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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RMT 학교 봉사활동

by 똘맘

언제 끝날까 싶던, 마사지 학교도 지난달에 중간고사가 끝나면서, 2학년의 반이 지났다.


내가 다니고 있는 캐나다 RMT 학교를 졸업하려면 실습 시간 (330시간)을 채워야 하는데, 학교 클리닉에 나가거나, 외부 클리닉에 가거나 봉사활동을 하는 방법이 있다.


봉사 활동 가는 것을 Outreach event라고 하는데, 봉사활동을 하면서 학교를 홍보해 주는 것이다.

Newcommer 박람회에서 마사지를 해주기도 하고, 스포츠 행사에 참여해서 마사지를 해주기도 한다.

내가 가본 Outreach event 중, 가장 좋아했던 이벤트는 Continuing Care Centre에 가서 마사지를 해주는 것이었다. 어제가 마지막 날이라, 잊지 말고자 하는 마음에 글을 쓴다.


Continuing Care Centre에서는 휠체어 타는 사람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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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지를 받으러 오면, 휠체어 옆에 의자를 두고 앉아서 어깨와 가슴, 팔, 손 등 휠체어를 타고 마사지할 수 있는 부위를 가벼운 터치로 마사지한다.


같은 공간에서 마사지를 하기 위해 손님을 기다리고 있으면, 옆에서는 레크레이션을 담당하는 분과 함께 휠체어를 탄 채 우노 게임이 시작된다. 신기한 것은 의사소통이 안 되는 것 같이 보이는 분도 두 분 정도 함께 한다는 것이다. 웃고 떠들고 하는 사이에 승자가 정해지고 마무리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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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에는 자동차 사고 때문에 5달 동안 누워있다가 일어나서 휠체어를 탄지 1주일 되었다는 분이 오셨다. 다리는 퉁퉁 부었는데, 미소는 봄을 맞은 소녀 마냥 분홍 복숭아처럼 앙증맞은 미소를 지닌 분이셨다. 병원에 몇 층에는 가든이 있는데, 꽃이 너무 이쁘다면서 다시 몸을 일으켜서 정원을 나갈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는 말을 하며, 마사지하는 30분 동안 재잘재잘 자기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할머니도 만났다.


본인 아내의 오빠를 면회 왔다면서 마사지를 받으러 온 77살의 면회객도 있다. 72살의 치매 걸린 오빠를 보러 왔다는 68살의 할머니와 96살인 아버지까지 네 명이 병원 로비에서 커피를 한잔하면서 대화하는 것을 보면, 어제도 만난 친구 사이 같다. 치매 걸린 할아버지는 나에게 식당에서 $4에 산 플래시라면서 모자에 붙여 놓은 플래시를 자랑한다. 마사지를 받겠냐는 물음에는 소리 높여 "NO!"를 외친다. 혼잣말을 하면서도 물어보면 대답은 참 잘하셨다.


76살이 된 필리핀 할머니는 간호사를 퇴직한 후, 이곳에서 이불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일주일에 3번 방문한다고 한다. 손가락이 아프다면서, 봉사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면 의아하기도 하지만 밝은 웃음을 보니 마음이 더 건강해 보이신다.


할머니가 된 딸의 손을 꼭 잡고 온 90살이 넘게 보이는 할머니는 마사지를 하려고 하는데,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경계한다. 아... 치매 시다. 할머니 손에 내 손을 살포시 놓고 터치를 살짝살짝 하며 내 온기를 나누어 준다. 할머니의 눈에는 눈물이 흐른다. 너무 뚫어지게 나를 봐서 눈이 아파서 흐르는 건지, 아니면 속 안에 무엇인가를 느꼈는지는 모르겠다. 이번에 만난 착한 슈퍼바이저 Jodi는 딸인 할머니에게도 마사지를 해주며 온기를 나누어 준다. 집에 가는 시간이 되어, 나가려고 하는데, 문 앞에서 잠든 할머니 손을 꼭 잡고 있는 모녀가 보여 함박웃음으로 인사를 하고 마지막 Outreach를 끝냈다.



병원을 오면, 그들의 모습이 나의 미래 같은 생각이 든다. 나도 40년 후에는 그들과 비슷한 자리에 있고, 혹시나 운이 좋아서 죽음의 축복을 받으면 아프지 않은 다른 곳에 있을 수도 있겠지...

나의 작은 온기로 인해 여러 사람이 따듯함을 느끼길 바라면서, 그들의 모습에 나를 투영해 본다.

일어나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흘러기는 시간에 나에게 온기를 나누어 주는 사람이 있을까?

나이가 들어 내가 이런 곳에 있을 때, 아이들이 잠시라도 찾아와 차라도 한잔 같이 할 수 있도록, 내가 생각이 날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더 잘해야겠다.

또한 이 유한한 삶에서 내 온기를 나눌 수 있는 일을 많이 만들고 즐기다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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