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에서 하프마라톤을 끊내고 덜컥 겁이 났다. 마라톤 트레이닝의 일부분이다.라고 생각하고 나갔었는데 막상 레이스가 시작되고 나니 더 빨리 더 잘 달려보고 싶은 욕심이 슬금슬금 올라왔기 때문이다.
뉴욕 마라톤까지 7주 남았다. 이제 본격적으로 거리를 늘려서 달려 나가야 하는데 내 안에의 목소리가 쓸 때 없이 자꾸 커진다. 잘 달릴 수 있겠니??? 그냥 무시하기엔 너무 자주 크게 들린다.
쓸데없는 '이너 보이스'를 잡아내는 것은 그냥 무시하는 게 아니라, 들어주고 알아주는 것이다.
그래, 잘 달릴 수 없을지도 몰라, 많은 변수가 있을 수 있을 테니까, 그래도 오늘만 달리면 되는 거야.
그렇게 들어주고 알았다고 하면 그 '이너 보이스'는 이네 알아서 수그러진다.
가을이 들어와서 자리를 잡고 있다. 아침의 온도가 급격하게 떨어졌고,
공기의 습도도, 하늘의 높이도 미세하게 변하고 있다.
토요일 아침, 내 자리에 왔다. 그리고 달리기를 시작한다.
삶의 무게추를 가득 안고 오늘의 '오래 달리기' 시작되었다.
아무것도 듣지 않고, 그냥 달리는 아침이다.
오른발, 왼발을 번갈아 내려놓는다.
오른발, 왼발이 무한 반복되면서, 무게추가 하나, 둘씩 떨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어두운 새벽 나의 사람들을 위해 시작했던 기도가 눈이 퉁퉁 부울 때까지 끝나지 않았다.
간신히 추스르고 나와 달리기를 시작했는데 또 터져 버렸다.
다행이다. 달리고 있어서...
땀이 눈물인 것처럼, 눈물이 땀인 것처럼 그렇게 달렸다.
더 빨리 달렸다.
오래 달려도 안 풀어질 때가 있다.
삶의 무게는 가늠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달리는 이유는
계속 기도를 하는 이유와
비슷할지 모르겠다.
내가 아플 때 보다 내 사람들이 아프고 힘들다고 하면,
알람이 켜진다. 그리고 크게 울린다.
나의 사람들의 삶의 무게를 같이 견뎌내겠다는 사랑으로
매일 아침 무릎을 꿇는다.
그리고 기도 한다. 기도가 들릴 것이라는 간절한 믿음으로 들릴 때까지 한다.
오늘도 달리고 시작한다.
더 오래 기도 할 수 있게...
수고하고 짐 진자들 다 내게 오라 하셨다.
나의 능력밖에 일들은 기도로 막아보려고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반격이자 최고의 공격이다.
그래서, 오늘도 달리고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