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캇 벡의 아직도 가야 할 길 中에서
스캇 벡은 '아직도 가야 할 길'에서 책임감을 기준으로 성격장애와 신경증을 설명한다. 책에 따르면 건강한 자존감, 바람직한 양육을 위해서는 적정 수준의 책임감을 갖는 것이 핵심요소이다.
현실보다 과도한 책임감을 갖는 상태를 신경증이라 할 수 있고, 이와 반대로 책임감이 부족해 현실을 회피하는 성향을 성격장애가 있다고 판단한다.(물론 정신병적인 것이 아니라 정도에 따라 단순히 성격적 특징을 말하는 것일 수 있다)
책에 나온 비유로 치면 어린 시절 케이크 한 조각을 받았을 때 가장 맛있는 크림 부분을 먼저 먹느냐 맛없는 빵 부분을 먼저 먹느냐의 차이이다. 저자는 올바른 성인이 되기 위해선 맛있는 부분을 나중에 먹을 수 있는 절제력을 기르는 게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이 부분이 최근 내가 생각한 부분이랑 정반대가 되는 부분이어서 흥미로웠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맛있는 부분을 늘 마지막에 먹는 편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살아온 자신이 별로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래서 최근에는 크림부터 먹는 걸 연습하고 있다. 나와 저자의 생각이 다른 것처럼 보이는 것은 아마도 내가 신경증에 가까운 성격이기 때문인 듯싶다.
크림부터 먹든 빵부터 먹든 뭐가 그리 중요할까? 단순하게 말하면 나는 그냥 취향 차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크림을 썩을 때까지 모아둔다거나 크림만 먹고 빵을 다 버리는 습관이 있다면 확실히 그건 병에 가깝다고 부를 만하다.
요즘 나의 주요 관심분야는 자신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것, 좋은 연인이 되는 것, 좋은 부모가 되는 것, 좋은 교사가 되는 것이다. 관련해서 훈육에 관해 저자는 이렇게 쓰고 있다.
신경증 환자는 책임지려는 의지가 있으므로 매우 훌륭한 부모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도 신경증이 비교적 약하고 불필요한 책임감에 지나치게 억눌려 있지 않아서 부모로서 책임을 질 만한 여력이 남아 있어야만 가능하다.
한편 성격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자식을 망치는 부모가 된다. 이러한 부모는 사실상 아이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내 결혼생활이 이 모양인 것도, 내 정신이 건강치 못한 것도, 내가 성공하지 못한 것도 다 너희 책임이야.’
아이들은 이것이 얼마나 부당한지를 판단할 능력이 부족하므로 대체로 이런 책임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아이들은 신경증 환자가 된다. 바로 이런 식으로 성격장애를 가진 부모는 거의 틀림없이 성격장애나 신경증이 있는 아이들을 만든다. 즉 아이들에게 죄를 덮어씌운 것은 바로 부모 자신이다.
아직도 가야 할 길 p53
개인적인 견해로는 신경증이 있는 부모는 평소에 불안함을 기본 정서로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다. 그리고 그러한 불안감은 아이에게 전염된다.(부모가 체력이나 정신적 문제를 평소에 잘 관리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하지만 성격장애가 있는 사람은 개인으로서도 실패할 확률이 높다. 가장 큰 원인은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회피하려는 성향이다. 쉽게 말해 남 탓, 상황탓하는 성향이 발목을 잡는다. 정신병리학적으로나 개인성장 측면에서도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려는 사람이 해결방법도 찾을 수 있다는 건 명확한 사실이다.
이에 반해 신경증이 있는 사람은 문제가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문제 원인을 잘못 파악하고 헛노력을 쏟고 있을 확률이 높다. 또한 과도한 책임감으로 미래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사람은 대체로 행복하기 어렵다.
양극단 중에서 현재 내가 어디에 가까운 사람인지를 먼저 파악하고 부족한 점을 서서히 보완해 나가는 것이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