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동안 ㅣ 알고 보니 상남자였다.
전날 남자친구에게 헤어지자 통보를 하고 태연하게 일을 하고 있었다. 그간 여러 번의 연애와 헤어짐을 통해서 나는 연애할 땐 최선을 다해 나의 마음을 표현을 했다.
그래야지만, 헤어졌을 때 후회나 미련이 남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첫사랑의 슬픔과 아픔을 가장 오래 끌고 갔고, 그 이후엔 차차 내 나름대로 이별과 사랑과 아픔을 잘 견디어 나갔다. 지금의 나는 헤어졌다고 해서 아무 일도 못한 채 웅크려 지내는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는다. 특히나 내가 정한 이별에 대해서는 오히려 더 씩씩하게 내 할 일을 해냈다.
이날도 평범하게 오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헤어지자 한 그에게 연락이 왔다. 회사근처에 왔다는 것이다. 점심시간이 좀 길어서 회사 근처 놀이터에서 그를 만났다.
나는 그네에 앉아서 그의 이야기를 들을 참 이였다. 어떤 변명을 늘어 놓으려는지 들어는 줘야 하지 않는가. 근데 그는 내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경순아, 진짜 미안해.. 내가 태어나 처음으로 그렇게 술을 마시고 정신을 놨던것 같아...
정말 미안해, 내 모습이 아니야, 다시는 안그럴께, 이번 한번만 넘어가줘..."
무릎꿇으며 나에게 애원하는 그의 모습에 단단했던 내 마음은 흔들리고 있었다. 사람을 쉽게 판단하지 말아야지 하는 나의 생각이 더해졌다.
'그래, 실수였다자나.. 한번 더 지켜볼까?'
진심인듯 느껴지는 그의 행동과 말에 나는 이번 한번은 넘어가기로 했다. 그를 보내고 나는 다시 웃으며 회사로 돌아갔다.
얼마후면 가정의달 5월달이였다.
남자친구가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다.
'엥? 벌써? 이렇게 빨리..?' 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엄마는 이미 친척언니에게 잘 만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있었고, 자리를 만들어 보라 하셨다. 내가 원하는 그림은 아니였지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불편한 자리가 만들어 졌다. 부모님은 마음에 들면 집으로 가 차 한잔을 하자고 이야기 할거라 하셨다. 그게 아니면 조심히 잘 들어가라고 이야기 한다고 하셨다. 남에 귀한 집 자식을 평가하는 듯한 기분이라 싫어지만, 나도 부모님에게 귀한 딸이니
나를 생각하는 마음인지라 부모님의 결정에 따르기로 했다.
결혼하는 것도 아닌데, 그져 남자친구를 소개하는 자리인데 긴장이 되었다. 연애하면서 이렇게 부모님께 소개를 시켜준 적이 한번도 없었다. 부모님이 개입하면 뭔가 무겁고 진지해지는 듯 해서 싫었다. 가끔 나를 집에 데려다 주다 부모님을 갑작스럽게 만난적이 있어서 인사만 하고 스쳐간 적만 있을뿐이다.
명동의 한 조용한 룸으로 된 식당에서 만남을 가졌다.
엄마는 내가 연애를 시작하자 이것저것 궁금한 것들을 물어 보셔지만, 나는 잘 모른다고 했다.
솔직히 연애하면서 그 사람의 됨됨이를 먼저 살펴보던 나였기에 엄마가 궁금해 하는 조건들에 대해서 난 파악하지 못했다. 엄마는 그간 궁금하고 답답했던 것들을 물어보셨다.
내 얼굴은 화끈거리는 듯 했지만, 차분하게 대답을 하는 그였다. 참 불편한 자리가 끝나가고 부모님은 오늘 즐거웠다며 잘 돌아가라 하셨다.
잘 돌아가라.. 하셨다!!
믿을 수 없었다.
엄마가 직접 소개해준 사람 아닌가?
근데 반대한다니 말이다!!
남자친구를 집에 돌려 보내고, 집으로 간 나는 이해되지 않는 부모님의 결정에 화가 났다. 내가 화가 났다고 해서 그 결정이 바뀔꺼란 생각은 안했다.
화가 났지만 나는 받아 들이기로 했다.
이 사람과 결혼 생각을 한적은 없지만, 반대하는 결혼은 절대 하지 않을거라는 생각이 있었기에, 끝이 보이는 연애를 하고 싶지 않았다.
남자친구에게 부모님이 반대해서 헤어지자고 이야기를 했다. 어이없어 하는 남자친구를 달래줄 겨를이 없었다.
나 또한 너무 화가나서 잠시 결혼한 언니집에 신세를 지기로 했다. 엄마 얼굴이 보기가 싫었다. 뭐든 엄마 마음대로 하려 하시는 것이 너무 싫었다.
특히나 내 연애사 까지도 간섭하는 것이 너무너무 화가 났다. 한 사람을 파악하고 알아보는데 적어도 6개월은 만나면서 내가 천천히 정해 왔었는데, 소개 시켜주고 사귀기로 하니 헤어지라니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너무나도 화가나는 상황이였다.
정리를 빨랐다. 서로 전화번호 문자등 관련된 것들을 지우고 정리를 했다. 그치만 마음은 좋지 않았다. 언니는 내 마음을 달려주려 맛있는 식당에 데려갔다. 식당에가서 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식사를 하였다.
그때, 그 사람을 소개 시켜줬던 친척언니에게 전화가 왔다.
"경순아~ 그 사람 여기와서 울다갔어"
"부모님이 왜 반대하는거야? 속상하다며 술한잔 했는데 엉엉 울더라~ 근데 너 전화번호 다시 알려달라고 하는데 안알려줬어"
"..."
스테이크를 야무지게 잘라 입속에 넣으려 했는데, 눈에서 눈물이 왈콱 쏟아져 나왔다. 친언닌는 당황하며 휴지를 건네주었고, 참았던 감정들과 눈물은 쉽게 멈추지 못했다.
다행히 그 상황을 잘 넘기고, 내 전화번호도 넘기지 않았다.
그 다음날 나는 또 아무렇지 않게 출근을 하였다.
내 일과는 비슷했다. 새벽에 일어나 8시쯤 출근을 하고 5시 30분에 칼퇴를 해서 헬스장에 운동을 하러 다녔다. 이날도 퇴근후 헬스장에 걸어가는 길 이였다.
누군가 나를 잡았다.
"엄마야!!"
그였다.
살이조금 빠진 얼굴에, 말끔히 이발을 하고 깔끔히 옷을 입고 나를 잡고 있는 그였다.
정말 너무 놀랐다. 그 순간 그는 내 핸드폰을 뺏어갔다.
"전화 번호 알려주면 돌려줄께요!"
"아니, 지금 밥 한끼만 같이 먹으면 돌려줄께요!"
당돌하다 못해 뻔뻔하리만큼 요구하는 것들이 많았다.
엊그제 엉엉 울었다던 사람이 맞는지, 나는 너무 놀라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웃어버렸다.
어느세 그에게 이끌려 강남의 한 식당에 자리잡고 앉았다.
내 핸드폰을 볼모로 잡고 있는 그는 핸드폰 번호를 요구했다.
'아, 이사람 진심이구나'
이런 사람은 또 처음이였다. 헤어지자 해서 집앞에 찾아오거나,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매일 집앞에 두고 가거나 꽃을 들고 찾아와 몇시간 기다리다 가는 사람은 있었는데 낚아 채는 사람은 처음이였다.
난 그의 설득에 어느새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함께 밥을 먹으며 다시 핸드폰 번호를 교환했다. 그 사람이 말했다.
"결혼하지말고, 연애만 합시다!"
연애만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을듯 한 제안이였다.
서로 후회없이 연애를 하자는 것이니 말이다.
거기 까지 했으면 좋았을걸, 그는 그래도 부모님께 허락은 받고 연애를 하자고 이야기를 했다.
부모님은 내가 헤어진줄 알고 계셨다.
그 헤어진 사이 형부는 나에게 몇번의 소개팅을 해줬다.
형부가 해준 소개팅은 이상하게도 잘 안되었다.
남자친구랑 함께 백화점에 가서 가장 말끔한 옷을 골랐다.
그때가 그 사람이 태어나 가장 비싼 와이셔츠를 입었다고 했다. 그 와이셔츠는 꽤 오래 옷장에 걸려있었다. 과일바구니를 준비해서 부모님께 말도 없이 집으로 찾아왔다.
아빠는 자상하고 인자하신 분이다. 그치만 화가나면 정말 무섭다. 특히나 아빠는 거짓말 하거나 속이는 걸 엄청 싫어하는 분이셨다. 그사람이 문앞에 찾아왔을때, 난 아빠의 가장 화난 모습을 봤다. 그 사람은 문전박대를 당했고, 우리집은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
화면으로 보이는 그의 모습에 나는 너무 속상했고,
화를 참으시며 주먹으로 바닥을 내리치는 아빠의 모습은 무서웠다.
왜 이런 상황들이 일어난건지 너무 속상했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밖으로 나가 우선 그를 보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