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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라면가게 사장

그날,나는 무엇을 몰랐을까

by 아르칸테

라면 봉지는 아이 손에서 살짝 미끄러지고 있었다.
비닐은 따뜻했고, 그 온기가 손바닥으로 번져 왔다.
집까지 가는 길은 골목 하나, 횡단보도 하나, 그리고 낡은 계단 몇 칸이면 끝났다.

아이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하늘도, 간판도, 사람들의 얼굴도 보이지 않았다.
눈에 들어오는 건 오직 자기 손에 쥔 라면뿐이었다.

‘이거 끓이면… 몇 분만 참으면… 뜨거운 냄새 나겠지.’

그때,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골목을 갈랐다.

“야!”

짧고 단단한 소리였다.
아이의 발걸음이 멈추기까지, 두 걸음 정도의 시간이 더 필요했다.
몸은 이미 습관대로 앞으로 나가고 있었고, 귀만 뒤를 돌아보고 있었다.

“야, 거기! 너, 잠깐 서봐!”

아이는 천천히 돌아봤다.
슈퍼 앞에 서 있는 라면가게 사장이 보였다.
앞치마, 굽은 어깨, 손에는 아직 계산기 위에 놓아두던 볼펜이 쥐어져 있었다.

사장의 눈은 라면을 먼저 봤다.
그다음에 아이를 봤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이의 손과 라면을 다시 한 번 함께 봤다.

“그거… 계산 안 하고 나갔잖아.”

아이는 대답하지 못했다.
‘계산’이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많았지만,
자신이 방금 “계산을 안 했다”는 사실을 또렷하게 떠올려 본 적은 없었다.

배고픔은 계산보다 빨리 움직였고,
라면은 허락보다 먼저 손에 들어와 있었다.

사장은 골목 쪽으로 몇 발자국 걸어 나왔다.
아이와 사장 사이에는 라면 봉지 하나의 거리와,
서로 다른 세계 하나가 서 있었다.

“그거 훔친 거야.”

사장의 목소리는 단정했다.
마침표가 이미 찍혀 있는 문장이었다.

“훔친 건 훔친 거야.”

그 말 속에는 설명도, 질문도, 여지도 없었다.
사장은 라면을 훔쳤다는 사실만을 보고 있었고,
아이의 배고픔도, 집안 사정도, 머릿속의 혼란도 보지 않았다.

사장에게 세상은 오래전부터 정리되어 있었다.
계산대 앞에서 돈이 오가고,
영수증이 나오고,
비닐봉지가 바삭거리며 묶이는 그 순간까지.
그 과정이 깨지면, 그건 ‘규칙 위반’이었다.

“가게로 들어와.”

사장이 말했다.
아이는 라면을 더 꽉 쥐었다.
손바닥에 땀이 배어 나왔다.

“저… 그냥…”

입술이 떨렸다.
하지만 말은 끝까지 나오지 않았다.

‘그냥…’ 뒤에는 말이 너무 많았다.
‘그냥 배고파서요.’
‘그냥 집에 라면 없어서요.’
‘그냥 괜찮을 줄 알았어요.’

그러나 ‘그냥’ 이후의 문장들은
아이가 태어나 한 번도 사람들에게 제대로 꺼내본 적 없는 마음이었다.

사장은 아이의 말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너 같은 애들 요즘 많아.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는 뜻이있어

처음엔 하나만 가져가고, 다음엔 두 개, 세 개…
그렇게 크는 거야. 나쁜 버릇은 처음부터 끊어야 돼.”

‘나쁜 버릇.’
그 단어가 아이의 귀에 걸려 박혔다.

‘나는… 나쁜 애인가?
나쁜 짓을 한 건가?
둘 다인가?’

아이는 아직 둘의 차이를 모른다.
하지만 어른들의 말은 이미 둘을 섞어 버린다.

사장은 아이를 데리고 슈퍼 안으로 들어왔다.
바닥엔 낡은 매트가 깔려 있고,
벽에는 라면, 과자, 통조림, 세제들이 촘촘히 쌓여 있었다.

가게 안 공기는 습하고 조금 눅눅했지만,
사장의 목소리는 마른 나무막대처럼 딱딱했다.

“부모님 번호 말해. 전화해야지.”

아이는 순간 숨이 막혔다.
부모님의 얼굴이 떠올랐다.
피곤한 표정, 어제 밤 싸우던 소리,
“조용히 좀 해”라고 말하던 짜증 섞인 목소리,
그리고 냉장고 안, 텅 빈 반찬통까지.

“저… 그냥 안 그러면 안 돼요?”

아이가 겨우 입을 열었다.

“안 그러면 안 돼?
훔친 걸 그냥 넘어가면,
내가 뭘 가르쳐야 하는데?”

사장은 ‘가르친다’는 말을 했다.
그러나 그 가르침은 이해가 아니라 경계에 가까웠다.

‘선’과 ‘악’을 가르는 선분은 이미 사장의 머릿속에 그어져 있었다.
그 선 위에 아이를 올려놓으면,
답은 하나밖에 없다.

“도둑”

“너 이거 훔쳤지?”

사장이 되물었다.
질문이라기보다 ‘인정하라’는 요구에 가까웠다.

아이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자신이 한 행동이 뭐라고 불리는지,
이제는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네…”

그 한 마디가 떨어지는 순간,
세상은 훨씬 단순해져 버렸다.

‘훔친 아이’
이 네 글자는 너무 가볍게, 너무 빨리,
아이의 머리 위에 이름표처럼 붙었다.

사장은 한숨을 쉬며 말한다.

“그래, 훔친 건 훔친 거야.
사실을 인정하는 건 잘한 거야.




a

근데, 잘못한 건 잘못한 거고.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는 거야.”

사장의 눈에는 자신이
‘당연한 말을 하는 어른’처럼 보이고 있었다.
규칙을 가르치고, 도덕을 세우고,
아이를 바로잡는 사람.

그러나 아이의 내면에서는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는 거야.’

그 말은,
“너는 틀렸고, 나는 맞다”는 문장으로 번역되어
아이의 가슴에 박혔다.

“너는 틀리고 나는 맞아”

“너는 아니고,내가 옳아”

“너는 나빴고,나는 착했어”

사장은 전화를 들었다.
번호를 누르기 전에, 한 번 더 아이를 쳐다봤다.

“이건 그냥 넘어가면 안 돼.
훔친 걸 훔쳤다고 말해주는 게,
너를 위한 거야.”

어른들은 종종 그 말을 한다.
“너를 위해서야.”

그러나 그 말 속에는 자주
‘내가 안심하기 위해서’라는 진짜 속마음이 숨어 있다.

사장에게 이 사건은,
가게를 지키기 위한 문제였고,
룰을 어긴 아이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책임감이었고,
자신의 삶을 지탱해 온 ‘규칙’에 대한 신념이었다.

아이에게 이 사건은,
그저 배고픔의 연장이었다.

둘의 거리는,
라면 한 봉지 값보다 훨씬 멀었다.

전화 벨이 울리고,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사장은 짧게 설명했다.

“우리 가게에서 물건을 훔쳤거든요.”

그 한 문장으로,
오늘의 사건은 이미 정리되었다.

‘배가 고파서 라면을 들고 나온 아이’는,
전화 속에서
‘가게에서 물건을 훔친 아들’로 변했다.

이름은 같지만, 존재는 달라졌다.
낙인은 이렇게 시작된다.

가게 문 밖에서는 여전히
동네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사람들은 장을 보고,
버스는 지나갔다.

아이가 앉아 있는 작은 의자 위에서만
시간이 천천히, 이상하게 늘어져 있었다.

아이의 눈은 라면 봉지와 전화기,
그리고 사장의 입술 사이를 왔다 갔다 했다.

‘나는…
정말 나쁜 애가 된 걸까?’

아이는 아직 문장으로 설명할 수 없었지만,
어렴풋이 이렇게 느끼고 있었다.

“내가 한 행동이 잘못인 건 알 것 같은데…
근데…
나까지 통째로 잘못된 사람이 된 것 같아.”

전화 통화가 끝났다.
사장이 통화를 마치며 짧게 말했다.

“곧 부모님 오실 거야. 여기 앉아 있어.”

아이는 무릎을 모으고,
손에 쥔 라면을 조심스럽게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라면 봉지는,
아직도 따뜻했다.

아이의 속마음:
“난 그냥… 배고팠는데요…
그게 이렇게 큰 잘못이 되는 거라면,
앞으로 나는 뭘 조심해야 하는 걸까요…
라면?
배고픔?
아니면… 나라는 사람 자체?”

아이는 라면 봉지를 내려다보았다.
비닐 속 면발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사장의 시선은 잔뜩 말을 하고 있었다.

사장은 전화기를 거칠게 내려놓더니
팔짱을 끼고 아이를 내려다보았다.

“요즘 애들은 왜 이렇게 기본이 없어?”

그 문장은 마치 오래된 스피커처럼
매일 반복된 말이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사장의 얼굴에는 ‘세상은 이제 내가 아니면 망한다’는 표정이 붙어 있었다.

“배가 고프다고 그냥 들고 나오면 되는 줄 아나?
배고픈 거야 누구나 마찬가지야.
나도 어렸을 땐 배고팠어.
그래도 훔치진 않았어.”

사장은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꺼내면서
어떤 권위라도 얻어내려는 듯했다.
어른들은 종종 그랬다.
경험이 오래됐다는 이유로
그 경험이 옳았다고 믿어버린다.

아이는 고개를 숙인 채
그 말들이 자신을 향해 던져지는 돌인지,
그저 공기 중의 소음인지
구분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장은 지갑을 꺼내
몇 장의 낡은 영수증을 꺼내 흔들었다.

“봐라, 이건 다 장부야.
하루에 몇 명이나 왔다갔다 하는지 알아?
이런 작은 데서 하나씩 없어지면
내 월세는 누가 내 주는데?”

아이는 장부가 뭔지 정확히 몰랐다.
하지만 사장의 말투는 장부가 마치
성경의 금언처럼 절대적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규칙은 규칙이야.
이건 지켜야 하는 거라고.”




b

사장은 유난히 ‘규칙’이라는 단어를 길게 끌어 말했다.
그 말은 당연하고, 옳고, 흔들리지 않는 것처럼 들렸다.

그러나 아이의 마음에서는
이 말들이 마치 차가운 철문처럼 느껴졌다.
밖으로 나가는 문도, 설명하는 문도 아니고,
그저 ‘닫힌 문’이었다.

사장은 자리로 돌아가지 않았다.
아이가 도망가지 못하게 하려는 듯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

“내가 너 같은 애들을 얼마나 많이 봤는지 알아?
처음엔 몰라서 그랬다고 하고,
두 번째엔 친구 따라 했다 하고,
나중엔 당연한 것처럼 행동해.”

사장의 입술은 계속해서 움직였지만
그 안에 담긴 말들은 모두
‘너도 결국 그런 애가 될 거다’라는 결론을 향해 있었다.
어른의 예측은 종종 예언처럼 들리지만,
그 예언을 아이가 듣고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그건 예언이 아니라 낙인이 된다.

아이는 손등을 쓸며
웅크린 어깨 사이에 얼굴을 파묻었다.
사장의 말은 멈추지 않았다.

“내가 이렇게 얘기해주는 것도 다 너 잘되라고 하는 소리야.
요즘 세상 얼마나 무서운지 몰라?
조금이라도 어릴 때 바로잡아야지.”

그 말은 너무 익숙한 형태였다.
‘너를 위한 말’이라는 포장을 한,
사실상 ‘내가 마음 편해지기 위한 말.’

아이는 입술을 조금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사장의 말 사이에 껴들기에는
자신의 목소리가 너무 작고 어렸다.

가게 안의 공기가 갑자기 더 촉촉해졌다.
냉장고의 웅웅거리는 소리가 커져 보였다.
아이는 라면 봉지를 살짝 쓰다듬었다.
그 온기는 점점 식어갔다.

사장은 갑자기 다정한 표정을 흉내 냈다.
그러나 그 다정함은
배려가 아니라 지적을 위한 쉼표 같은 것이었다.

“너 같은 애들, 내가 많이 겪어봤어.
처음엔 다들 착한 척하지.”

그 말은
아이가 뭔가 숨기고 있다고 단정짓는 말이었고,
결국 사장은 자신이 만든 결론 속의 아이만 보고 있었다.

아이는 속으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 착한 척한 적 없어요.
그냥… 내가 뭘 어떻게 해야 맞는 건지
진짜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 말은 바람처럼
아무에게도 닿지 않았다.

사장은 다시 말을 이었다.
“기회라고 생각해.
부모님 오시면 내가 잘 얘기할 테니까.
네가 한 건 잘못이지만,
지금이라도 인정하는 건 좋은 거야.”

‘좋은 거야.’
사장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결론은
항상 자기 입장에서 ‘좋은 것’이었다.

아이는 종아리를 벌벌 떨며
작은 의자에 더 깊게 몸을 묻었다.

손바닥은 아직도 따뜻한 라면을 붙잡고 있었지만
마음은 어떤 얼음물에 잠겨 있었다.

그리고 아이의 속마음은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조용히 흘러나왔다.

“아저씨는…
제가 나쁜 아이가 되기 전부터
이미 저를 나쁜 아이로 보고 있는 것 같아요.”

라면 봉지의 온도는
아이의 손에서 점점 식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아이의 마음속 한 가지 질문만은
더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나는 정말…
나쁜 아이가 맞을까?




c

문이 덜컥 열렸다.

바람 한 줄기가 들어오고,
그 뒤로 동네에 오래 살았다는 표시를 얼굴에 새긴
단골 손님 하나가 들어왔다.

그는 손을 털며 말했다.

“사장님, 얼굴이 왜 이래요? 무슨 일 있어요?”

사장은 기다렸다는 듯,마치 이 순간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사람처럼

지체없이 대답했다

“아휴 말도 마요,라면 한 봉지를 훔치다가 내가 바로 잡았지 뭐야.”

그 말 속에는 ‘나는 이 동네 질서를 지키는 사람’이라는 은근한 자부심이 묻어 있었다.


“에이, 사장님. 요즘 애들 다 그래요.
부모가 제대로 안 가르쳐서 그렇지.”

그 말은
아이를 보지도 않은 사람이
아이의 전체를 이미 이해한 척하며 내뱉는 진단이었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에게
아이의 존재가 단숨에 규정되었다.

사장은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러니까 말이야.
내가 이래 보여도 원칙 하나는 딱 있어.
나쁜 버릇은 싹부터 잘라야 한다고.”

단골 손님은 웃으며 맞장구쳤다.
“아이고, 사장님이 동네 파수꾼이지.
누가 이런 거 미리 잡아주겠어요?
다들 귀찮다고 모른 척하지.”

사장은 그 말을 듣고
더 크게 목소리를 키웠다.
마치 누군가가 그의 ‘정의’를 인정해준 것만으로
가슴 깊은 곳이 스스로 빛나기라도 하는 듯.

“그렇지!
내가 이 동네에서 20년을 장사했어.
정직하게, 규칙 지키면서!
그런데 이런 애들 그냥 넘어가면
동네가 어떻게 되겠어?”

‘이런 애.’
그 말 한 번에
아이는 더 작아졌다.
아직 이름도, 사정도, 마음도 설명되지 않았는데
이미 하나의 종류로 묶여 있었다.
‘요즘 애들.’
‘문제 일으키는 애들.’
‘부모가 못 가르친 애들.’

단골 손님은 라면 하나를 집어 들며 말했다.
“사장님 같은 분이 있어야 동네가 바로 서지.
애들도 어릴 때 혼나봐야 사람 되는 거고.”

사장은 흔쾌히 동의했다.
그들의 대화는 아이의 사정을 듣기 위한 게 아니었다.
둘의 공감은
아이의 상황을 이해하는 공감이 아니라,
서로의 불만과 규칙 의식을 강화하는 공감이었다.

“그러니까요.”
사장은 팔짱을 더 꽉 끼며 말했다.
“가르쳐야 돼.
이게 룰이야.
룰은 누구에게나 같아야 하고,
누가 어긴다고 봐주는 순간
세상은 무너지는 거야.”

아이는 그 말을 듣고
숨을 조금 들이켰다.

‘세상이 무너진다고?
라면 한 봉지를 잘못 들고 나온 게
세상을 무너뜨리는 일일까…?’

하지만 그 질문을 입 밖으로 낼 수는 없었다.

단골 손님은 아이를 힐끗 보더니
더 태연하게 덧붙였다.
“요즘엔 말이지,
애들이 이렇게 작은 잘못도 죄책감이 없어.
그러다 커서 큰일 치는 거라고.
사장님이 잘 잡았네.”

사장은 흐뭇한 듯 코를 훌쩍이며 말했다.
“내가 정의감이 좀 있잖아?
애들 바로잡는 건… 어른의 의무야.”

그 말은 ‘의무’라기보다
자신이 뭔가 영웅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는




d

자기만의 환호에 가까웠다.
마치 지금 이 순간,
라면 하나를 들고 있는 작은 아이를 바로잡는 일이
세상을 구원하는 일인 것처럼.

아이는 그 둘의 대화를 들으며
서서히 현실이 조금씩 왜곡되어 보였다.
정의라는 말도, 규칙이라는 말도
모두 사장을 조금 더 위대해 보이게 하는
화려한 갑옷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갑옷 안에서
아이는 단순한 실수 한 번으로
‘문제아’라는 이름이 붙여진 채
움직일 공간도 없이 갇혀 있었다.

단골 손님이 계산을 마치고 나가면서
무심하게 한마디 던졌다.
“사장님, 저런 애들은요,
딱 지금처럼 혼나야 돼요.
그래야 정신 차리지.”

문이 다시 닫혔다.
조용한 가게 안.
아이의 세상은 더욱 조여 왔다.

사장은 그 말을 듣고
오히려 자신이 옳다는 확신에 취한 듯
의자에 앉아 팔짱을 끼며 말했다.

“봤지?
사람들이 다 아는 거야.
이건 너 잘되라고 하는 거다.
내가 마음 약했으면 그냥 넘어갔지.
근데 난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해.
세상에는 규칙이 있어야 하니까.”

아이는 고개를 숙였다.

‘규칙…
규칙이 그렇게 무겁고,
어른들이 말하면 다 옳은 걸까…?’

그러나 사장의 말은 멈추지 않았다.

“어른 말 잘 들어.
이게 바로 정의야.”

아이는 숨을 천천히 내쉬었다.
정의라 불리는 그 말이
왜 이렇게 자기에게만 아프게 느껴질까.

라면 봉지는 거의 식어 있었다.
하지만 아이의 속마음은
또렷하게 뜨겁게 말했다.

아이의 속마음:
“아저씨가 말하는 ‘정의’는…
왜 나에게만 칼처럼 아픈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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