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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위와 자격증: N잡러에게 어떤 의미일까

by 제이피디아

회사에 다닐 때는 박사 학위나 자격증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습니다.
신입으로 입사할 때는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써야 했지만, 회사 들어오고 나니 절대적인 필요는 없었거든요.

물론, 박사 학위가 있으면 승격 가산점이 붙고, 매달 소정의 박사 수당이 나오긴 했습니다. 그렇다고 ‘그래서 박사를 따야지!’ 할 만큼의 메리트가 저에겐 없었습니다.

자격증도 마찬가지였어요. 직무별 승격 가점이 있긴 했지만, “굳이?” 하고 지나쳤습니다.

그러니까 직장인일 때 박사학위와 자격증에 대한 결론은,
회사 안에서는 꼭 필요하지 않았다.



퇴사 후, 명함에서 회사명이 빠지고 나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받은 명함에 학위와 자격증이 빼곡한 분들, 강사 소개할 때 자격증이 한 페이지를 넘는 분들을 보면 괜히 주눅이 들었지만, 회사는 이런 저를 안전하게 보호해 주었습니다.

문제는 회사를 나온 뒤였습니다.

“내 명함에서 회사 타이틀이 빠지고 나면, 무엇으로 경쟁할 것인가?”

이 질문 앞에 서게 된 거죠.


사실 저는 박사 과정에 진학할 때부터 “퇴사 후 써먹어야지”라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당시엔 회사 일을 더 잘하기 위한 목적이었어요. 시니어에서 한 단계 더 올라가려면 의사결정을 더 잘해야겠다는 고민이 있었어요.

그래서 처음엔 소비자 심리를 연구하는 마케팅 전공을 알아봤습니다. 제품을 잘 만들고 팔려면 소비자를 잘 알아야 하니까요. 하지만 파트타임을 받아주는 학교도 적었고, 어렵게 본 면접에서 낙방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석사와 같은 전공으로 진학하게 됐습니다.


자격증은 조금 달랐습니다. 이력서를 여러 번 쓰면서 늘 ‘자격증’ 란이 공백인 게 눈에 들어왔어요. 그러던 차에 우연히 모집 공고에서 ‘경영지도사’라는 자격증을 봤습니다. 검색해 보니, 국가자격증이었고, 시험 과목도준비하면 가능하겠다 싶었습니다. 그렇게 따게 된 겁니다.



둘 다 있어도 불리하더라

퇴사 후 프리랜서로 활동하다 보니, 학위나 자격증에 대한 인식이 재밌었습니다.

박사 학위는 있지만 자격증이 없는 분들은 “자격증이 없어 불리하다”라고 말하고,

자격증은 있지만 학위가 없는 분들은 “학위가 없어 불리하다”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제 입장에서는, 둘 다 있어도 불리하더라는 겁니다.

박사 들어가기 전, 솔직히 기대가 컸습니다. “박사 학위가 있으면 이직도 잘 되고, 대접도 더 좋아질 거야.” 하지만 동기들의 결론은 비슷했습니다.
“박사 과정을 한다고 인생이 크게 바뀌지는 않더라.”


자격증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자격증을 따면 전문성을 인정받아 일이 저절로 들어오겠지?” 싶었지만, 가만히 있는다고 일이 들어오는 법은 없더라고요. 여전히 예전처럼 직접 찾아다녀야 했습니다.



그래서, 쓸모가 없냐고요? 그렇진 않습니다.

그렇다고 “괜히 땄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다만 이것만 있으면 일이 술술 풀린다는 기대는 버리는 게 맞습니다.
박사 학위도, 국가자격증도 현재 하고 있는 일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수단일 뿐입니다.


그래서 누가 물어본다면 저는 이렇게 말할 겁니다.

박사 학위: 추천합니다. 하지만 ‘인생 역전’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박사학위는 시간이 오래 걸리니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학업에만 전념하는 풀타임 학생들은 4년 전후이지만, 일과 병행하는 파트타임은 정말 대중없습니다. 3년 반 만에 졸업한 분도 보았고, 거의 20년 만에 졸업하시는 분도 봤습니다. 전 6년 만에 겨우...

자격증: 있으면 좋습니다. 다만 순서를 두세요. 먼저, 법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자격증을 먼저 고려하세요. 회계사, 변호사, 노무사, 소방 관련 자격증처럼 ‘없으면 일을 못하는’ 자격증을 우선으로 하십시오. 다음으로, 국가자격증을 먼저 고려하세요. 요즘 민간자격증은 정말 많습니다. 일부는 관리가 허술해 쉽게 딸 수 있지만, 그래서인지 이력서에 올려도 힘이 약합니다. 반면, 어렵고 희소해야 한 줄이더라도 존재감이 다릅니다.



마무리하며

학위와 자격증, 있으면 좋은 건 맞습니다. 하지만 만능열쇠는 아닙니다.
이것만 있으면 인생이 달라지고, 일이 술술 풀릴 거라는 기대는 버리는 게 좋습니다.

다만, 둘을 취득하기 위한 나의 노력과 분야에 대한 전문성으로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죠.

그래서, 쓸모없는 건 아닙니다.
이 둘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같은 조건이라면, 없는 것보다는 있는 쪽이 더 유리합니다.

단기적인 안목보다는 좀 긴 시야로 바라보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중요한 건 학위나 자격증 자체가 아니라, 그걸 어떻게 활용해 내 영역을 넓히고 나만의 경쟁력을 만들어가느냐인 거 같습니다.

저 역시 오늘도 그렇게 배워가고, 써먹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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