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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당신 고맙지만, 떠나줄래

검은마음 | 불면증

by 라이크수니

임신을 한 이후로 통잠을 자본 게 언제일까? 뱃속에 생명을 품고 있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건지 편하게 잠을 자는 게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그때부터 느끼는 거일까??


그나마 뱃속에 아이가 있으면 더 많이 잘 수 있었다는 것을, 출산 후에 알았다. 첫째는 순한 아이였지만 완모를 했기에 자주 일어나 수유를 해야 했다. 둘째는 예민한 아이였고, 첫째도 함께 케어해야 했기에 난 통잠을 잘 수 없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정신이 나가 있는 채로 있었던 것 같다. 항상 잠이 부족해서 멍하고,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다.


둘째 임신 후부터 첫째를 어린이집에 보냈는데 쉽지 않았다. 제시간에 일어나서 아이를 등원시켜야 하기 때문에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아침에 아이 밥을 먹이고 겨우 등원까지 시키고 나면 난 쓰러져 잠을 청했던 것 같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다니니 이번엔 다양한 바이러스로 아이들이 아팠다. 밤새 간호하고 신경 쓰느라 난 또 퀭한 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날이 많았다. 첫째가 아프면 그다음 둘째였고 두 명의 아이를 다 간호하고 나면 내가 아팠다. 계절마다 유행하는 바이러스들은 왜 그리 많은 건지, 단체생활을 하니 피해 갈 수도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이들이 좀 커서 덜 아프길 시간이 해결해 주길 바라는 것뿐이었다.



머리만 대면 코 골고 자는 신랑과는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나는 잠들었다 깨면 다시 잠드는 것이 힘들었다. 아이들의 뒤척이는 소리와 가끔은 잠꼬대하는 소리를 들으며 깨기도 하고, 문득 아이들 자는 모습을 바라보며 새벽을 보내기도 했다. 정상적인 잠을 자는 일상이 깨진 지 오래이다. 4시간이라도 푹 자면 잘 잔 거다 생각했다. 그마저도 나에겐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둘 다 유치원을 다니기 시작하니 좀 나아지려나 했지만, 쓸개 담석증 덕분에 1년간 아파 잠을 못 잔 세월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아침에 일어나는 게 너무나 힘들었다. 주말이면 못다 한 잠을 자느라 아침 10시 11시까지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 시간이 너무나 꿀맛 같았다.


그 시간을 누리는 동안 신랑은 화가 나 있었지만 말이다. 아침에 일어나 밥 안 차리고 늦게까지 잔다고 싫어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나는 불면증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가지고 일상을 지내고 있었다.




어쩌다 푹 잔 날이면 신기했으니 말이다. 건강하려면 잘 자고, 잘 먹고, 잘 싸고 이 세 가지만 잘하면 된다고 했는데 난 세 가지 모두 못하고 있었다. 쓸개 제거 수술 후에 불편한 점들이 꽤 늘어났고, 수술한 병원도 자주 드나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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