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4 이정석 <첫눈이 온다구요>
대중가요 ‘첫눈이 온다구요’를 부른 가수는 행복했겠다. 첫눈이 올 때마다 그는 어떤 추억에 젖을까. 노래 한 소절만으로도 푸르렀던 대학시절로 돌아가 옛사람들이 보고 싶어 지는데요. 저만해도 그랬습니다. 이 노래를 들었던 그 해, 대학졸업을 앞두고 어떻게 살아갈까를 헤맬 때였지요. 정말 첫눈이 올 때, 이름도 없는 감성에 젖어 하늘을 보았던 그때.
어젯밤 수업을 끝내고, 다시 또 책방에 가서 정리를 하고 나오니 제법 눈이 내리더군요. 새 책방 간판 불빛 위로 떨어지는 눈송이는 땅에 얼씬도 못하고 녹아버리더군요. 체감온도는 얼마나 내려갔는지, 친구가 준 코트가 아니었다면 엄청 서러움이 밀려들었을 거예요. 일을 해도 끝이 없어서요. 자꾸 일 속도는 느려지고 급기야는 ‘이거 잘하고 있는 건지’라는 생각이 불쑥거리고요.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하늘에서 내리는 첫눈이 차가워지는 제 마음을 데워주었답니다.
밤새 녹아 떨어졌는지 늦잠이네요. 간밤에 내린 눈은 얼마나 왔을까... 문을 열어보니 생각보다 얇은 면사포만큼의 적설량이군요. 하지만 훅 하고 들어오는 냉기에 정신이 번쩍 들어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오늘은 또 어떤 일을 해야 할까. 어떤 모습으로 웃을 수 있을까. 어제 수업, 한 여학생의 귀여운 춤동작을 다시 한번 보여달라고 할까...
마음을 데울 장치가 필요한 시간. 그런 시간을 데려올 사람. ‘한 사람이 온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일이다’라고 말한 시인의 말을 믿고서 말이죠. 오늘의 시는 이정석 가수의 <첫눈이 온다구요>를 들어보고 싶군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첫눈이 온다구요 – 이정석
슬퍼하지 마세요
하얀 첫눈이 온다구요
그때 옛말은 아득하게
지워지고 없겠지요
함박눈이 온다고요
뚜렷했었던 발자욱도
모두 지워져 없잖아요
눈사람도 눈덩이도
아스라히 사라진 기억들
너무도 그리워 너무도 그리워
옛날 옛날 포근한 추억이
고드름 녹이듯 눈시울 적시네
슬퍼하지 말아요
하얀 첫눈이 온다구요
그리운 사람 올 것 같아
문을 열고 내다 보네
아스라이 사라진 기억들
너무도 그리워 너무도 그리워
옛날 옛날 포근한 추억이
고드름 녹이듯 눈시울 적시네
슬퍼하지 말아요
하얀 첫눈이 온다구요
그리운 사람 올 것 같아
문을 열고 내다보네
https://youtu.be/MLfbwWTFPzk?si=SmT37qXxBk_Cdg6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