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도화지와 색칠도구를 준비한다.
마음에 드는 색깔을 하나 집는다.
시작은 가볍게, 선이나 도형을 하나 그린다.
상하좌우를 돌려보면서 상상을 한다.
시원한 수박 한쪽 같기도 하다.
쟁반에 놓인 수박을 그리다가
생각을 바꿔 함박 웃는 얼굴을 그렸다.
재미있는 그림으로 완성하고 싶었다.
시작하는 사람도 끝내는 사람도 ‘나’다.
내가 나에게 제시한 그림이기에 부담이 없다.
미완성인 채로 멈춰도 좋다.
정답이 없기 때문에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2006년 7월 25일
미완성과 미완성을 채우는 방법. 두 번째 그림
물결표시를 그렸다.
수영을 할까, 물고기를 그릴까? 아냐,
물이 무서운 나, 즐기는 상상을 해보자.
웃으며 파도 타는 내 모습을 그려봤다.
미완성으로 제시된 그림을 채우면서 생각했다.
그래, 파도와 싸우는 게 아니라 파도를 타는 거지.
문제와 싸우는 게 아니라 다루고 풀어내는 거지.
미완성을 완성하는 재미, 과제를 해결하는 재미를 느껴본다.
미술치료가 좋은 이유가 여러 가지 있다. 그중에서 자주 확인하는 장점은 고스란히 남는다는 점이다. 20년 가까이 지났지만 이 그림을 그리던 장면, 감정, 생각이 바로 떠오른다. 몇 안 되는 '즐거운 순간'이었다.
그 당시, 나는 주로 부정적인 감정에 사로잡혀 마음이 불편하거나 상황이 애매해서 생각정리가 필요할 때 스스로 주제를 제시하며 그림을 그렸다. 미술치료에서 그림 그리기는 주로 감정을 다룬다. 그러나 만화가 그렇듯이 상상력과 창의성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연습도구가 될 수 있다.
Q1. '미완성을 완성하기'라는 주제는 어떤 점에서 좋은가요?
A1. 이 주제는 자신의 불완전함을 직면하면서도 그것을 수용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완성’함으로써 치유적인 경험을 돕습니다. '그린다'는 것 자체가 말 없는 대화이자, 내면의 반영이며, 변화의 시작이니까요. ‘미완성’은 불안정, 진행 중, 혹은 실패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완성’으로 관점을 전환하는 것은 가능성을 발견하고 회복 탄력성을 높이는 시도입니다.
Q2. 어떤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까요?
A2. 무언가에 실망했을 때 회복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사람. 인간관계에서 갈등이 생기면 조정하기보다 관계를 끊는 게 익숙한 사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실패를 전제로 예상하는 사람. 부정적인 결말을 반복하는 사람. 다른 사람으로부터 질문을 받으면 사고가 경직되는 사람들에게 추천합니다.
Q3. 이 작업에는 어떤 효과가 있나요?
A3. 먼저, 미완성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거기에 자신이 의미를 더하면서 자기 수용의 경험을 갖게 됩니다.
둘째, 미완성을 완성하는 것은 넓은 시야로 도전하여 성취감을 느끼고, 문제해결적 창의성을 자극합니다.
셋째, 색채와 상징을 통해 감정을 풀어내고 언어화가 쉬워지므로 정서적 안정과 표현을 촉진합니다.
넷째, 결핍이 있는 나 자신을 이해하고 새로운 관점을 시도함으로써 통합적 자기 인식이 쌓입니다.