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동안 ㅣ 첫만남, 도망가고 싶었다.
내가 그에 대해서 아는 거라곤, 대한항공 정비사이며 나보다 6살이 많다는 것이다. 소개팅 전 약간의 문자와 통화로 그의 목소리는 알고 있다.
강남역에서 만나기로 한 시간이 다가온다. 회색 바탕에 잘록 들어간 허리 부분을 강조하는 검은색 포인트가 들어간 몸매가 잘 드러나는 원피스를 입었다. 170이 될까 말까 한 키에, 어느 시대에서 왔는지 모를듯한 끌리는 양복바지에 오래되어 보이는 체크무늬 코트를 입고 있는 그를 보았다.
한마디로 시골 노총각이었다. 도망가고 싶었다. 그럴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내가 사귀었던 남자들의 대부분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던 엄마에게 질렸던지라 헤어지고 난 후, “엄마가 알아서 소개시켜죠!!” 외치고 난 후 엄마가 소개해 준 남자였기 때문이다.
엄마의 지인의 소개도 아니고, 엄마의 부탁으로 직업만 보고 친척 언니에게 소개받은 사람이었다.
싫어도 난 그 자리에 있어야 했다. 난 싫어도 잘 웃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5년 차 회사원의 능력인가? 원래 내가 가지고 있던 능력이었던가?
오늘 그 능력을 발휘할 자리임은 확실했다.
그가 찾아둔 어둑하고 분위기 좋아 보이는 식당에 들어갔다. 그와 함께 먹었던 음식은 잘 기억이 안 난다.. 식당에서 나눈 이야기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일반적인 질문들과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나는 고등학교 때 별명이 바른 생활이었다. 그 정도로 기본 규칙과 예의를 중요하게 생각하였다.
밥만 먹고 도망가고 싶었지만, 예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 아니었던가. 속 마음을 숨긴 채 웃으며 커피숍에 갔다. 식사를 하던 식당은 좌식으로 된 룸으로 된 식당이었다. 그래서 몰랐다. 그가 의자에 앉아있는 자세가 얼마나 거만한지 말이다.
커피숍은 오픈된 장소였고, 테이블과 의자로 되어 있었다. 각자 원하는 음료를 선택했고, 그는 이야기하는 동안 다리를 꼬고 엉덩이가 의자에서 떨어질 듯한 눕기 직전의 거만한 자세로 나와 대화를 했다. 아, 정말 끔찍하게 싫었다. 그 시간이 끝나고 한숨과 함께 나는 집에 가는 버스를 탔다.
‘아, 정말 싫다’
상대방은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다음을 기약하는 문자를 보내왔다.
내 이상형은 나와 같은 가치관을 가지고, 운동과 배움으로 자기관리를 잘 하는 양복이 잘 어울리는 남자였다. 거기다 키가 좀 크면 좋을 것 같고, 얼굴은 같이 다니기 쪽팔리지 않으면 되고, 자상하고 예의 바른 남자였다.
그런데 오늘 나온 남자는 키 작고 자기관리 못하는 거만하고 예의 없는 시골 노총각이었다.
그때, 내 마음 가는 대로 칼같이 끊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고, 애프터 신청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