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21 안상학 <늦가을>
여섯 발자국 너비의 땅에 꽃 무릇을 심고, 상토를 사다고 덮어주었습니다. 새 집 화단에 심으라고 주신 지인의 선물을 이제야 제 자리를 만들었지요. 한두 달 전에는 남편이 맥문동을 심어놓고, 저한테 잔소리를 들었었죠. 그때는 9월이라, 제 마음속에는 가을 국화를 심어야지 했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겨울을 이겨낼 맥문동이라서 다행이다 싶네요. 게다가 꽃 무릇까지 심었으니 내년 여름이 기다려집니다.
내일이 디카시 공모전 시상식인데, 제 딴엔 이런저런 준비를 했지요. 상장과 상금, 작품액자, 배너광고, 앱초대장, 시상식 PPT자료 등. 그런 와중에 어느 수상자께서 당일 참석이 불가하다고 어제 오셨습니다. 매우 조촐하게 상장과 상금을 드리고 인사를 했습니다. 수줍어하시면서 받으시더군요. 소액일지라도 그 마음에 행복이 가득하셨을 거라 생각했네요.
사람마다 행복을 추구하면서 그 방법도 다양하지만, 저 혼자서 만들어서 행사하는 일에 많은 분들이 함께 동참하고 서로 응대하는 것을 보는 일이 저에겐 행복인가 봅니다. 하여튼 벌써 금요일이 오고, 매일을 24시간이란 한계를 벗어난 시간으로 살면서 기억의 저장장소를 넓히며 지내온 듯해요. 뭔가 무슨 좋은 일, 그렇지 않은 일이 매일 있었으니 말입니다... 적어도 치매와는 거리감 있게 살고 싶은 욕망인지도 모르지요.^^
창밖 저 멀리 붉은 아침해가 떠오르는 듯, 불그레한 살빛이 세상을 밝히고 있네요. 날은 갈수록 짧고, 기온은 내려가지만 변함없이 떠오르는 해를 보며 새 다짐을 하곤 합니다. 아무리 몸이 힘들어도, 어차피 인생은 두 번이 아니니 ,,, 하면서 말이죠.~~ 오늘도 우리 함께 행복을 찾아보아요. 가까이 있는 행복의 조각들을 찾아서 멋진 그림 완성하는 날!!
안상학시인의 <늦가을>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늦가을 - 안상학
그만하고 가자고
그만 가자고
내 마음 달래고 이끌며
여기까지 왔나 했는데
문득
그 꽃을 생각하니
아직도 그 앞에 쪼그리고 앉은
내가 보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