던 상황들을 보니 마음이 들썩일 수밖에. 혼잣말로 당장 내년에 힘들었는데.. 하고 사진을 보다가 매년 이 나이가 처음이라는 그 말이 갑자기 위로가 되어서 웃기도 했다. 앞으로도 다채롭고 충실하게 무언가가 남아있기를.


2.

전유성 아저씨가 돌아가셨다.

어릴 적 TV에서 보던 누군가의 죽음은 아쉬움과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하는 일이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 그를 보았던 많은 사람들의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들은 가까운 동료 및 후배들의 슬픔과 비례하지 않겠지만, 한 시대가 저물어간다는 느낌에 올라온 기사를 클릭하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의 죽음 속 많은 사람들의 슬픔 속 '나의 어른'이라는 추모글을 보고 난 후 그 말이 유독 가슴속에 떠다녔다. 누구나 성인이 되고 어른이 되지만 '나의 어른'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 있을까. 그 말을 듣고 내 인생의 어른이 혹은 나의 어른이라 표현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생각해 봤지만 그 말에 내포되어 있는 수많은 의미들로 정의 내릴 수 있는 사람이 몇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나는 누군가에게 '나의 어른'이라는 사람으로 설명될 만큼 성장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어른이 무엇인지, 어떤 말로 혹은 어떤 모습으로 보여줘야 하는지. 한 사람의 삶이 완벽하진 않더라도 누군가에겐 영웅이자 나의 어른이라는 말로 설명받을 수 있다는 삶은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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