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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반성 불능자

by 아르칸테

『반성불능자 – 감정 구조를 해부한 관찰 보고서』

“나는 사람을 고치려 했다. 그러나 그들은 고통을 주었고,

나는 그 고통을 견디며 관찰자가 되었다.”


처음엔 사람을 믿었다.

잘못을 저지른 이도,

남을 해친 이도,

누군가를 조종한 이도,

결국은 ‘후회’라는 문턱 앞에서

잠시 멈춰 설 줄 알았다.


그 멈춤이 성찰로 이어지고,

그 성찰이 행동을 바꾸며,

그 행동이 삶을 바꿔

끝내는 사람도 바뀔 거라고.


나는 그걸 ‘윤리적 재구성’이라 불렀고,

그 실현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이상한 기시감이 쌓이기 시작했다.

처음 겪는 상환인데, 이미 본 듯한 느낌이 드는..


그들은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음날,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그들은 “잘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말은 마치 마법 주문처럼,

자기 책임을 덜어내기 위한

면죄부처럼 쓰이고 있었다.


나는 사람을 ‘훈련’하려 했다.

그러나 훈련은 번번이 무너졌고,

그 무너짐의 잔해 속에서

나는 오히려 그들이 나를 ‘부수고’ 있다는 걸 느꼈다.


반성은 고통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인간은

그 고통을 피하려는 기술에는 능했고,

감정을 무기로 삼는 방법에는 천재적이었다.


그들은 고통을 감정으로 ‘연기’했지만,

그 감정은 대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연막이었다.


진짜 반성은 자기를 부정하는 일이다.

자기 정체성에 균열을 내는 일이며,

스스로를 다시 구성해야만 하는

심리적 죽음이다.


나는 그것이 가능하리라 믿었다.

그러나…


이 기록은 ‘그 믿음이 무너진 순간들’의 아카이브이다.


나는 윤리를 연구하려 했고,

그 과정에서 ‘변하지 않는 인간들’을 수집하게 되었다.


그들은 웃었고, 울었고, 사과했고, 고백했다.

그러나 그 모든 감정이

오직 ‘살아남기 위해 구성된 전략’이었다는 걸,

나는 너무 늦게 알아버렸다.


내가 본 것은 인간의 본성이라 불리는 것의

밑바닥이었다.


나는 사람을 고치려 했지만,

결국 그 고통을 견디며,

관찰자가 되었다.


이 책은 그 관찰의 보고서이며,

철학자이자 윤리 실험자로서의

나의 실패 기록이다.


그리고…


한 사람의 고백이다.

인간을 변화시키려는 자는

자신의 고통을 끝까지 견뎌내야 한다.

그 고통을 통과한 사람만이,

누군가의 윤리를 도와줄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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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그러나 함께 끝까지 가실 분들을 위해 준비된
실전형 철학 훈련 기록입니다.


당신이 이 철학을 따라올 준비가 되었다면,
이제 ‘좋은 말’을 넘어
스스로를 다시 명령할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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