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이크수니 Sep 06. 2024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당신 고맙지만, 떠나줄래

6개월동안 ㅣ 헤어지자 말했다

나의 부모님은 사이가 좋으시다. 단, 아빠의 최대 단점인 술을 빼면 말이다.

술로 인한 몇 번의 사건사고가 있었다. 그 뒤로 엄마는 아빠가 술 마시는 날이면 예민해지셨고, 아빠가 집에 들어오실 때까지 밤잠을 설치셨다. 그로 인해 나는 술 먹는 사람을 싫어한다. 아니 술 조절을 못하는 사람을 싫어한다.


다행히도 그는 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연애를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본 것이기도 했다. 연애를 하다가도 술 조절을 못하는 모습을 보이면 헤어졌었다.

무난히 그와 연애를 하고 있을 때였다. 퇴근해 집에 있는 나였고, 자기 전 항상 그와 영상통화를 하며 스트레칭도 하고 수다를 떨며 사랑하는 연인처럼 그대로 잠이 들곤 했다.

이날은 12시 넘어서 그에게 전화가 왔다. 회식을 끝내고 집에 가는 길이라 했다.

수화기 너머로 술 취해 비틀거리며 걷는 그의 발걸음과 가끔씩 혀 꼬인 말투가 들려왔다.

1시간 정도를 집에 걸어가며 그는 나와 통화를 했다.  그는 원래 이렇게 마시지 않는다며, 태어나 처음으로 과음을 한거 같다며 웃어넘겨다.


나도 그렇게 믿으며, 웃어넘겼다. 그다음 날 말짱한 정신으로 그와 연락을 했다.

이게 무슨 말인가?? 나와 1시간 동안 통화한 내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그였다. 아뿔싸, 이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나는 그에게 미안하지만, 헤어지자 이야기를 했다. 술에 대해 민감한 나였기에 술 하나로 헤어질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 고작 그런 일로?라고 할 수 있겠지만, 술 먹고 1시간 동안 대화한 것을 기억 못 한다는 것은 나에겐 큰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그에게 이별을 고했다.

작가의 이전글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당신 고맙지만, 떠나줄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