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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218

2025.11.22 신순임 <늦가을에>

by 박모니카


’ 지성이면 감천‘ 이란 속담. 오랜만에 써보는 말입니다. 요즘 세상에 ’지극한 정성‘을 들여서 ’ 하늘을 감동‘시키는 일이 얼마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무엇이든 후다닥, 빨리빨리 지나가는 일이 많지요. 최근 우리의 일상에 깊이 파고든 AI 도구에 이르기까지, 이미 우리는 물질을 넘어 정신세계마저도 ’ 정성’이라는 느리지만 가치로운 존재감을 잊어버리고 사는 게 아닌가 해요.

지난 9월 봄날의 산책에서 기획했던 ‘제1회 봄날의 산책 디카시 공모전’의 전 과정이 오늘에야 끝이 납니다. 어젯밤까지도, 수상자들에게 드릴 상장, 상금, 그리고 시상식 행사 자료 등을 들여다보며, 저는 그동안 참 즐거운 시간이었음에 감사했어요. 작품을 액자에 담아 전시까지 해 놓고 보니, 저 스스로에게 ‘참 정성스럽다’라는 칭찬도 해주었습니다. 다시 한번 관련한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잠시후면 온택트 새벽수업이 시작하네요. 오늘은 시조시인 가람 이병기 시인을 만납니다. 그분의 <난초> 시는 학교 때 만난 대표적인 시. 난초가 연작시 인 줄은 이번에 알았습니다. 익산에 있는 이병기 문학관에 가본 적이 있었는데, 평생 쓴 일기첩이 인상적이었지요. 오늘도 변함없이 다른 문우들께서 시인의 생애에 걸친 약력과 활동 이야기를 들려주시겠지요. 저는 학창 시절 백일장대회 1호 작품이 시조였기에, 왠지 모를 친근감이 더해집니다. 아마, 그때부터 애어른 같은 사고를 가졌나 봐요. ^^ 여러분께서도 인터넷으로 가람의 시 몇 편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11월이 지나면 왠지 마음이 더 급해질 것 같아서, ‘더디 가라 더디 가라 ‘를 몇 번이나 외쳤지요. 그런데, 올 11월엔 애경사가 유독 많은 달이 되어서, 특히 얼마 전 시동생과의 이별이 있어서 꽉 붙들어 매고 싶은 시간이 아니기도 합니다. 어찌 인생사가 기쁜 일만 기억하랴 하지만... 그러나, 매일이 생일이라고 말하는 시인처럼, 우리는 매일의 탄생에 기쁨을 누리면 좋겠습니다. 이왕이면 신영복 선생이 말씀하신 ’더불어 함께‘를 떠 올리면서요. 신순임 시인의 <늦가을에>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늦가을에 - 신순임


석양 뒷배경으로

황혼 속살

고스란히 내비추우고

멧새들에게 성찬 차린

홍시


반백인 나도

황혼 되면

전신 공양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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