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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진 Jan 19. 2021

우버와 에어비앤비, 21세기 공유경제를 시동 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속  탄생한 공유경제 플랫폼의 가치와 미래

유럽에 살면서 편리하게 이용하는 서비스 중 하나가 우버다. 갑자기 호출해도 5분 이상 기다리는 법이 없다. 새벽이나 심야에는 사전예약도 가능하다. 트렁크나 큰 짐이 있을 때에는 적재공간이 넉넉한 차를 선택할 수도 있다. 우버에 가입한 운전사들은 승객에 대한 에티켓 교육을 철저히 받는다. 음악은 작게 틀거나 본인만 듣고, 손님에게 불필요한 말을 건네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우버는 택시에 비해 훨씬 싸다. 지난 연말에 외국을 다녀올 일이 있었다. 집에서 비엔나 공항까지 가는데 우버를 사전 예약해서 이동하니 25유로가 나왔다. 나중에 공항에 도착해서 집으로 올 때에는 어느 터미널로 나올지 몰라서 공항에 대기하고 있던 택시를 그냥 타고 왔는데 55유로를 지불해야 했다. 같은 거리이고 둘 다 막히지 않는 길이었는데 가격이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외국여행을 하게 되면 숙소를 어디로 정할지 항상 고민된다. 예전에는 고려할 수 있는 대상이 호텔밖에 없었다. 몇 성급인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조식이 포함되는지 등을 놓고 선택했다. 지금은 에어비앤비가 제공하는 단독주택이나 아파트까지 범위가 확장되었다. 투숙할 인원이 많거나 장기간 머물러야 한다면, 호텔보다 에어비앤비 숙소가 더 매력적이다.


에어비앤비 사이트를 한 번이라도 이용해보았다면, 다양한 선택 옵션과 세부 정보에 놀라게 된다. 평점과 이용후기를 보고 신중하게 고를 수 있고, 혹시라도 안전에 의심이 들면 슈퍼 호스트 숙소를 택할 수도 있다. 어른 2명, 아이 2명인 우리 가족은 아이들이 점점 크면서 호텔 방 하나에 모두 투숙하기가 힘들어졌다. 이럴 때 우리는 종종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예약했고, 넓고 쾌적한 공간에서 가족 모두 편안하게 지내곤 했다.   


세련된 디자인과 시리얼 폰트로 UI를 개선한 에어비앤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사람들이 이동하고 머무는 방식에 혁명적인 변화를 안겨주었다.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했고 저렴한 서비스 이용료를 선보였다. 21세기에 새롭게 등장한 이른바 '공유경제'(sharing economy)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라고 할 수 있다. 지금부터 공유경제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을 가능하게 만든 역사적, 문화적, 기술적 요인들을 문답 형식으로 알아보도록 하자.



 

Q. 공유경제라는 비즈니스 모델이 최근에 처음 등장했다고 볼 수 있을까? 기존의 콘도미니엄 공동보유 회원권이나 과거의 두레와 품앗이, 아나바다 운동 등이 공유경제의 원조라고 할 수 있지 않나?


A. 21세기 공유경제는 기존의 유사 모델과는 다르다. 서비스 제공자(치량, 숙박, 오피스 등)와 서비스 이용자(전 세계 모든 시민)가 온라인 플랫폼(우버, 에어비앤비, 위워크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예약하고 시용하는, 전혀 새로운 차원의 비즈니스이기 때문이다. 제공자는 사용하지 않는 자원을 활용해서 이익을 얻고, 이용자는 기존 서비스보다 저렴한 가격을 지불해서 이익을 얻는다. 플랫폼 역시 중개수수료를 받고 이익을 얻는다. 한마디로 공유경제는 시장에 참여한 플레이어 모두가 윈윈하는 사업모델이다.


Q. 그렇다면 이렇게 획기적으로 운영되는 공유경제가 왜 21세기에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는가?


A. 공유경제의 핵심은 IT 기반의 혁신적인 플랫폼 기업이다. 전 세계를 네트워크로 연결하여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즉시 결재가 가능한 시스템은 2005년 전후로 가능해졌다. 공유경제의 원년은 2008년으로 기록된다. 이 해에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비롯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세계 경제를 휘청이게 만든 가운데, 하버드대 로렌스 레식 교수가 <리믹스(remix)>라는 책에서 공유경제 개념을 최초로 제시했다. 에어비앤비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으로 숙박 공유 서비스를 시작한 해 역시 2008년이다.  


Q. 공유경제의 성공모델이라 할 수 있는 우버와 에어비앤비가 기존 사업면허를 받은 택시업계와 숙박업계에 큰 피해를 주면서 결과적으로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A. 기존에 시간과 노력을 들여 사업면허를 따고 관련 법규를 준수해온 사업자들에게는 공유경제 플랫폼이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제로섬 게임이기도 한 경제 생태계에서는 누군가의 이익이 다른 누군가의 손해로 직결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원칙은 '이용자의 편익과 복지'에서 찾아야 한다. 기존 사업체와 공유경제 기업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서비스 품질은 자연스럽게 향상된다. 장기적으로 볼 때, 차량과 숙박 분야는 소유와 공유를 결합한 다양한 이용방식이 등장하면서 전체 산업 규모가 증가할 것이다.   


우버와 에어비앤비 서비스가 확산될수록 기존 택시업계와 숙박업계의 반발도 심해졌다


Q. 코로나19가 야기한 이동제한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공유경제 선도업체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공유경제의 시대가 가고 고립경제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 공유경제의 미래는 어떠한가?


A.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향후 2~3년 동안 공유경제 기업들은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스타트업으로 출발해 유니콘(10억 달러 이상)을 뛰어넘어 데카콘(100억 달러 이상) 기업으로 성장한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성장 속도만큼 가파른 대규모 손실을 예상하고 있다. 언택트 시대를 대비한 새롭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얼마나 신속하게 제공하느냐에 따라 빠른 회복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개방과 공유라는 시대적 가치가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공유경제의 앞날은 밝을 수밖에 없다.

      



사실 재화와 자산을 독점적으로 소유하고 싶은 욕망은 근대 자본주의의 출발점이자 인간의 근본적인 속성이기도 하다. 불타는 소유욕은 사람들이 전력을 다해 일을 하고 그 결과 자본주의가 꽃을 피우는 원동력이기도 했다. 치열한 소유 경쟁의 끝에는 감당 못할 만큼 엄청난 부를 쌓은 재력가와 아무것도 소유하지 못한 가난한 노동자 사이의 극심한 빈부격차가 발생했다.


미국에서 주택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소유재를 놓고 금융 천재들이 벌인 대규모 사기극인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1930년대 대량생산으로 인한 세계 대공황에 이어, 21세기의 시작과 함께 탐욕스러운 금융자본에 의해 또다시 자본주의의 민낯이 드러난 것이다. 공유경제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은 바로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어찌 보면 지난 10여 년 동안 공유경제는 우리 사회의 뜨거운 화두가 되었다. 택시 한 대 소유하고 있지 않고도 2020년 11월 기준 854억 달러의 시가총액(코로나19 이전 기업가치는 1200억 달러로 현대자동차그룹 시가총액과 맞먹음)를 기록한 우버의 고속질주에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호텔 한 곳 보유하지 않고도 지난 12월 상장 직후 1016억 달러(세계 1위 호텔 체인 메리어트 시가총액의 3배)를 달성한 에어비앤비의 성공신화에 사람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2020년 12월 10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에어비앤비는 단숨에 시가총액 100조 원을 돌파했다 


물론 운영과정에서 유휴자원의 공유가 아니라 실제 영업을 목적으로 하는 본말전도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용 횟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이에 비례하여 각종 피해사례가 속출했다. 현재의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진정한 공유경제가 아닌, 자유방임주의의 사기극이라는 극단적인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눈부신 성장의 이면에 존재하는 문제점과 진지하게 제기되는 비판은 공유경제 기업들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숙제다.    


우버와 에어비앤비로 대표되는 공유경제 플랫폼 기업들은 단기간에 급성장한 매출액뿐만 아니라 사업모델 자체가 기존의 상식과 관행을 뛰어넘는 혁신적인 프로세스라는 점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21세기 시작과 함께 등장한 공유경제 모델이 여러 한계와 난제를 극복하고 얼마나 새로운 형태로 진화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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