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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219

2025.11.22 조창규 <늦가을>

by 박모니카

’ 선생님 클래식 틀어주시니까 마음이 안정이 되어 공부가 잘 돼요 ‘라는 학생의 말에 ’ 고마워, 나야말로 안정이 필요해서 틀었어 ‘라고 답했습니다. 어제도 아침부터 온 마음을 쏟았더니, 엄청 피곤이 몰려오는데, 수업은 해야 하고, 머리는 아프고 해서 진한 갈색 향기를 흘려주는 클래식곡을 골라서 틀어놓았던 거죠.


제1회 봄날의 산책 디카시 시상식, 제 맘껏 준비하고, 제 맘껏 사회 보며 소담스러운 잔치를 했습니다. 저의 준비과정에 정말 수고했다는 감사와 칭찬을 듣는 것만으로도 저 역시 감동했고요. 저의 노고를 미리 알고 다도세트를 준비해 주신 인생의 선배님, 꽃 심부름 해준 벗, 그리고 수상자(17명 중 11명 참석)와 지인분들과 함께. 제 딴에는 '참 후덕하고 맛난 가을밥상을 나누었지'라고 자평합니다. 모두 고맙습니다.


특별히 중학생 3명의 수상 소감을 들을 때는 ’아, 정말 스스로 시를 지었구나 ‘하는 확신이 들도록, 시작(詩作)의 계기와 마음을 잘 표현해 주어서 정말 대견했습니다. 비록 이름 없는 단체의 상일지라도, 수상하신 분들에게 인생의 글벗하나 만날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길 기도합니다. 상금은 늘 그렇듯, 빳빳한 새 지폐를 마련하여 드렸으니, 아마도 아까워서 사용하지 않을 것 같은 염려?? 가 들지만, 가족과 함께 시원하게 써 버리십시오. 그래야 또 돌도 돌아 돈이 들어온다고 합니다.


오늘도 저는 변함없이, 학생 수업도 하고 이삿짐 정리도 하는 날. 또 하나의 일이 끝나면 또 하나를 만드는 일벌레. 온택트 동인지 만드느라, 원고 정리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올해 10주씩 3회기에 걸쳐 근대시인을 만나고 창작시와 모방 시를 문우들께서 쓰셨는데요. 문우들의 무궁한 성장모습을 보면서 강좌개설하기를 정말 잘했다고 칭찬해 줍니다. 다음 달에는 온택트문우들의 동인지를 발표하겠습니다.


책방 옆 카페의 은행나무 은행잎이 온갖 시름 다 털어버리고 싶은 제 마음을 읽듯, 우수수 잡념을 털어내고 있습니다. 그 밑에 주차한 차들의 머릿속은 무슨 생각을 할까요. 은행의 푸념을 받아주면서 함께 울어댈지, 아니면 시원스레 드라이브 한번 시켜줄까 하고 끌고 나갈지... 지나오다가 사진에 그들만의 대화를 들으며, 저도 그 안에 담겨보고 싶었습니다. 일요일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이지러지는 가을 낙엽과 함께.^^

조창규시인의 <늦가을>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늦가을 - 조창규


사과나무는 선크림을 바르지 않아 새빨갛게 탔다

곶감처럼 건조한 늦가을

찬물에 서서히 집어넣는 맨발

가을과의 듀스 끝에 어드밴티지를 얻은 겨울

나뭇가지마다 바삭한 캐나다 국기가 달린다

신간이 나올 때까지 과월호에 낙엽을 끼워놓고

숲과 함께 번성한다*를 종이 냅킨에 쓴다



*벨리즈 국기에 적혀 있는 ‘SUB UMBRA FLOREO’ 문장

11.23디카시시상1.jpg 책방 아래 카페의 은행나무 단풍잎이 최고조에 이른듯... 바람 한점에도 우수수 떨어지고 있네요.
11.23디카시시상6.jpg 오름상, 박형근 님 <생존>
11.23디카시시상2.jpg 최으뜸상, 김소영님 <응>
11.23디카시시상3.jpg 버금상, 채영숙님 <기다림>
11.23디카시시상5.jpg 으뜸상, 박유빈 청소년 <아빠의 길>
11.23디카시시상4.jpg 수상자 참석 11명과 축하손님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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