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나는 무엇을 몰랐을까?
첫 번째 낙인들 - 어른들의 빠른 판단
도덕은 낱말이었지, 경험이 아니었다.
규칙은 문자였지, 마음에 새겨진 질서가 아니었다.
아이에게 세상은 아직 설명되지 않은 풍경이었고,
어른들에게 세상은 이미 설명이 끝난 규칙서였다.
그래서 충돌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아이의 한 걸음은 단순한 배고픔이었으나,
어른들의 눈에는 그것이 ‘도둑질’이라는 이름으로 굳어진 순간이 있었다.
아이의 세계는 아직 부드러웠지만,
어른들의 세계는 이미 단단한 경계선으로 나뉘어 있었다.
어른은 먼저 판단한다.
아이에게 필요한 건 이해지만,
어른에게 익숙한 건 평가다.
아이의 행동은 맥락 속에서 태어났지만,
어른들의 판단은 낱말의 틀에 맞춰졌다.
그 틀의 첫 이름이 바로 ‘낙인’이다.
낙인은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
그저 해석을 앞세우고, 이유를 지우고,
사람을 하나의 이름으로 묶어 버린다.
그러나 모든 낙인은 너무 빨리 찍힌다.
아이의 세계가 아직 열려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어른의 세계는 이미 닫힌 문을 기준으로 아이를 설명하려 한다.
이제 이야기는
그 첫 번째 낙인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아이의 마음을 흔들며,
어떻게 아이를 자기 해석에서 멀어지게 하는지를 따라가려 한다.
어른들은 말할 것이다.
“훔쳤다.”
“문제를 일으켰다.”
“교육이 필요하다.”
하지만 아이의 속마음은 이렇게 속삭인다.
“난 그냥... 배고팠을 뿐이야.”
이 1막은,
아이의 ‘작은 행동’이 어른들의 ‘무거운 언어’와 만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조용히 보여줄 것이다.
그리고 그 빠른 판단들이
한 인간의 자아와 윤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의
가장 첫 장면인 것을,
우리는 곧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