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26 최지인 <섬>
빗방울이 눈방울이 바뀌는 순간, 가장 기형적인 소설 속 인물, 프랑켄슈타인이 만들어낸 괴물도 눈물을 흘렸을까. 최근 개봉된 영화 <프랑켄슈타인> 평론 덕분에 이 원작자에 대해 관심이 생겨서 이런저런 정보를 읽어보았어요. 원작자 메리셸리(1797-1851)는 이 소설을 발표할 때 18세, 영국의 낭만파 시인 바이런과 퍼시 등의 관계 등을 읽으며 당시 영국사회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들이 재밌었어요. 생각지도 않은 영화 속 인물들이 꿈속에 등장.. 말 그대로 비몽사몽 했군요.^^
그 당시 메리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 <프랑켄슈타인, 1931 개봉>은 최초의 SF영화의 효시라는 타이틀이 붙을 정도의 명성을 얻었는데요. 문득 요즘 현대시들의 실험정신도 저 아닌 세대들에게는 보편적 사고를 표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어요. 어제 읽었던 젊은 시인 최지인 시인의 시집 <일하고 일하고 사랑을 하고>라는 시집을 읽으면서, ’아, 나는 난독증이 있나?‘ 할 정도로 글은 안 보이고, 그러니 시인이 안 보이고, 글자만 보였답니다.
오늘 줌 시강독에서 만날 시인이라서, 참참이 읽어보려 했는데도,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오늘 좀 더 읽어보고 시인을 만날 예정입니다. 작년부터 매달 하는 줌시강독때, 이런 젊은 시인들의 작품에 대한 난이도 때문에 조금 버겁다 했더라도, 막상 시인과의 대화를 통해서 많은 부분이 해소되었기에, 분명 오늘도 그런 즐거운 시간으로 이어질 거라 믿습니다. 오늘을 계기로 저도 한 발짝 가장 핫한 젊은 시인의 글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어제부터 학생들이 춥다는 소리가 늘어서, 각 방마다 작은 히터를 켰네요. 여름이 아무리 길어도 에어컨 사용이 한 달이면 족한데, 겨울로 들어서는 12월부터 내년 춘삼월까지는 히터 사용량이 많아지지요. 일 년의 한 분기동안 몸을 움츠리고 마치 겨울잠을 대비한 생태옷을 잘 입어야 하는 듯한 느낌이지요. 이 겨울에 저는 무언가를 새롭게 준비한다는 사실이 점점 버거워지기도 하고요. 이런 때는 일부러라도 이불속에서 영화도 보고 음악도 듣고, 무엇보다 책을 읽는 시간을 늘려야겠다 싶습니다. 최지인 시인의 <섬>이란 작품인데요, 그래도 이 시는 좀 가깝게 다가오는 것 같아서 공유합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섬- 최지인
바위 위 사마귀
바위색 사마귀
그것들 뒤로 그림자
나는 벌써 백발이 되었다
그날 운세는 이러했다
쪽배가 큰 파도를 만나 예상치 못한 일로 변고를 당할 수 있다
그러나 절대 불의를 행하지 마라
트럭을 피하려다 벽에 차를 박았다
보조석 범퍼가 깊게 파였다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무더운 여름이었다
어제는 저녁에 한강공원을 걸었다
죽은 지렁이들을 보았다
실패한 사랑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괜찮은 변명거리다
누구나 실패하니까
그렇다고 해서 포기할 순 없다
경광봉을 흔드는 한 사람과
참 캄캄한 하늘
네가 가리킨 것은
맑고 향기로운 잘못들이었다
너는 슬퍼지지 않는 것 따위는 삶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이었고
나무들 사이를 지나는데
손끝이 닿았다
다음 생은 엉망으로 살고 싶어, 마음껏 엉엉 울고 그 누구도 되지 않는, 그럼 아쉬워도 태어나지 않겠지, 나뭇가지에 옷을 걸어두고 이제 여름으로, 여름으로
사랑한다 말하면 무섭다
그것이 나를 파괴할 걸 안다
초파리가 과일 껍질 위를 맴돌고 있다
옆으로 돌아누우는 너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람
네가 거기 있다는 걸 알 수 없듯이
서성이는 슬픔
저 멀리 섬들 보인다
이제 바다를 건널 것이다
웅포 금강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