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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고 당연한..

<내 마음이 편한 곳으로>를 읽고

by 스토


이번 그림책 독서 모임에서 읽은 책은 길벗어린이 신간 <내 마음이 편한 곳으로>이다. 제목부터 참 맘에 든다. 나는 늘 편안보다 평안을 기원한다. 마음이 안온하다는 것은 무엇보다 감사한 일이다. 이 그림책은 그 마음을 오롯이 담고 있다.


책은 노란빛이 가득한 그림들로 꾸려졌다. 긴 머리의 주인공 로미는 어느 날 아침 편지 한 통을 받는다. ‘예상하지 못했지만 오늘 꼭 가야만 하는 초대’가 담긴 편지였다. 초대에 나서기 위해 로미는 천천히 빠짐없이 준비를 한다. 흡사 외출 준비를 하는 것처럼 집안 단속을 하고, 필요한 물건을 챙긴다. 다른 것이 있다면 가는 길에 자신의 것을 모두 나누고, 다시 집에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림책을 다 읽고, 모임을 주관하는 고정순 작가는 참 이상적인 이야기라고 했다. 우리가 받을 초대장은 이렇게 잔잔하고, 정갈한 시간을 허락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그림책을 보는 내내 행복하기도 하고, 울컥하기도 했다. 내가 바라는 삶의 과정을 보는 것이라 그랬던 거 같다.


잘 마무리하는 삶은 잘 산 삶의 완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는 내내 마무리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믿는다. 터부시 하기엔 죽음은 희박하지도 희소하지도 않다. 작가는 예상하지 못한 초대라고 했지만 그건 시기를 뜻할 뿐 누구나 받을 예상 가능한 초대다.


나는 아빠를 떠나보내며 삶이 좀 가벼워진 느낌이다. 아빠도 떠나는데, 그런 큰일도 겪는데 이게 뭐 대순가 하는 마음 같은 게 생겼다. 그건 오래전 할머니를 떠나보낸 후부터 시작된 연습이었던 거 같다.


영원히 함께하고 싶었던 사람이 내 곁을 떠날 때 슬픔은 휘몰아치지만 결국 우리는 삶을 이어간다. 그리고 그 죽음은 시간이 지날수록 옅어진다. 어느 새벽 나는 아빠의 떠남이 옅어지면서 나의 죽음이 짙어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 삶은 어떤 개인에겐 특별하지만 그저 그렇게 당연하게 흘러가고, 죽어가는 거였다. 나는 나를 특별하게 여기지 않아야지 했다. 나의 죽음도 내 주변의 죽음도 수많은 죽음 중 하나로 당연하게 받아들여야지.

은행잎처럼 노랗게 색칠한 그림책에서 나는 평범하고 당연한 죽음을 생각하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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