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운 사람

생명을 떠올리며,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와 <일어나올라가임동식>

나는 딱히 롤모델이 따로 없는 사람인데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보고 나서는 '생명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자'를 닮고 싶은 사람으로 꼽게 되었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의 주인공은 황폐화된 세상 속에서 인간에 적대적인 곤충과 소통하려 하고 '널 해치지 않아'라고 이야기한다. 나는 이 행동이 굉장히 경이롭다고 생각했다.


나도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을 바라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자연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자연을 그저 바라보는 일과 자연을 곁에 두고 사는 일은 굉장히 다른 일이어서, 나는 당장 집에 있는 식물을 기르는 것도 버거웠고 그렇기에 시골 가서 사는 일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나는 작은 벌레에도 흠칫 놀랄 것이고 방해되는 식물이라면 서슴없이 쳐낼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을 잊고 살다가 오랜만에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아주 오랜만에 임시휴관이 해제된 기념으로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을 다녀왔는데 그곳에서 <일어나올라가임동식> 전시를 관람할 수 있었다. 내가 모르던 이 작가의 전시를 통해서 닮고 싶은 경이로움을 발견했다. 전시장 안에는 자연 속에서 온 몸으로 선보이는 퍼포먼스가 가득했는데작가는 이를 행위와 사진으로도 회화작품으로도 기록하였다.


수선화를 심고

우연히 산토끼를 기르고

자연물을 활용하여

풀이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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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를 등에 업고 여행하는 모습 또한 기억에 남았다.

자연에 완전히 들어간 자 같았다.

나는 그의 시선이 너무 궁금하다.


꽃 피우는 그의 손에서

함박웃음을 지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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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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