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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웬디 Oct 03. 2024

그 때 생각나는 어른

언젠가부터 아이들과 한 해를 보내고 헤어질 때 이 말을 전한다. 축하할 일은 축하받을 데가 많을테니 선생님에게 굳이 연락하지 않아도 된다. 슬플 때, 우울할 때, 속상할 때, 말할 데가 없어 답답하고 막막할 때, 그 때 생각나는 어른이었으면 좋겠다.


교사가 되며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선물은 특별한 능력도, 대단한 지식도 아닌 아이의 상처를 보는 눈과 눈물이었다. 눈물 없던 나였는데 이제는 우리반 아이 뿐 아니라 이름도 모르는 이 세상 어딘가에 살아가고 있을 그 아이들을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난다. 어떻게 한 사람을 이토록 바꾸실 수 있는지. 값없이 선물로 주셨기에 또한 사명으로 알고 살아간다.


우는 아이와 함께 우는 일, 울고 싶은데 울지 못하는 아이를 안고 함께 우는 일, 마음의 상처가 있지만 애써 외면하거나 미처 알아채지 못해 울지 못한 아이를 대신해 울어주는 일, 하나님 앞에 그 문제를 내어놓고 눈물로 청하는 일. 하나님께서 나를 교사로 사용하시는 동안 내가 해야 할 일인 것 같다.


얼마 전, 7년 전에 우리 반이었던 아이가 연락을 해왔다. 어려운 결정 앞에 스무살 아직은 어린 아이가 마음 졸였을 것을 생각하니 내 마음도 아파왔다. 담담하게 쓴 글 속에 그 아이의 고민과 무게가 생생히 전해져왔다. 그래도 그 시기에 나를 떠올려 준 것이 감사했다. 시간으로도 공간으로도 한참을 떨어져있던 내가 그 아이에게 얼마나 큰 위로를 줄 수 있을까.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같은 마음으로 아파하고 내 안의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고 아이의 행복을 기도하는 일 뿐이다.


내가 만난 아이들이, 그리고 세상 모든 아이들이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란다. 만약 그 삶의 여정 중에 어려움을 만난다면 잘 헤져나가길 바란다. 만약 잘 헤쳐나가고 싶은 마음과 달리 상황에 압도 당한다면 주변에 그 아이를 도울 도움의 손길이 있기 바란다. 그러나, 아무리 둘러보아도 사람이 보이지 않을 때는 어둠 속에 혼자 있지 말고 별 볼 일 없는 '나'라도 떠올려주었으면 한다.


그래서, 그 때 생각나는 어른이었으면 좋겠다고 오늘도 아이들에게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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