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쓰기 2강 과제
* 묘사하기 과제입니다. 퇴고 없이 써내려간 글이라 매끄럽지 않습니다.
* 2강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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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푸른 바다가 제 색을 뺴앗겨, 옅은 하늘빛만을 품고 있다. 먼 곳에 그어진 수평선만이 얇은 선이 되어 바다의 제 색을 보여줄 뿐이다. 햇빛이 바다의 색을 옮겨 놓은 것인지, 작은 정원은 제각각의 색들이 도리어 선명하다. 연녹빛의 인조 잔디마저 생생함을 드러낸다. 그 위에 놓인 새하얀 테이블 몇 개와 옅은 바다가 색을 한 번 더 덧칠해 준 것일지도 모른다.
선명한 색들은 곧은 직선을 그려낸다. 가늘게 그어진 수평선을 시작으로 정원에 놓인 물체들은 여러 겹의 사각형들 안으로 시선을 끌어당긴다. 두꺼운 철제 기둥이 펼친 차양막이 세 개의 하얀 테이블 위로 네모난 그늘을 드리운다. 햇빛 아래 반짝이는 흰 빛을 내뿜는 다른 테이블들과는 달리, 그늘 아래에서 단정한 하얀 색을 띄고 있다. 하지만 어둡지만은 않다. 정갈하게 내려않는 햇살만을 닦아낸 듯, 하얀 제 색을 잃지 않았다. 그늘을 벗어난 테이블 위로 햇빛들이 튀어다닌다. 가만히 응시하면 눈이 부실 듯, 매끄럽고 하얀 표면은 밝은 빛을 더욱 뿜어내는 듯하다. 사람이 없는 조용한 야외 정원은 그저 빛을 받은, 그늘에 숨은 색들만 공간을 가득 메운다.
그늘을 만드는 것은 차양막 뿐만이 아니다. 좌측으로 펼쳐진 커다란 파라솔과 조금 더 떨어진 곳에 위치한 정자도 그늘을 만들어낸다. 그 둘의 모양이 꼭 닮았다. 매끄러운 직선들이 모여 있지만, 마치 조금은 둥근듯한 외양을 지녔다. 따사로운 햇빛을 피해 작은 그늘 아래에서 쉴 곳을 마련해주는, 작은 배려처럼 느껴진다. 파라솔이 만든 그늘의 가장자리에는 철제 기둥에 가려진 테이블 하나가 놓여있다. 정중앙이 아닌, 한 쪽으로 치우쳐진 것은 누군가의 통행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마음일지도 모른다. 그 뒤로 이어지는 원목으로 산책로를 보면, 파라솔은 앉아서 쉬는 곳만이 아닌, 느긋한 걸음의 중간마다 작은 쉼을 주는 공간처럼 느껴진다.
네모난 세상 속에 네모들이 모여있는 공간이다. 네모난 테이블과 네모난 의자, 기둥이 만들어낸 네모와 멀리서 수평선이 세상을 양분하듯 그어져 커다란 네모 두 개가 형성된다. 위아래로 길게 뻗은 직선들이 화면의 주를 이룬다. 실내에서 밖을 내다보며 창문이 그어놓은 두 직선이 세상을 세 개로 나누어놓는다. 왼쪽은 파라솔과 정자가 내어주는 작은 그늘들이 존재하는 산책로가, 중앙은 그늘과 햇빛 아래에서의 대비를 드러내는 테이블들이, 우측에는 아치형에 작은 세모 조각들이 붙어있는, 입구를 알리는 조형물 하나가 서 있다.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당연히 중앙이다. 화면의 중앙을 가득 메우는 바다에 시선이 머무르고 만다. 어느 곳을 가더라도 쉽게 바다를 접할 수 있는, 제주도라는 공간에서 살고 있음에도 탁 트인 바다가 시야에 들어올 때면 발을 멈추고 만다. 온전한 제 색을 지니지 못한 채, 여러 색들을 갈아입듯 보여주는 바다에 시선을 둘 때면, 잠시 가슴 속으로 밀려들어와 짧은 감탄으로 쓸려 나간다.
우측은 바닷가로 향할 수 있는 산책로가 있는 것일까. 직선으로만 이루어진 공간 속에서 유일하다시피한 곡선이 존재한다. 작은 삼각형들이 붙어있는 아치형의 입구는 아이들을 위해 그려놓은 사자의 갈기처럼 앙증맞다. 그 입구 뒤로 누군가의 인기척이 드러난다. 흰 옷을 입은 여인과 그늘 아래에서 시계를 바라보고 있는 한 남성이 숨어있듯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산책을 위한 시간을 가늠하는 것일까. 조금은 과장된 몸짓으로 팔을 들어올려 시계를 바라보는 그 행위는 짧은 산책을 원하는 남성의 의지가 묻어난다. 몸이 가려진 여성의 품에 무언가가 안겨있지 않을까. 짧은 상상을 즐긴다. 저 곳은 애견 산책로라 이름이 적혀있었다. 카페에 들어서며, 탁 트인 바다를 눈에 담으며 적혀있던 그 글귀가 기억에 남아 있다.
함께 발걸음을 옮길 작은 녀석을 데려왔다면 좋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동차를 타면 멀미를 하는 강아지를 데려오기에는 이 곳이 집에서 너무나 멀다. 품 안에서 간간이 혀를 내밀어 뺨을 핧을 작은 강아지 대신, 오늘은 더 작은 녀석들과 함께했다. 어머니와 언니, 여동생까지 조카를 데리고 나선 나들이다. 평일 낮의 카페는 한산해 고요하다. 밝은 조명들이 켜져 있지만, 바깥의 밝은 햇살에 대비되어 실내는 어둑하게만 느껴진다. 매끈한 테이블은 적은 양의 빛을 반사하며 풍경을 그 위로 그려낸다. 시선을 돌리며 카페 내부를 살피는 동안, 어머니의 시선은 한 곳에 고정되어 있다. 제 엄마들의 품에서 꼬물거리는 손주를 바라보느라 어머니에게는 풍경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손주를 안고 젖병을 물린 어머니의 모습을 카메라 프레임 안에 담는다. 네모난 세상 속에 어머니의 모습이 새겨진다. 작은 입이 오물거리며 젖병을 빠는 그 모습에 입에서 절로 나오는 감탄사가 고요한 카페 안을 물들인다. 커피 세 잔과 빵 몇 개가 테이블 위로 올라서지만, 어머니는 품에 안은 손주를 내려놓지 못한다. 그 작은 것이 만들어내는 표정 하나하나를 눈에 각인이라도 하려는 듯, 눈동자가 반짝인다.
옅은 바다의 색이 정원으로 다 옮겨진 줄 알았건만, 어머니의 얼굴로도 스며들었나보다. 발그레 붉어진 뺨은 그 사랑의 깊이를 가늠하게 해 준다. 햇빛이 채 스며들지 못해, 어둑한 공간에서도 어머니의 얼굴에 여러 빛이 서려있다. 고요함을 즐긴다. 그저 보이는 모습들만을 눈 안에 담아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