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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ya Sep 05. 2024

12. 구겨진 지폐에 가치를 더하는 것

당신의 아픔은 브랜드가 됩니다 (2)

구겨진 지폐 이야기가 있다. 짓밟히고 더럽혀진 지폐라 해도 본연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 현재 내 처지가 어떠하든 '나'라는 사람의 가치는 여전히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외국의 한 대학교수가 구겨진 달러를 인용해 강의했다. 여기까지는 아마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고 공감하는 내용일 것이다. 나 역시 '본질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라는 그 교수의 강의를 생각하며 무너졌던 자존감이 위로를 받고 힘들 때 이 이야기를 떠올리곤 했다.


그런데, 막상 구겨진 지폐의 입장이 되어보니 나를 보는 '시선'과 '선택'이라는 상황을 피할 수 없었다. 구겨진 지폐나 빳빳한 신권이나 그 가치는 동일하다. 만일,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 내 상식선에서는 - 분명 대부분의 사람들은 깨끗하고 구김 없는 지폐를 집어 들 것이다. 가치는 똑같지만 선택이라는 행위가 개입되면, 두 지폐에 대한 '선호도'의 차이는 생기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굳이 오염된 지폐를 필요로 하고 선택할 이유가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구겨진 지폐를 더 좋아하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망가지고 낡은 지폐를 신권보다 더 선호하고 선택하게 만들 순 없을까? 나는 이 과정 또한 브랜딩이라고 생각한다.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에서 김정태 작가는 최고가 아니라 유일함으로 승부하라고 말한다. 만약, 구겨진 100달러에 역경을 이겨낸 누군가의 감동스토리가 있다면 어떨까? 낡은 지폐지만 역사가 담겨있고, 특별한 의미가 있어서 박물관에 전시되었던 100달러 짜리라면? 지금 막 발행된 최고로 깨끗한 지폐라 할지라도 은행에서 언제든 신권으로 교환할 수 있는 평범한 100달러와 보는 시각이 분명 달라질 것이다. 같은 100달러지만, 구겨진 지폐에 스토리가 있기에 가치가 더해진 것이다. 


절망 속에 있다면 몸도 마음도 구겨져있을 것이다. 거기엔 시작할 이야기가 있다. 어렵겠지만 그 스토리를 하나씩 풀어 나가기만 하면 된다. 글을 써도 좋고, 내 상황을 그림으로 표현할 수 도 있을 것이다. 사진과 짧은 코멘트. 혹은 영상을 제작한다면 더 좋을 것이다. 그렇게 나만의 것을 생산하고, 알리고, 그 과정을 겪으며 때론 상처받고, 힘들고, 괴롭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하며 이겨내는 과정을 반복한다면 반드시 성장할 것이다. 그리고 가치가 더해질 것이다. 나만의 유일한 가치가 담긴, 그때부턴 평범한 신권보단 스토리가 있어 더 소유하고 싶고, 알리고 싶은 특별한 지폐 될 것을 확신한다.


나는 내가 겪은 아픔을 통해서, 구겨지고 찢어진 지폐에 가치를 입히는 일을 하고 싶다. 그래서 절망에 빠진 사람들이 유일한 이야기가 서린, 본래의 가치를 넘어선 지폐로 거듭날 수 있게 함께 독려하고 같이 일어날 수 있게 손잡아 주고 싶다. 


스스로가 구겨진 지폐라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우리 같이 가치를 담아보자. 반짝이지만 평범한 신권보다 나만의 스토리가 담긴 유일한 지폐가 되어 또 다른 누군가에게 힘과 용기, 희망을 선물하기를 바란다. 




자신의 가치는 다른 어떤 누군가가 아닌, 바로 자신이 정하는 것이다.
– 엘리노어 루스벨트 –
                                   
                                                  

”살다 보면 우리 스스로 내린 결정이나 주변 환경으로 인해 떨어지고, 구겨지고, 추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 자신이 쓸모없다는 절망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무슨 일이 일어나도 우리 가치는 그대로입니다. 우리를 사랑해 주는 그 누군가에게 우린 여전히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사진 : 헬스케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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