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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아 Oct 14. 2024

옷에 대한 강박

옷을 살 당시에 아무리 마음에 드는걸 사도 결국엔 질리고 만다. 주기적으로 옷장을 보고 이젠 다시 입지 않을 옷을 보는 건 스트레스다. 어쨌든 드레스룸에는 매일 들어가기 때문에 그런 강박을 자주 느낀다. 미니멀리스트인 나는 옷장의 옷을 100개 이하로 유지한다. 베이식 아이템과 유행템으로 이루어진 내 옷장은 트렌디한 건 때에 따라 처분하여 시즌을 따라가는 것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러려면 지난 시즌유행템을 팔아야 하는데 그 시기는 변화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값싼 가격으로 유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당근으로 주로 거래했다. 택배를 싸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방 특성상 당근에는 서울처럼 트렌드를 담지 못하고 나와 같이 쓰다 질린 물건들을 내놓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끌어올리기를 하며 가격을 10%씩 낮췄지만 구매자는 찾기 요원했다. 2년 전만 해도 가격을 내리면 가져가는 사람이 있었는데 사람들은 반응이 없었다.


셋업을 올렸다. 구매자는 요원했고 간혹 문의를 주는 사람은 입어보고 사면 안 되냐고 했다. 예전엔 거절했지만 이젠 그마저 없으면 안 팔리기 때문에 그러라고 했다. 55인 옷을 77인 아주머니가 보러 왔다. 인터폰에 보인 그녀의 얼굴은 관상으로만 봐도 안 살 거란 걸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옷이 너무 꽉 껴서 안 되겠다고 했다. 올려놓은 사진은 모델샷을 올려놨는데 그런 몸매가 부러워서 본인의 몸은 생각 못하고 온 것 같았다.


그런가 하면 폴로 케이블니트를 올려놓자 그 사람도 입어보면 안 되겠냐고 했다. 그 사람이 파는 물건을 보니 몸의 사이즈가 비슷한 거 같아서 오라고 했다. 그는 8시-9시 사이에 온다고 했는데 그러라고 하니 그 시간은 내가 요가 가있을 시간이었다. 핸드폰을 놓고 다녀와보니 그녀에겐 '연락이 안 돼서 취소합니다'라고 와 있었다. 이와 같은 끝없는 시간소모는 피곤하기도 해서 알람을 꺼놨고 옷이 언제 팔릴지는 요원하다.


그럴 때는 중고나라나 번개장터로 이동해서 물건을 판다. 중고나라는 전국구기 때문에 수요층을 넓힐 수 있다. 하지만 그마저도 핏은 상품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 묻는다거나, 에누리를 요구하거나 하는 경우가 있어 몇 번의 대화 끝에 안읽씹 하게 되었다. 이런 감정노동을 견디는 이유는 새 옷을 위해서다. 가을엔 사고 싶은 옷이 많은데 기존의 옷이 팔려야 산다. 새 옷도 질리겠지만 그럼 또 다른 옷을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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