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5 이해인 <12월의 노래>
진눈깨비 바람이 매섭지요. 퇴근길거리에는 온갖 쓰레기가 휘몰이 바람 탓에 난리도 아니었어요. 새벽이면 그 쓰레기를 치울 분들의 수고가 먼저 염려될 정도로 거센 바람. 역시 겨울은 마음과 달이 몸이 차가워지니 저절로 마음도 차가워지는 듯해요. 오늘은 잠시라도 외투 속에 햇살 한 줌 담아서 가지고 다니고 싶어요...
학생들은 크리스마스트리를 언제 만들 거냐고 묻네요. 작년에 썼던 카드가 아직도 걸려 있다고 하면서, 새로운 카드를 만들어서 걸고 싶다고도 하고요. 중학생들이 말해주니, 왠지 더 들어주어야겠다 생각했어요. 중학생 사춘기라고 요즘 학생들은 매사를 귀찮아하거든요. 하고 싶다고 할 때, 얼른 장을 펼쳐서, 한 해 동안 부모님, 선생님들의 사랑을 글로 쓸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야겠어요. 저도 핑계김에 카드 한 장 받고 싶고요.^^
요즘 새 책방 정리에 지인들이 수고하고 있는데요. 제가 말하길, ‘내가 무슨 일이 있을 때 네가 책방운영할 수 있지’라고 하니, ‘그럴 수 있지’라고 답한 저의 유일한 친구! 그래서인지 친구는 주인보다 더 주인의 정신으로 책방을 꾸미고 있답니다. 디자인 감각도 좋지만 저의 문화의식과 독서장을 만들려는 마음을 가장 많이 이해하고 있어서 고맙기만 합니다. 말만이 아니라, 진짜 책방 하나 또 만들어 그 친구에게 주어야 할까 봐요... 그러려면 돈도 많이 벌어야 할 텐데... 흐음 어느 세월에 할까나~~
친구와 책방 북매니저 후배가 만들어가는 책방의 모양새를 보면서, 한 땀 한 땀 바느질로 예쁜 자수 한 작품이 만들어지는 듯한 느낌이군요. 어서 빨리 정리되어 저도 책만 보고 싶고, 책만 권하고 싶고, 글만 쓰고 싶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에 이르네요. 올해가 가기 전 글쓰기로 할 일도 많건만... 내일부터 새 책방이 정상가동되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이해인 시인의 <12월의 노래>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12월의 노래 - 이해인
하얀 배추 속같이
깨끗한 내음의 12월에
우리는 월동 준비를 해요
단 한마디의 진실을
말하기 위하여
헛말을 많이 했던
빈말을 많이 했던
우리의 지난날을
잊어버려요
때로는 마늘이 되고
때로는 파가 되고
때로는 생강이 되는
사랑의 양념
부서지지 않고는
아무도 사랑할 수 없음을
다시 기억해요
함께 있을 날도
얼마 남지 않은 우리들의 시간
땅 속에 묻힌 김장독처럼
자신을 통째로 묻고 서서
하늘을 보아야 해요
얼마쯤의 고독한 거리는
항상 지켜야 해요
한겨울 추위 속에
제 맛이 드는 김치처럼
우리의 사랑도 제 맛이 들게
참고 기다리는 법을 배워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