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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김치찌개 예찬론

by 정석현

대한민국 대표 서민 음식은 애당초 김치찌개이다. 물론 된장찌개도 해당되지만 이번 글에서는 김치찌개에 초점을 두겠다.

작가가 지난 일요일 집에서 직접 끓인 돼지고기김치찌개. 얼큰한 맛이 일품이다.


신 맛나는 묵은 김치와 앞다리살을 비롯한 고소한 삼겹살•두툼한목살 등 함께 섞은 뒤 매운 고추가루, 향긋한 파, 부드러운 두부, 알싸한 마늘을 곁들어 끓이면 매콤하면서 시원한 맛이 산해진미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서민들이 고달픈 인생사를 후련하게 털어 놓고자 퇴근길에서 들린 김치찌개 가게에서 마시는 소주와도 찰떡궁합이다. 이들은 이러면서 복잡한 가정사, 잘 안 풀리는 자녀들 교육문제, 고부갈등, 부부문제,직장 내 대인관계 갈등, 막막한 미래진로 등 난해한 사안들을 막역한 사이들에게 후련하게 털어놓은다. 더불어 과거에


또한 반찬 투정하는 아이들도 돼지고기김치찌개 앞에서는 순한 양이 된다. 그들은 어머니가 정성스레 요리한 아삭한 식감이 일품인 콩나물무침을 비롯한 나물 음식들에 대해서는 외면을 한다. 맛이 없거나 입에 착착 달라붙은 느낌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그들은 식탁 위에 배치된 돼지고기김치찌개에 대해서는 열광을 한다. 냄비에 담긴 김치찌개를 떠서 자기 밥 그릇 안의 백미에 뿌려 싹싹 비벼 먹는다. 또는 숟가락으로 돼지고기 육수가 녹여진 돼지고기김치찌개 국물을 연달아 퍼먹으면서 "밥 한 공기 더 주세요"를 외친다.

이는 대다수 한국인에게 해당된다.


이와 함께 돼지고기는 소고기•고래고기 등에 비해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가령, 롯데마트에서 삼겹살 600g이 약 1만 2천 원에 거래돼고 우삼겹은 같은 무게 기준으로 약 3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1997년 IMF를 기점으로 2008년 미국발 서브모기지론, 2020년 코로나19 바이러스, 2021년 러-우 전쟁, 2024년 12월 윤석열 계엄형 등 국내외 경제악재가 연방 터져 경제난에 처한 한국인들이 돼지고기를 다른고기에 비해 먼저 구입하는 일은 일상이 됐다.


사회공헌 음식으로 돼지고기김치찌개가 우리 가까이에 있는 점도 국민의 사랑을 받은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예컨대 이문수 카톨릭 신부가 10여 년 전 서울 정릉에서 3천 원 김치찌개를 파는 식당 '문간'이 있다. 언론에서 왕왕 끼니를 제대로 해결 못 해 아사하거나 허기로 골머리를 앓은 청년들이 소개되는 점을 애석하게 생각한 이 신부는 이를 타개할 해결책으로 '문간'을 개점했다. 최소 8000원에서 최대 1만 2천 원에서 판매하는 시중식당들과는 다르게 이 가격으로 청년들에게 이 음식을 제공해 상술한 사회문제를 수습한다는 취지이다. 다행히도 이 시도는 성공해 청년들이 배고픔에서 벗어나는 계제를 형성했다. 급기야 명MC 유재석이 진행하는 종편방송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은 몇 년 전 이문수 신부를 초대해 청년식당 '문간'의 A부터 Z까지를 다룬 방송분을 보도한 적도 있다.


나 역시도 돼지고기김치찌개를 상술한 까닭으로 식당을 비롯한 김치찌개가 제공되는 곳에서 자주 섭취한다. 예컨대 지난 주 토요일(25일) 나는 출출한 배를 채우고자 몇 가지 음식을 머리 속에서 상기했다. 고등어를 포함한 다양한 음식들이 대안으로 내 머리 속을 군림했지만 나의 최종 간택은 청량리 조령식당에서 파는 김치찌개였다. 나아가 어제 밤 나는 냉장고 안 김치와 냉동고 속 돼지고기를 꺼내 맛있는 돼지고기김치찌개를 요리했다. 25년 자취 역사를 가진 나는 이 음식을 숱하게 해 본 경험이 있다. 이에 어제 요리한 돼지고기김치찌개 맛은 합격점이였다. 다만 요리왕 비룡도 울고 갈 만한 돼지고기김치찌개 맛을 연출하고자 신 김치 국물을 1번 대신 2번 넣은 것은 아쉽다. 돼지고기김치찌개 맛에서 신 맛이 다소 강하게 감응돼서다.


동장군이 기세를 떨치고 있다. 몸과 마음이 얼어붙는 시기에 맵고 얼큰한 돼지고기김치찌개는 여러분에게 황활감을 안겨 줄 것이다. 퇴근길, 조촐한 돼지고기김치찌개를 파는 가게나 집에서 직접 이 음식을 요리해 반가운 인연들과 정겨운 시간을 보내기를 소망한다.


참고로 나에게 잘 보이면 내가 직접 이 음식을 해 줄 수가 있다. 모든 식재료는 그대들 몫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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