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당신 고맙지만, 떠나줄래

검은마음 ㅣ 참아야 하는 이유

by 라이크수니

수술대에 오르고 나니 여러 가지 생각들이 들었다. 진짜 중요한 건 나 자신이고, 아이들을 잘 보살피려면 내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한다고 느꼈다. 수술 후 친정에서 쉬는 동안 너무나 좋았다. 온전한 내 편들에 둘러싸여 편안한 마음으로 푹 쉬었다. 내 얼굴에 다시 환한 빛이 돌아오고 행복함이 오는듯했다.


다시 진주로 내려가 잠시 잘해주는 듯한 신랑의 모습이 보였으나,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나의 기대는 더 무참히 무너지고 또 한 번 크게 싸움이 일어났다.



다행히 아이들이 집에 없었고, 난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다시 부들부들 몸을 떨며 신랑의 막말과 욕설을 받아내기 싫었다. 그날 난 처음으로 괴물 같은 모습을 신랑 앞에서 보여줬다. 하루 종일 돌아가는 게임을 틀어놓거나, 영상을 볼 때 사용하는 신랑이 아끼던 아이패드를 신랑이 보는 앞에서 부숴버렸다. 신랑은 꽤나 놀라는듯했다.



신랑과 같은 괴물 같은 모습으로 상대방에게 대했으니 내 속이 시원해지려나 했다. 난 똑같이 몸이 떨렸다. 그런 모습이 나에겐 어울리지 않았던 것이다. 살아오며 싸움 구경도 무서워서 피했고, 싸움도 욕도 해본 적도 없는 나였다. 괴물 같은 내 모습은 내가 봐도 싫었다. 똑같이 해보았지만, 전혀 좋지 않았다.

다만, 그 모습을 본 신랑은 그 뒤로 조금은 가라앉는 듯한 모습이 보였다. 뭐지?? 약한 사람에겐 강하게 하고 강한 사람에겐 약하게 하는 건가 정말.. 내가 싫어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덜 하는 사람인 건지 너무 싫었다.


큰 싸움 후엔 항상 난 아팠다. 쓸개를 떼어내어 힘들었고, 자주 감기에 걸려 병원을 드나들었고, 한 달 넘도록 기침이 멈추지 않아서 괴로웠지만, 난 두 아이의 엄마였다.


어디 도망갈 곳도 없었다. 가장 중요한 두 아이를 키우느라 난 경력 단절이었고, 지금의 체력으로는 일을 할 수도 없었다. 경제력이 없었다. 내가 경제력이 있었다면, 당당히 이혼하고 두 아이들을 데려와 키웠을 텐데 그렇게 할 수도 없었다. 친언니와 통화를 하며 울기도 했었다. 언니는 당장 아이 둘 데리고 서울로 올라오라고 이야기했었다. 난 그럴만한 깡도 체력도 자신감도 없었다.


내가 선택한 것은 언젠간 좋아지겠지 하는 기약 없는 기대와 사랑스러운 두 아이를 보며 참아내는 것이었다. 그 힘든 결혼생활을 참아내야 하는 이유는 오로지 사랑스러운 두 아이를 키워야 하기 때문이었다.





이때, 참지 않고 아이 둘을 데리고 서울로 친정으로 도망갔다면 난 더 이상 아프지 않았을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