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동안 ㅣ 나의 호기심을 자극한 그
그와 밥을 먹고 차를 마신 몇 번의 데이트를 해보았다. 아무리 봐도 나의 이상형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만날 때마다 거만한 그가 궁금했다. 내 직장이 강남에 있다 보니, 그는 강남으로 자주 나왔다. 일이 없으면 무조건 나를 만나러 나왔다. 꼭 일이 없는 백수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비행기 정비사라는 일이 다른 사람들이 잠을 잘 때, 일을 하는 밤 근무 즉 교대 근무가 있었다.
그는 일반 사람들 보다 잠이 없는 사람이었다. 잠시 나를 만나기 위해 잠을 줄인 거 아닌가 착각을 할 정도였으나, 나중에 살아보니 정말 잠이 없는 사람일 뿐이었다.
그의 말로는 학교 수업 시간에 졸아본 적이 없다고 하였으니 말이다.
오늘도 그와 강남에서 데이트가 있다. 맛집이며 에쁜 커피숍이며 잘 찾는 그였다. 퇴근 후 그의 차를 타고 깍둑 삼겹살을 먹으러 갔다. 잘 챙겨주고 자상한 그의 모습이 싫지 않았다.
식당에서 그가 나에게 말했다.
"왜 말을 안 놓아요? 왜 오빠라 안 해요?"
"저는 이렇게 서로 존댓말 쓰는 게 좋아요.."
'오빠라는 호칭은 마음을 열어야 쓰는 거예요..'라는 속마음을 숨긴 채 웃음으로 넘겼다.
식사 후 데려간 커피숍이 인상적 이였다.
예쁜 접시에 예쁘게 담아져 있는 케이크가 나왔다. 포크까지 예뻐서 먹는 모습도 예뻐야 할 것 같았다. 포크로 조금씩 잘라먹으며 웃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와 소개팅을 한지 한 달이 되어간다.
사귀자는 이야기도 없었고, 나도 아직 판단하기 어려워 한 달이라는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에게 문자가 왔다.
"만난 지 한 달인데, 이제 이런 만남은 그만하죠!"
"..."
생각지도 못한 전개였다. 이제 더 이상 기다리기 싫다는 거다. 사귀던지, 그만 만나든지 결정권을 나에게 넘겨주는 문자였다.
진짜 깜짝 놀랄만한 그의 문자였다. 나의 호기심은 더 발동을 하였고, 아직 정하지 못한 나의 마음이었지만 그와 사귀기로 했다. 그 뒤로 그는 출퇴근하듯 강남으로 나를 태우러 왔고, 이틀에 한 번꼴로 데이트를 즐겼다. 그의 집은 방화동이었고, 난 방학동에 살았다.
그는 아침 퇴근 후 잠깐 잠을 자고, 내가 퇴근하는 시간에 맞춰 나를 데리러 왔고, 데이트가 끝나면 나를 집에 데려다주고 졸린 두 눈을 비비며 집으로 돌아갔다. 후에 몇 번이고 졸음이 쏟아져 졸음운전을 하며 집에 갔었다는 위험한 경험담을 들려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